롯데 고승민. /사진=롯데 자이언츠 제공
올 시즌 데뷔 첫 풀타임 시즌을 보낸 '천재타자' 고승민(24·롯데 자이언츠). 막바지 부상 속에서도 성공적 마무리를 한 그가 당찬 포부를 드러냈다.
고승민은 올해 정규시즌 120경기에 출전, 타율 0.308(481타수 148안타) 14홈런 87타점 79득점 5도루 OPS 0.834를 기록했다. 5월 이후 주전 2루수 자리를 차지한 그는 생애 첫 규정타석을 채우면서 3할 타율까지 달성했다. 또한 지난 1999년 박정태가 세운 롯데 2루수 최다 타점 기록(83타점)도 넘어섰다. 수비에서도 김태형 롯데 감독이 "10개 구단에서 '톱'이다"라며 기를 세워줬다.
시범경기에서 타율 0.474(19타수 9안타)로 쾌조의 타격감을 보였던 고승민은 시즌 첫 8경기에서 타율 0.167로 부진했다. 결국 그는 4월 4일 1군에서 말소됐다. 김태형 감독은 당시를 돌아보며 "급하게 타이밍을 가져갔다. 투수한테 힘을 쓸 레그킥을 못했다"고 설명했다.
하지만 같은 달 26일 1군 엔트리에 복귀한 고승민은 5월부터 본격적으로 주전 2루수 자리를 차지하며 활약을 시작했다. 안치홍이 한화 이글스로 이적한 공백을 완벽히 채운 그는 7월(0.253)을 제외하면 매월 월간 타율이 3할을 넘기는 모습을 보였다. 지난달 17일 사직 LG 트윈스전에서는 KBO 32번째이자 롯데 역사상 4번째 사이클링 히트를 기록했다.
사이클링 히트를 기록한 고승민(가운데)을 축하해주고 있는 롯데 선수들. /사진=롯데 자이언츠 제공
결국 고승민은 시즌이 끝나기도 전인 9월 말 수술 일정을 잡았다. 그는 오는 14일 고려대학교 안암병원에서 왼손 엄지 인대 수술을 받는다. 이에 따라 11월 열리는 WBSC 프리미어 12에도 출전하지 못하게 됐다.
그럼에도 고승민은 시즌 최종전인 10월 1일 창원 NC 다이노스전까지 출전했다. 햄스트링이 좋지 않아 선발에서는 빠졌지만, 경기 중반 대타로 나와 9회 초 홈런포까지 터트렸다. 특히 이 홈런이 의미있었던 건 시즌 최다안타 신기록에 도전하던 팀 동료 빅터 레이예스에게 타석 기회를 줬기 때문이다. 결국 레이예스는 시즌 202번째 안타를 터트리며 신기록 달성에 성공했다.
경기 후 고승민은 취재진과 인터뷰에서 "딱 202개를 치길 원했다"고 말했다. 왜 그랬을까. 그는 "언젠가는 나도 도전해야 한다"며 웃었다. 곧바로 "장난이다"고 했지만, 그는 "혹시 모르는 거다"며 여지를 남겼다.
올 시즌을 돌아본 고승민은 "아쉽기도 하고 힘들면서도 재밌고 그랬다"며 "좀 뿌듯했다"고 자평했다. 본인의 말처럼 고승민은 만족할 시즌을 만들면서 유종의 미를 거뒀다.
롯데 고승민(오른쪽)이 1일 창원 NC전에서 9회 초 2점 홈런을 터트린 뒤 빅터 레이예스와 포옹하고 있다. /사진=롯데 자이언츠 제공