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대호 형 얼마나 외로웠을까..." 육성선수→어느덧 최선참, 36세 타자의 고백 "베테랑은 참 어려운 자리"

부산=양정웅 기자  |  2023.09.16 07:01
롯데 정훈(오른쪽). 롯데 정훈(오른쪽).
정훈(오른쪽)과 선수 시절의 이대호. 정훈(오른쪽)과 선수 시절의 이대호.
10년 넘게 동고동락한 '큰형'이 팀을 떠났다. 이제 '절친' 후배는 형의 마음을 조금씩 알아가고 있다. 롯데 자이언츠의 베테랑 정훈(36)이 이제는 고참이 돼 후배들을 이끌고 있다.


정훈은 15일 부산 사직야구장에서 열린 키움 히어로즈와 2023 신한은행 SOL KBO 리그 홈 경기 후 "예전 영상을 보면서 반성을 많이 했다. 그땐 굉장히 열심히 했는데 초심을 잃은 기분이다"고 말했다.

정훈은 최근 금자탑을 쌓았다. 지난 5일 울산 문수야구장에서 열린 삼성 라이온즈와 홈 경기에서 2번 타자 겸 1루수로 선발 출전한 그는 팀이 6-3으로 앞서던 5회 말 2사 1, 2루에서 우규민을 상대로 중견수 앞으로 향하는 안타를 터트렸다.

이 안타로 정훈은 개인 통산 1000안타를 달성하게 됐다. KBO 역대 116번째이자 롯데 소속으로 1000안타를 기록한 9번째 선수가 됐다. 지난 2010년 1군 데뷔 후 13년 만이자 2006년 프로 입단으로부터 무려 17년이 지나서야 달성한 마일스톤이었다.

정훈의 통산 1000안타 기념구. /사진=롯데 자이언츠 제공 정훈의 통산 1000안타 기념구. /사진=롯데 자이언츠 제공
물론 정훈의 1000안타 기록이 KBO 역사에 남을 불후의 기록은 아니다. 정훈과 한솥밥을 먹었던 이대호(41·은퇴, 2199안타)와 손아섭(35·NC, 2387안타)은 이미 2000안타를 넘겼고, 팀 내에도 최고참 전준우(37)가 1778안타를 때려내면서 앞서나가고 있다.

하지만 정훈의 커리어 출발점을 생각하면 쉽게 생각할 수 없는 일이다. 정훈은 마산용마고를 졸업한 후 2006년 현대 유니콘스에 육성선수로 입단했다. 그러나 1년 만에 방출된 후 육군 현역병으로 군 복무를 마쳤고, 초등학교 지도자 생활을 거친 끝에 2010시즌을 앞두고 롯데 유니폼을 입었다. 1군에서 조금씩 자리를 잡아가기 시작한 정훈은 2013년 113경기에 출전해 88안타를 터트리며 본격적인 안타 생산에 들어갔다.

이후 주전 2루수 자리를 꿰찬 정훈은 2014년 140안타, 2015년 146안타를 기록하면서 타격에서 재능을 보였다. 이후 수년간 백업으로 인고의 시간을 보냈던 그는 2020년 주전 1루수 자리를 차지한 후 121안타, 2021년 142안타를 터트리면서 부활에 성공했다. 올 시즌에는 63경기에서 37안타를 기록하면서 타율 0.266을 마크하고 있다. 옆구리 부상 등으로 1군에서 말소되기도 했으나, 타격에서 팀에 기여하고 있다.

정훈. /사진=롯데 자이언츠 정훈. /사진=롯데 자이언츠
올 시즌에 대해 정훈은 "야구 인생에서 또 배울 수 있는 그런 한 해였다"고 말했다. 그는 "초반에 결과가 잘 안 나오다 보니 힘든 시기도 많았는데, 이를 통해 야구 인생에서 분명히 배운 점이 있다"며 "그걸 밑거름으로 삼아 최대한 버틸 때까지 야구를 해보겠다"고 말했다.

올해는 정훈에게 특별한 한해라고 할 수 있다. 그동안 자신의 버팀목이 돼주었던 이대호가 선수 생활을 마감했기 때문이다. 2010년 롯데 입단 후 이대호와 친해진 정훈은 개인훈련에도 동행하며 조언을 얻는 등 많은 도움을 얻었다. 야구가 없는 날에도 만나서 식사를 할 정도로 절친한 관계다. 정훈은 지난해 이대호의 은퇴식에서 눈물을 쏟아내면서 친한 형과 이별을 아쉬워 했다.

이대호(왼쪽)와 정훈. 이대호(왼쪽)와 정훈.
정훈(왼쪽 2번째)이 지난해 이대호의 은퇴식 때 이대호와 포옹하며 눈물을 흘리고 있다. 정훈(왼쪽 2번째)이 지난해 이대호의 은퇴식 때 이대호와 포옹하며 눈물을 흘리고 있다.
이제 이대호가 은퇴하면서 정훈은 한 살 위 전준우와 함께 팀 내 최고참 역할을 하고 있다. 정훈은 "'(이)대호 형이 얼마나 외로웠을까'라는 생각을 많이 했다"고 말했다. 그는 "여기는 프로이기 때문에 후배들을 이끌기 위해서는 어느 정도의 성적도 따라와야 되고, 그런 부분들이 있어서 (최고참은) 어려운 자리 같다"고 털어놓았다.

그러면서 정훈은 "그 자리를 그렇게 오랫동안 잘했던 대호 형이 그립기도 하고, 또 보고 싶다"면서 "한편으론 또 대단하다는 생각도 한다"고 이야기했다. 그는 "아무튼 올해는 또 많이 그리운 해였다"며 멋쩍은 웃음을 지었다.

최선참이 된 정훈은 이제 말보다는 행동으로 보여주고 있다. 그는 "게임을 보면 알겠지만 베테랑 고참인데도 죽기 살기로 뛰고 있다"면서 "매년 팬들께 이런 모습을 보여드려 죄송하지만, 결과도 결과지만 선수들이 어떻게 치고 달리는지를 봐주셨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올해도 승패 마진 그런 건 잘 모르겠고 그냥 한 게임 한 게임 끝날 때까지 전력으로 할 생각이다"며 끝까지 최선을 다하겠다는 뜻을 밝혔다.

정훈. /사진=롯데 자이언츠 정훈. /사진=롯데 자이언츠
정훈. /사진=롯데 자이언츠 정훈. /사진=롯데 자이언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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