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세영이 7일 귀국해 인터뷰를 하고 있다. /사진=뉴시스
기본적으로 안세영의 불만은 배드민턴협회가 자신의 부상 관리를 체계적으로 못해줬다는 실망감에서 비롯된 것으로 보인다.
안세영은 2023년 10월 항저우 아시안게임 배드민턴 여자 단식 결승전에서 라이벌 중국의 천위페이를 제압하고 금메달을 목에 걸었다. 하지만 이미 8강전 때 생긴 오른쪽 무릎 부상은 결승전에서 극심해졌다. 절룩거리며 코트에 나선 안세영은 경기 도중 치료까지 받아야 했지만 정신력으로 버티며 우승을 차지했다.
대회가 끝난 뒤 진단 결과 처음에는 그의 오른쪽 무릎 근처 힘줄이 일부 파열됐지만 다행히도 2~6주 정도의 재활이 필요한 비교적 가벼운 부상이라는 소견이 나왔다. 하지만 안세영은 지난 해 말 재검 결과 부상이 빠르게 회복되기 어려운 수준이라는 통보를 받았다.
2023년 항저우 아시안게임에서 고통스러운 표정을 짓는 안세영. /사진=뉴스1
안세영은 통증을 이겨내며 올림픽 금메달이라는 목표를 위해 국제대회에 나갔지만 어려움이 많았다. 올해 1월 인도 오픈에서는 부상 때문에 8강전에 기권하고 한 달 가량 휴식을 취해야 했다. 하지만 3월 전영 오픈에서 또 문제가 발생했다. 안세영은 경기 도중 부상 때문에 주저 앉았다. 그는 부상을 치료한 뒤 다시 뛰었지만 4강전에서 패했다.
이후 안세영은 그동안 크게 의지했던 개인 트레이너가 대한배드민턴협회와 계약 만료로 파리 올림픽에 오지 못해 어려움을 겪었다. 파리 올림픽 직전 안세영 개인 트레이너와 대한배드민턴협회가 재계약을 논의했지만 성사되지 못했다. 이와 관련해 협회는 7일 보도자료를 통해 "올림픽 때까지 계약 연장을 제안했지만 안세영 개인 트레이너가 거절했다"고 주장했다.
한국에서 '약수터 운동'으로 뿌리 내렸던 배드민턴은 1992년 바르셀로나 올림픽에서 금메달 2개를 차지하면서 한국의 주요 스포츠로 자리잡았고 관련용품 시장도 비약적으로 커졌다. 당시 올림픽 남자 복식에서 금메달을 딴 박주봉(60)과 김문수(61)가 사용했던 요넥스 제품은 한국에서 두 배 가까이 판매가 늘었을 정도다.
배드민턴이 올림픽 정식종목이 된 바르셀로나 올림픽부터 지난 2021년 펼쳐진 도쿄 올림픽까지 한국은 6개의 금메달을 목에 걸었다. 최강국 중국과 배드민턴이 국기인 인도네시아에 이어 올림픽 배드민턴 금메달 숫자에서 한국은 3위를 차지했다.
더욱이 한국은 생활 스포츠 면에서도 배드민턴의 저변이 넓은 국가로 발돋움했다. 한국의 배드민턴 동호인 수는 300만 명을 상회하고 이 가운데 적극적으로 동호회에 참여하는 사람들만 해도 30만 명 이상이다.
김택규(왼쪽) 대한배드민턴협회장이 7일 귀국해 관계자와 이야기를 하고 있다. /사진=김우종 기자
안세영은 지난 5일 인터뷰를 통해 대표팀을 떠나 개인 자격으로 향후 국제대회와 올림픽에 출전하겠다는 뜻을 내비쳤다. 하지만 현재 협회 규정상 개인자격으로 국제대회에 나서려면 국가대표 경력 5년 이상에, 여자의 경우는 27세 이상이어야 가능하다.
다만 이 규정을 충족하지 못해도 국가대표팀의 요청이 있을 경우 국제대회 참가를 허용할 수 있다는 예외 규정은 있다. 하지만 협회는 "규정이 무시될 시 국가대표 선수들의 대표팀 이탈 우려가 크며 향후 국가대표 운영이 어려워진다"는 입장이다.
간판 선수가 대표팀의 일원으로 국제대회에 출전하지 못한다면 협회 스폰서십 금액은 하락하고 그에 따른 선수 육성과 국제대회 참가 지원 등도 힘들어질 수밖에 없다.
만약 안세영이 개인자격으로 국제대회에 출전할 수 있는 길이 열리고 향후 이를 뒤따르는 배드민턴 선수들이 속출한다면 대한배드민턴협회는 스폰서십을 통해 진행해 왔던 대표팀 운영과 신진 선수 육성 시스템에 대한 전면적인 변화가 필요할 전망이다.
이종성 교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