"이 고비만 넘기면" 외인+코치진 물갈이 두산, 국민타자 용병술→키움전 승률 8할 달성 "이유찬 홈런으로 분위기 가져와" [잠실 현장]

잠실=안호근 기자  |  2024.07.24 00:41
두산 이유찬(가운데)이 23일 키움전에서 득점 후 동료들의 축하를 받고 있다. /사진=뉴시스 두산 이유찬(가운데)이 23일 키움전에서 득점 후 동료들의 축하를 받고 있다. /사진=뉴시스
후반기 승률 3할로 위기에 몰렸지만 과감히 칼을 빼들었고 완벽한 분위기 전환에 성공했다.

이승엽(48) 감독이 이끄는 두산 베어스는 23일 서울 잠실구장에서 열린 키움 히어로즈와 2024 신한 SOL뱅크 KBO리그 시즌 10차전에서 6-3으로 이겼다.


2위에 머물던 두산은 후반기 부진과 함께 4위로 내려서며 5위 SSG 랜더스에 바짝 쫓겼지만 이날 승리로 50승 46패 2무를 기록, 2경기 차까지 달아났다. 이날 패배한 3위 삼성 라이온즈와 승차는 1경기로 다시 좁혔다. 어려운 상황에서도 만나기만 하면 킬러 본능을 보였던 키움에 승리하며 시즌 전적 8승 2패, 승률을 0.800로 높이며 압도적 우위를 이어갔다.

후반기 3승 7패로 최악의 시작을 보였고 이 과정에서 투수들이 줄줄이 무너져 걱정을 키웠다. 특히나 교체 외국인 선수 2명이 나란히 부진했고 가뜩이나 어깨가 무거운 불펜 투수들의 부담이 더 커졌다.


타선에서도 동반 침체가 이어졌고 두산은 22일 1군과 2군의 코치 3명을 교체하며 분위기 전환에 나섰다. 이날 경기를 앞두고는 외국인 타자 헨리 라모스를 제러드 영으로 교체하는 강수까지 뒀다.

47경기를 앞둔 상황에서 나온 파격적인 카드다. 가을야구, 나아가 우승 도전을 포기할 수 없다는 의지를 읽어볼 수 있는 과감한 시도다.


1회말 선제 솔로 홈런을 친 이유찬(왼쪽)이 허경민과 하이파이브를 하고 있다. /사진=김진경 대기자 1회말 선제 솔로 홈런을 친 이유찬(왼쪽)이 허경민과 하이파이브를 하고 있다. /사진=김진경 대기자
경기 전 이승엽 감독은 "이제는 힘을 내줘야 한다. 스태프들이 할 수 있는 건 성실히 독려하고 분위기를 끌어올리는 것 같고 필드에서는 선수들이 다 해결해야 되기 때문에 선수들이 더 힘을 내야 한다"며 "이제 거의 벌써 3분의 2가 지났다. 이제는 진짜 힘을 내줘야 될 시점이다. 많이 지친 상태이고 경기도 많이 하고 정신적으로나 육체적으로 정말 힘든 시기이기 때문에 이 고비를 잘 넘겨야 될 것 같다. 이것만 잘 넘기면 좋아지지 않을까 생각한다"고 희망을 걸었다.

선수들에게도 당부의 메시지를 전했다. 이 감독은 "수석 코치를 통해서 선수들에게 다시 한 번 한 팀이 되자고, 또 팀의 승리 위해서 (한 번) 해보자고 미팅에서 이야기를 했다"며 "항상 열심히 해줬지만 특히 오늘부터는 더 집중을 해서 몰입해줘야 될 것 같다"고 강조했다.

이를 위해 투타에서 두 선수의 어깨가 무거웠다. 타선에선 톱 타자의 막중한 임무와 함께 데뷔 후 첫 외야수로 선발 출전한 이유찬이 그 임무를 짊어졌다. 이유찬은 이날 전까지 올 시즌 외야수로서 3경기 4이닝 출전이 전부다. 게다가 우익수 출전은 처음이었다.

이유는 분명했다. 이날 경기를 앞두고 방출된 라모스가 빠지며 우타자 한 명이 더 사라진 것. 이 감독은 "지금 외야수가 다 좌타다. 시즌 전에 기대했던 김대한이 아직 팀에 도움이 되지 못하고 있다"며 "외야에 우타가 아무도 없어서 오늘은 (이)유찬이 외야로 나선다. 항상 똑같은 패턴으로는 갈 수 없다. 뭐라도 한 번 해보려고 한다"고 말했다.

