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충격의 헤드샷 퇴장, 그 후' 원태인이 더 강해졌다, 감독도 감탄 "리그 최고 투수라고 확신"

포항=안호근 기자  |  2024.08.21 15:13
삼성 원태인이 21일 두산전 승리를 거둔 뒤 취재진과 인터뷰에서 미소를 짓고 있다. /사진=안호근 기자 삼성 원태인이 21일 두산전 승리를 거둔 뒤 취재진과 인터뷰에서 미소를 짓고 있다. /사진=안호근 기자
7월 13일 두산 베어스전은 원태인(24·삼성 라이온즈)에게 지울 수 없는 기억이다. 1회 만에 헤드샷으로 퇴장을 당했고 두산전 트라우마가 더 커진 채 평균자책점(ERA)도 치솟았다.


전 경기 5이닝 이상을 채우겠다는 목표는 한 순간의 실수로 물거품이 됐지만 원태인에겐 자극제가 됐다. 이후 더욱 탄탄해진 투구로 토종 최고 투수로서 입지를 굳혀가고 있다.

원태인은 20일 포항야구장에서 열린 두산과 시즌 13차전에 선발 등판해 6이닝 동안 89구를 던져 2피안타 무사사구 8탈삼진 무실점 호투를 펼쳤다. 팀이 3-0으로 이기며 시즌 12승(6패)까지 챙겼다. 이젠 다승 단독 선두로 뛰어올랐다.


48구를 뿌린 포심 패스트볼의 최고 시속은 148㎞였고 33구가 스트라이크 존을 통과했다. 변화구는 체인지업이 18구, 슬라이더가 14구, 커브가 5구, 컷패스트볼을 4구 던졌다. 다양한 구종으로 두산 타자들을 괴롭혔다.

이렇다 할 위기 한 번 없었다.3회를 빼놓고는 모두 삼자범퇴였고 3회에도 선두 타자 김기연에게 안타를 맞았지만 김재호를 루킹 삼진으로 돌려세운 뒤 이유찬의 1루수 땅볼 때 선행 주자를 잡아내며 한숨을 돌렸다. 정수빈에게 2루타를 맞고도 실점하지 않을 수 있었고 제러드 영을 3루수 뜬공으로 돌려세워 실점을 지워냈다.


경기 후 박진만 삼성 감독은 "원태인이 현재 리그 최고 투수라고 생각하는 나의 마음을 확신케 만드는 오늘 투구였다"며 "강민호의 리드와 함께 앞으로 어디까지 성장할 지 기대가 된다"고 극찬했다.

20일 두산전에서 역투 중인 원태인. /사진=삼성 라이온즈 제공 20일 두산전에서 역투 중인 원태인. /사진=삼성 라이온즈 제공
수치가 원태인의 가치를 말해준다. 평균자책점(ERA)은 3.32인데 전체 4위, 국내 투수 중 1위이고 다승 1위에 투구 이닝도 133이닝으로 전체 10위, 토종 3위를 달리고 있다. 이닝당 출루허용(WHIP)는 1.13으로 100이닝 이상을 소화한 선수들 가운데 NC 카일 하트(1.03) 다음으로 빼어나다.

그러나 정작 원태인이 더 만족하는 기록은 따로 있었다. 8월 4경기 28⅔이닝 동안 무사사구 경기를 펼치고 있다는 점이다. 원태인은 경기 후 취재진과 만나 "무실점보다도 그게 가장 만족스럽고 기분이 좋다"며 "두산과 중요한 경기였는데 또 승리로 이끌 수 있게 돼 기분이 너무 좋다"고 말했다.

베테랑 포수 강민호와 찰떡 궁합이 돋보인다. 원태인은 "요즘 경기 전에 (강)민호 형과 핵심 타자들만 대비를 하고 나가는데 그게 정말 잘 맞아떨어지고 있다"며 "민호 형이 너무 리드를 잘 해주셔서 저도 공격적인 피칭을 하면서 투구수 조절도 잘 되고 있다"고 고마움을 전했다.

