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바타'로 두드리는 계산기...니들이 손익분기점을 알아?

침체된 극장가서 손익분기점에 대한 관심이 높아지는 이유

윤지훈 아이즈 칼럼니스트  |  2023.01.02 13:11
'아바타: 물의 길', 사진제공=월트디즈니컴퍼니코리아 '아바타: 물의 길', 사진제공=월트디즈니컴퍼니코리아
#.2억3700만 달러. 현재 1달러당 1300원의 환율을 적용해 원화로 환산하면 3108억5000만여원에 해당한다.


2009년 12월 전 세계 관객을 만난 할리우드 블록버스터 '아바타'의 순 제작비 추산 규모이다. 홍보마케팅 비용까지 포함하면 3억 달러를 훌쩍 넘어선다는 추정이 나오기도 한다.

#.29억2290만여 달러. 같은 기준의 우리 돈으로 따져 3조8331억원이다.

그해 12월17일 한국을 비롯해 전 세계에서 개봉해 벌어들인 뒤 '아바타'가 벌어들인 월드 와이드 수입액이다. 이는 역대 글로벌 박스오피스 1위 기록이다. 당시 한국에서만 1362만4000여명의 관객을 동원하며 1284억4700여만원의 누적 매출액을 기록했다. 최첨단 기술력을 활용한 영상으로 '아바타'가 전 세계 관객의 뜨거운 호응을 얻었음을 보여준다.

그로부터 13년의 시간이 흐른 뒤 14일 '아바타'의 속편 '아바타: 물의 길'이 세계 최초로 한국에서 개봉한다. 직후 벨기에, 독일, 프랑스 등 유럽을 비롯해 홍콩 등 아시아권, 아르헨티나와 브라질 등 남미권 등 전 세계로 상영관을 확장해간다. 전 세계 영화시장 1·2위를 다투는 미국과 중국에서도 한국시간으로 16일 선보인다. 이 같은 일정을 앞두고 '아바타: 물의 길'이 거둘 흥행 성과에 세계적인 시선이 쏠린다.

기준은 단연 BEP, 즉 손익분기점(Break-Even Point)이다.

#'아바타'가 불러낸 BEP에 대한 관심

'아바타: 물의 길'의 연출자 제임스 카메론 감독은 자신의 작품이 "손익분기점에 도달하려면 역사상 세 번째 또는 네 번째로 높은 수익을 올려야 한다"고 매거진 GQ 인터뷰에서 언급한 바 있다. 그의 말대로라면 '아바타: 물의 길'은 최소 20억 달러의 월드 와이드 매출 규모를 넘어서야 한다. 현재 전 세계 역대 흥행 3위 흥행작은 '타이타닉'으로, 20억 달러(2조8000억원)를 벌어들였다.(제임스 카메론 감독 자신이 1998년 연출한 '타이타닉'의 성과를 뛰어넘어야 한다는 점이 흥미롭다)

그렇다면 '아바타: 물의 길'의 제작비 규모는 어느 정도일까. 세계 최대 규모의 영화정보 사이트 IMDB는 3억5000만 달러로 추산하고 있다. 우리 돈으로 4588억8500만원가량이다. 1편의 추산 제작비에서 30%가 늘어난 규모이다. 그야말로 천문학적 규모라 할 만하다.

롯데시네마 월드타워점. 사진제공=롯데컬쳐웍스 롯데시네마 월드타워점. 사진제공=롯데컬쳐웍스


이 같은 상황은 일반적인 영화의 손익분기점에 대한 관심을 새삼 환기시킨다. 손익분기점은 극장 관람료 등 한 편의 영화가 거둬들이는 매출액이 제작비 규모와 일치하는 지점이다. 매출액 규모가 제작비를 뛰어넘는 순간부터 그만큼 수익이 된다.

중요한 것은 영화 한 편의 제작비 규모를 알지 못하고서는 해당 작품의 손익분기점을 함부로 추산할 수 없다는 점이다. 더욱이 매출액이 아니라 극장 관객수를 손익분기점의 기준으로 삼는 한국의 상황에서 제작비 규모에 대한 정보 없는 손익분기점 추산은 잘 와닿지 않는다.