이유찬은 사령탑의 믿음에 보답했다. 1회말 선두 타자로 나서 좌중간 담장을 넘기는 비거리 125m 대형 홈런을 날렸다. 시즌 2호 홈런을 팀이 필요로 할 때 작렬했다. 이날 5타수 2안타 1타점 1득점을 기록했고 수비에서도 우익수와 2루수를 병행하며 큰 실수 없이 팀 승리를 견인했다.

두산 선발 투수 최준호가 역투를 펼치고 있다. /사진=김진경 대기자 두산 선발 투수 최준호가 역투를 펼치고 있다. /사진=김진경 대기자
마운드에선 최준호가 돋보였다. 두산은 후반기 선발 투수들의 잇따른 조기 붕괴로 불펜진의 부담이 가중됐다. 올 시즌 압도적인 불펜의 힘으로 승승장구했지만 불펜 소화 이닝이 전체 1위다. 더구나 김택연과 이병헌 등 풀타임을 처음 치르는 젊은 투수들이 그 중심에 있어 걱정이 컸다.

그런 가운데 최준호가 중책을 안고 나섰다. 5월 2승 1패 평균자책점(ERA) 3.60으로 잘 던지던 최준호는 지난달 3연패와 함께 ERA 9.17로 크게 흔들렸는데 후반기 시작과 함께 다시 선발 기회를 잡고 6이닝 5탈삼진 무실점 호투로 기대감을 키웠다.

이날 다승 1위 엔마누엘 데 헤이수스(10승)을 상대로 씩씩한 투구를 펼쳤다. 1,2회 삼진 하나씩을 곁들여 삼자범퇴를 기록한 최준호는 3회에도 김재현에게 안타를 맞았지만 도루로 주자를 지워낸 수비의 도움에 힘입어 연속 삼진으로 다시 한 번 3타자 만에 이닝을 마쳤다.

4회 선두 타자 이주형에게 2루타를 맞고 시작했지만 1실점으로 틀어막았고 5회까지 깔끔한 투구를 펼쳤다. 투구수가 80구에 다다른 6회초 다시 마운드에 올라 몸에 맞는 공과 볼넷을 허용하며 이병헌에게 공을 넘긴 최준호는 주자 2명이 모두 홈을 밟아 자책점이 3으로 늘었지만 충분히 만족스런 투구로 사령탑의 눈도장을 찍었다.

경기 후 이승엽 감독은 "선발 최준호가 2경기 연속 기대 이상의 호투를 해줬다. 직구, 슬라이더, 포크볼, 커브 등 4가지 구종을 공격적으도 투구하는 모습이 인상적이었다"고 호평했다.

두산 마무리 투수 김택연이 역투를 펼치고 있다. /사진=김진경 대기자 두산 마무리 투수 김택연이 역투를 펼치고 있다. /사진=김진경 대기자
이후 타선이 2점을 더 보탰고 이병헌-홍건희-이영하가 1이닝씩 완벽히 막아내며 모두 홀드를 챙겼고 9회에 등판한 김택연은 KBO 역대 최연소 10세이브를 수확하며 프로야구 역사를 새로 썼다.

다시 가동된 철벽 불펜에 대해서도 "불펜 투수들도 칭찬하고 싶다. 홍건희, 이영하, 김택연이 1이닝씩을 굳건히 책임졌다. 김택연의 최연소 10세이브를 축하한다"고 전했다.

이유찬에 대한 칭찬을 빼놓을 수 없었다. 이 감독은 "타석에서는 1회 이유찬의 홈런이 나오면서 경기 분위기를 가져올 수 있었다"며 "추가점이 필요할 때 양의지, 양석환 등 중심 타자들이 해결해 준 것이 컸다"고 만족감을 나타냈다.

24일 같은 시간, 같은 장소에서 열릴 키움과 시즌 11차전에서도 선발 맞대결 우위 속에 경기를 치른다. 두산은 8승 7패, ERA 3.83의 곽빈을, 키움은 6승 5패, ERA 4.57의 하영민을 내보낸다. 다만 올 시즌 상대전적에서 곽빈은 1승 1패 ERA 7.20, 하영민은 1승 무패 ERA 2.45로 좋은 모습을 보였다. 다만 곽빈은 최근 등판에서 7이닝 2실점 호투로 승리를 거두며 상승세를 탄 상황이어서 두산으로선 기대감이 커진다.

24일 키움전 선발 등판할 두산 투수 곽빈. /사진=두산 베어스 제공 24일 키움전 선발 등판할 두산 투수 곽빈. /사진=두산 베어스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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