이어 "요즘 제구에 자신감이 많이 생겨서 그런지 타자들도 오히려 더 적극적으로 승부를 보는 것 같다"며 "구위도 그렇고 자신감이 있기 때문에 피하지 않고 붙으려고 하다 보니 오히려 삼자범퇴 등 빠른 승부가 되는 것 같다. 야수들도 항상 고맙다고 말해주는 것에 기분이 좋다"고 덧붙였다.

올 시즌 꾸준히 좋은 활약을 펼치고 있지만 한 번 더 업그레이드되는 계기가 있었다. 지난달 13일 만났던 두산전이었다. 당시 원태인은 아웃카운트 2개만 잡아낸 채 4실점을 했고 1회 2사에서 강승호에게 던진 공이 머리로 향해 헤드샷 퇴장을 당했다. 최소한 5이닝 이상을 채우며 불펜에 부담을 덜어줄 수도, 승리할 수 있는 발판을 만들 수도 있었기에 더욱 아쉬움이 컸다.

중고교 시절 좋은 기억은 안고 있는 포항구장에서 투구하는 원태인(가운데). /사진=삼성 라이온즈 제공 중고교 시절 좋은 기억은 안고 있는 포항구장에서 투구하는 원태인(가운데). /사진=삼성 라이온즈 제공
더구나 이날 경기 전까지 두산에만 유독 약세를 나타냈던 원태인이다. 두산전 통산 3승 7패, ERA 6.21, 올 시즌에도 2경기 1패, ERA 7.59였다. 더 이를 갈았다.

원태인은 "(두산전에) 잘 던진 기억이 많이 없고 직전 등판에 피드샷 퇴장을 당하기도 해서 많이 안 좋은 그런 기록을 남겨서 꼭 만회하고 싶었어 더 열심히 준비했다. 어느 때보다 더 집중했는데 그게 좋은 피칭으로 잘 이어진 것 같다"며 "큰 부상 없이 전 경기 5이닝 이상이 항상 목표인데 헤드샷으로 인해서 끊어져서 많이 속상했다. 그 이후로는 계속 6이닝 이상 소화하고 있어서 그걸로 대신 만족하고 있다"고 전했다.

원태인은 두산전 헤드샷 퇴장 이후 모두 6이닝 이상 투구를 하며 6경기에서 팀에 5승(1패)을 안겼고 ERA는 2.83에 불과했다.

포항에서 거둔 첫 승이라는 점도 의미가 깊다. 원태인은 고교 시절로 돌아가기로 했다. 그는 "중·고등학교 때 포항의 남자라고 불렀다. 정말 포항에서 잘 던졌는데 이상하게 입단하고 나서 조금 안 좋은 피칭을 했다"며 "그래서 올해는 다시 '경북고의 원태인으로 돌아가보자'라는 마인드로 경기에 임했는데 그래서 그런지 다시 학창 시절과 같은 피칭이 나온 것 같아서 기분 이 좋다"고 말했다.

이젠 자신의 시즌 최다승(2021년 14승)을 넘어 다승왕까지도 충분히 노려볼 만한 위치에 올라섰다. 그럼에도 원태인은 "정말 욕심이 없다. 10승을 한 뒤부터 보너스 경기라고 생각하고 매 경기에 나서고 있다"며 "오늘도 1-0에서 내려왔는데 승리가 지켜지는 걸 보면 운이 따르고 있긴 한 것 같다. 아마 다승왕을 한다고 하더라도 훈련소 입대로 인해 시상식에 참여를 하지 못할 것 같기도 하고 여러 측면에서 욕심낸다고 되는 것도 아니어서 욕심을 갖지 않고 있다"고 설명했다.

원태인(왼쪽)이 이닝을 마치고 동료들의 환영을 받으며 더그아웃으로 향하고 있다. /사진=삼성 라이온즈 제공 원태인(왼쪽)이 이닝을 마치고 동료들의 환영을 받으며 더그아웃으로 향하고 있다. /사진=삼성 라이온즈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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