# 손익분기점을 알려주마

한국의 영화업계는 통상적으로 한 작품의 손익분기점을 제작비 규모의 3배에 해당하는 극장 관객수로 따져왔다. 100억원의 제작비가 투입된 작품은 그 3배의 관객수, 즉 300만명이 손익분기점인 셈이다. 극장 영화 관람료를 장당 최대 1만원으로 가정하고 한국영화를 기준으로 투자배급사와 각 극장은 관람료 수입을 5500원:4500원의 비율로 나눠 갖는다. 투자배급사는 4500원 가운데 배급 수수료 등 비용을 뺀 평균 3600∼3800원가량을 관객 1인당 객단가로 본다. 여기에 전체 관객수를 곱해 대략의 손익분기점을 계산한다.

단, 제작비는 대체로 한 편의 영화를 만드는 데 들어간 순 제작비와 여기에 홍보마케팅 비용을 합친 총 제작비로 나뉘어 산정한다. 정확한 손익분기점은 총 제작비 기준으로 들여다봐야 함은 물론이다.

최근 개봉작 '올빼미'의 예를 들어 살펴보자. 최근 언론 보도에 따르면 '올빼미'의 제작비 규모는 90억원이다. 하지만 총 제작비인지, 순 제작비인지는 알려지지 않아 손익분기점을 추산하는 데 한계가 없지 않다. 그런데도 적지 않은 매체들이 '올빼미'가 11일 현재까지 누적 210만여명을 불러 모아 손익분기점을 넘겼다고 전했다. 위의 단순 산술방식으로 보면, '올빼미'의 손익분기점은 90억원 제작비 규모의 3배에 해당하는 270만명이 되어야 한다.

통상 업계의 손익분기점 산술 방식과 사실임을 전제로 한 언론 보도 내용의 차이는 대체 왜 생겨나는 걸까.

'올빼미', 사진제공=NEW '올빼미', 사진제공=NEW
#손익분기점이 낮아진 까닭

극장 영화 관람료 상승을 간극의 한 요소로 꼽을 수 있다. 평일 평균 영화 관람료가 올해 상반기 기준 1만78원(영화진흥위원회 '영화티켓지수로 알아본 영화관람 가격 적정성 점검' 보고서)라는 점에서 한 편의 영화가 벌어들이는 장당 티켓 수입 규모가 예전보다 커졌다.

하지만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사태 이후 극장 관객이 크게 줄어든 상황에서 관객수만을 기준 삼는 것은 영화업계 내부에서 더 이상 의미를 갖지 못한다. 감염병 확산으로 절대적인 극장 관객수가 감소했는데도 여전히 이를 잣대로만 흥행 여부를 따질 경우 적지 않은 작품이 상업적으로 실패했음을 인정할 수밖에 없게 되기 때문이다.

종전의 지상파 및 방송채널은 물론 OTT(온라인 동영상 서비스)와 IPTV(양방향 TV 서비스) 등 온라인 상영 규모가 커지는 등 급속히 달라진 영화의 부가판권 시장 환경이 또 하나의 잣대로 떠오른 배경이기도 하다. 기존의 극장 관객수에 인상된 관람료와 온라인 상영 등 부가판권 시장의 매출 규모 등이 합쳐지면 그만큼 한 편의 영화가 찍는 손익분기점이 예전과는 달라지는 것이다. 종전의 단순 산술방식보다 손익분기점이 그만큼 낮아진다는 얘기다.

한국영화의 경우, 작품적 완성도에 대한 호평과 케이(K) 콘텐츠에 대한 관심 등에 힘입는 해외 수출 성과의 비중이 더욱 커지면서 손익분기점은 더욱 낮아진다.

이처럼 손익분기점 추산 기준이 이처럼 달라지고 있는 건 한편으로 감염병 확산으로 인해 전반적으로 침체한 영화산업의 안타까운 현실을 드러내는 것이기도 하다. 예전과는 다른 산정 방식에 기대 손익분기점을 낮춰 알림으로써 '흥행↔입소문↔상업적 성공의 선순환'이라는 신호를 관객에게 주려는 산업 주체들의 절박함으로 봐도 지나친 시선이 아니라는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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