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진=MBC '라디오스타' 캡처
'라디오스타'
27일 오후 방송된 MBC '라디오스타' 892회는 '언니 더 파워업' 특집으로 꾸며졌다. 가수 백지영, 송가인, 메이크업 아티스트 이사배, '미국통' 김지윤이 게스트로 출연했다.
이날 백지영은 지난 2018년 북한 평양에서 열렸던 남북 평화 협력 기원 공연을 떠올렸다. 당시 그는 조용필, 최진희, 이선희, 강산에, 윤도현 밴드, 정인, 알리, 그룹 레드벨벳, 소녀시대 서현, 피아니스트 김광민 등과 함께 남한예술단에 포함돼 무대를 꾸몄었다.
백지영은 "그때 '총 맞은 것처럼', '잊지 말아요'를 불렀는데 북측에서 정해준 선곡이었다. 그 무렵이 누가 처형을 당한 일이 있던 직후라, 왜 나한테 '총 맞은 것처럼'을 불러달라 했을까 싶었다. 너무너무 무서운데 차마 안 하겠다는 말을 못 하겠더라. 근데 막상 불렀더니 (반응이) 생각보다 아무렇지 않았다"라고 회상했다.
그러면서 그는 "공연장에 김정은이 온다는 얘기는 없었다. 갑자기 온 거다. 북측 수행원들이 우리 쪽 스태프들은 다 놔두고 연예인들만 일렬로 줄을 세워 데리고 갔다. 왜 가는 거야 싶고, 뒤에서 매니저가 '누나' 이러고 쳐다보는데 그때가 진짜 불안한 순간이었다. 따라갔더니, 김정은·리설주 부부가 와 있더라. '공연 잘 봤다'며 다 한 번씩 악수를 나눴다"라고 놀란 가슴을 쓸어내린 일화를 꺼냈다.
이어 백지영은 "기념사진을 찍는데 앞사람들 때문에 뒷 줄이 안 보여서, 사진작가님이 '1열은 앉아달라'라는 주문을 했었다. 그때 김정은이 '그럼 나도 앉아야 되냐' 하는 거다. 뭔 일 나는 거 아닌가 싶었는데 그러곤 혼자 너털 웃음을 짓더라. 김정은 나름 농담을 한 거다. (윤)도현 오빠가 얼른 앞으로 가서 앉았다"라고 덧붙였다.
또한 백지영은 "리허설 날엔 북측 가수들이 예정에 없던 '우리의 소원은 통일'을 꼭 부르자고 하더라. 바로 다음 날이 공연인데. 북측은 4성부가 준비돼 있어서 딱 하니 화음이 바로 나오더라. 저희는 대중가수이고 맞춰본 적이 없어서 잘 안 맞았다. 결국 (이)선희 언니가 화나서 저랑 정인, 알리를 불러다가 화성과 코러스를 짜오라고 했다. 그래서 제 호텔방에 모여 밤새 화음을 쌓는 연습을 했다"라고 전했다.
현송월 등 북측 가수들과의 뒤풀이 에피소드도 공개했다. 백지영은 "돌아가는 마지막 날 새벽, 비행기 타기 직전까지 다 같이 (술을) 마셨다. 40도 평양 소주에 16도 대동강 맥주, '소맥' 폭탄주를 타서. 저 정말 (잔을) 셀 수 없이 마셨다. 기억이 없다"라고 밝혀 웃음을 자아냈다.
이어 그는 "왜냐하면 저희 팀에 술 마실 사람이 없었다. 그때 조용필 선배님 몸이 조금 안 좋으셨고 (이)선희 언니는 원래 술을 잘 안 마시고, 정인이랑 알리는 간이 작아 못 먹더라. 그래서 저랑 (윤)도현 오빠가 총대를 멨다. 술을 마시면 풀어지다 보니 되게 의미 있는 자리였다"라고 얘기했다.
현송월과는 언니-동생 사이가 됐다는 것. 백지영은 "제가 현송월보다 언니라는 걸 그때 처음 알았다. 나중에 찍은 영상을 보니까 제가 '(현)송월아' 부르고, 현송월은 제게 '네 언니' 그러고 있더라. 재밌었다. 정치 그런 거 없이 술자리에서 만나니 좋더라"라고 추억에 잠겼다.
'라디오스타'는 매주 수요일 오후 10시 30분에 방송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