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 1점이 바꾼 흐름' 숫자로 담을 수 없는 '레전드', "코트에 있는 것만으로도 힘이 된다"

인천=안호근 기자  |  2024.12.04 06:41
현대캐피탈 문성민. /사진=KOVO 제공 현대캐피탈 문성민. /사진=KOVO 제공
자칫 풀세트로 향할 수 있던 상황. 17-21로 열세에서 문성민(38·천안 현대캐피탈)이 투입됐고 결정적인 블로킹을 해냈다. 단숨에 흐름이 뒤바뀌었고 최종 승자는 현대캐피탈이 됐다.


현대캐피탈은 3일 인천 계양체육관에서 열린 2024~2025 도드람 V리그 대한항공과 남자부 방문경기에서 세트스코어 3-1(25-22, 25-19, 22-25, 25-23)로 이겼다.

1라운드에 이어 2라운드에서도 대한항공을 꺾은 현대캐피탈은 승점 9승 2패, 승점 26을 기록하며 대한항공(승점 25)을 제치고 선두를 탈환했다.


1,2세트를 챙긴 현대캐피탈은 3세트를 내줬고 4세트에도 끌려갔다. 17-21로 위기에 몰린 상황. 벤치를 지키던 베테랑 문성민이 투입됐다.

한국 배구의 '리빙 레전드' 문성민은 해외리그 활약을 마치고 국내리그 생활을 시작한 2010년부터 현대캐피탈에서만 15번째 시즌을 보내고 있다. 앞선 14시즌 동안 통산 367경기에서 4808득점을 올렸고 공격 성공률 50% 이상, 서브 성공 351개, 803블로킹을 기록했고 국가대표에서도 맹활약했다.


2008~2009시즌 분데스리가에서 서브상을 받았고 V리그에선 정규리그 최우수선수(MVP) 두 차례를 달성했고 챔피언결정전 우승 트로피도 두 개를 꼈다.

그러나 많은 나이로 인해 예전 같은 기량을 보이지 못했고 점점 기회가 줄어들었다. 필립 블랑 감독이 부임한 올 시즌엔 더 기회가 줄었다. 앞선 5차례 교체로 출전했던 경기에선 득점 기회도 한 번 없었다.

문성민(가운데). /사진=KOVO 제공 문성민(가운데). /사진=KOVO 제공
이날도 문성민을 향해 날아든 토스는 없었다. 그럼에도 정한용의 퀵오픈을 완벽히 막아내며 시즌 첫 득점을 기록하며 분위기를 뒤바꿨다. 대한항공은 작전타임을 불렀지만 정한용은 문성민의 블로킹 벽 앞에 공격 범실을 저질렀다. 다시 한 번 대한항공이 흐름을 끊어갔지만 분위기는 이미 현대캐피탈 쪽으로 넘어가 있었다. 레오의 퀵오픈으로 동점, 상대 범실과 허수봉의 백어택으로 역전을 이뤄냈고 다시 한 번 레오의 퀵오픈에 이어 이준협의 블로킹으로 경기를 마무리했다.


문성민의 교체 투입과 블로킹 하나가 결정적인 승리의 요인이었다. 경기 후 블랑 감독은 "이런 게 교체 선수들에게 필요로 했던 부분이다. 코트에 와서 리듬을 바꿔주는 건 연습 때도 누구보다 열심히 해줬기에 가능한 부분"이라며 "이준협은 황승빈과 마찬가지로 잘해주고 있다. 문성민은 가장 경험 많고 프로의식이 강한 선수"라고 칭찬했다.

그 상황에서 문성민을 투입한 이유에 대해선 "문성민은 훈련 강도를 조절하고 있지만 할 때는 잘해주고 있다"며 "신펑의 공격 효율 떨어져 본인 스스로 공격 패턴을 어떻게 가져갈지 몰랐기에 문성민이 훈련장에서 보여준 모습을 해줄 것이라고 기대해 투입했다"고 말했다.

허수봉 역시 "4세트에 지고 있을 때 1세트 때 우리가 계속 버텨서 역전시켰다고 생각해 버티면 기회가 올 것이라고 말했다"며 "성민이 형이 들어와 분위기를 전환시키는 블로킹 하나가 터닝 포인트였다고 생각한다. 지고 있어도 이길 수 있다는 마음가짐으로 임했다"고 설명했다.

이어 "여전히 에이스이고 코트에 계신 것만 해도 힘이 된다"며 "성민이 형도 분위기를 바꿔주고 파이팅도 잘해준다. 선수들도 믿고 있었다. 분위기가 더 타오른 비결"이었다고 흐뭇한 미소를 감추지 못했다.

단 한 점에 불과했다. 올 시즌 첫 득점이고 많은 나이로 팀에 기여할 수 있는 부분도 확연히 줄어들었다. 그럼에도 '전설의 아우라'는 결코 숫자만으로 해석할 수 없다는 걸 명확히 보여준 경기였다.

문성민(오른쪽)과 허수봉. /사진=KOVO 제공 문성민(오른쪽)과 허수봉. /사진=KOVO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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