포스트 '변호인' 꿈꾸는 영화는? '또 하나의 약속'

전형화 기자  |  2014.01.09 10:14


'변호인'이 800만명을 넘어 천만 관객을 향해 달려가고 있는 요즘, 과연 어떤 영화가 '변호인' 뒤를 이을지 영화계 안팎의 관심이 쏠리고 있다.


지난달 18일 전야 개봉한 '변호인'은 8일까지 834만명을 동원했다. '변호인'은 1980년대 초반을 배경으로 세금 전문 변호사가 단골 국밥집 아들이 시국사건에 휘말리자 변호를 맡으면서 벌어지는 이야기. 고 노무현 대통령이 인권변호사로 활동하게 되는 계기가 된 부림사건을 모티프로 했다.

'변호인'은 실화를 바탕으로 했지만 억울함을 풀어주는 법정영화이자 변호사 스스로가 성장하는 성장영화로 많은 관객의 공감을 사고 있다. 누구를 이야기한다기보다 무엇을 이야기하느냐로 뜨거운 공감을 얻고 있다.


올해 한국영화에는 '변호인'처럼 억울한 사람의, 억울한 사람들이, 억울한 사람들을 위한 영화들이 차례로 등장한다.

우선 2월6일 '또 하나의 약속'이 개봉한다.


'또 하나의 약속'은 삼성반도체 근무 중 꽃다운 나이에 백혈병에 걸려 세상을 떠난 고 황유미씨에 대한 산재 인정 판결이란 실화를 바탕으로 만들어졌다. 김태윤 감독은 황유미씨의 아버지인 택시기사 황상기씨 이야기를 접하고 영화로 만들 결심을 했다. 황유미씨는 병마와 싸우다 병원에 가던 중 아버지 택시 뒷자석에서 세상을 떠났다. 아버지 황상기씨는 주위 만류와 회유에도 기나긴 싸움을 시작해 6년만인 2011년 6월 산재 인정 판결을 받았다.

민감한 소재를 영화로 만들었기에 제작과정이 순탄하지는 않았다. 제작비가 부족해 촬영이 중단될 위기에 처했다가 익명의 독지가의 도움으로 진행된 적도 있다. 제작비는 개인투자자들의 십시일반으로 충당 됐다.

하지만 '또 하나의 약속' 측은 영화를 선전선동 영화로 보는 시선을 부담스러워한다. '또 하나의 약속'으로 첫 배급에 나서는 투자배급사 OAL 김윤미 대표는 "이 영화는 아버지가 딸에게 한 약속들에 관한 이야기다"며 "많은 사람들이 '7번방의 선물' 같은 공감을 얻을 것"이라고 말했다. 당초 '또 하나의 가족'이었던 제목을 '또 하나의 약속'으로 바꾼 것도 그 때문이다. '또 하나의 약속'은 여느 상업영화처럼 300여개 스크린에서 개봉할 계획이다.

올 상반기에는 김성제 감독의 '소수의견'이 관객과 만난다.

손아람 작가의 동명소설을 바탕으로 한 '소수의견'은 용산 참사 사건을 모티프로 한 작품. 용산 사태는 2009년 1월20일 서울 용산 남일당 건물 옥상에서 점거농성을 벌이던 세입자와 전국철거민연합회 회원들, 그리고 경찰과 용원 직원들간의 충돌 끝에 벌어진 화제로 철거민 5명, 경찰특공대 1명이 사망한 사건이다.

'소수의견'은 특별한 의지도 없이 국선변호사가 된 주인공이 재개발 시위현장에서 경찰을 죽인 박재호씨를 변호하게 되면서 벌어지는 법정 영화. 박씨는 시위현장에서 16살 난 아들이 죽자 격분해 20살 경찰을 살해한다. 경찰은 박씨의 아들을 죽인 건 경찰이 아니라 용역이라고 주장하는 가운데 주인공 변호사는 진실을 밝히기 위해 고군분투한다. 특별한 의지가 없던 변호사는 사건을 담당하면서 점점 달라진다. 법정영화로 '변호인'과 얼개가 비슷하다.

'또 하나의 약속'과 '소수의견'은 '변호인'처럼 실화를 바탕으로 했다는 점, 억울한 사람이 사실을 밝혀내기 위해서 싸우는 점, 법정영화라는 점에서 닮았다. '변호인' 바람이 그대로 이어질지에 관심이 쏠릴 수밖에 없다.

지난해 한국영화는 대선 직후 개봉한 '레미제라블'에 이어 '박수건달'과 '7번방의 선물'이 흥행몰이를 이어갔다. 세편은 감동과 눈물이라는 공통점으로 힐링영화들이라 불렸다.

'변호인' 신드롬은 지난해 '안녕들 하십니까' 대자보로 환기된 사회참여 공감과 맞닿아있다. 취업난에 허덕이는 젊은 세대들에겐 사회에 눈을 돌리는 계기를, 생활에 지친 중장년층에게는 잊고 있던 상식에 공감을 불러일으켰다.

'또 하나의 약속'과 '소수의견'이 이런 시대적 공감을 이어간다면 '변호인' 신드롬을 이을 수도 있을 것 같다.

올해 한국영화에는 복수물도 대거 나온다.

이정호 감독의'방황하는 칼날'은 딸이 전라의 시체로 발견되고 범인의 집에서 약에 취한 채 강간당하는 딸의 동영상을 보게 된 아버지가 범인 중 한 명을 우발적으로 죽인 뒤 경찰에게 쫓기면서 나머지 범인을 찾아 나서는 이야기다. 황인호 감독의'몬스터'는 하나 뿐인 동생을 연쇄살인범에게 잃은 한 여자가 범인을 쫓는 스릴러다. 이민기와 김고은, 젊은 피들이 주인공이다.

조범구 감독의'신의 한수'는 내기 바둑으로 모든 것을 잃은 남자가 감옥에서 싸움을 연마하고 출소한 뒤 동료들을 모아 복수에 나서면서 벌어지는 일을 그린다.

영화는 현실을 반영하고, 좋은 영화는 현실에 반 발자국 앞서간다. 억울한 사람들이 법정에서 다투고, 법보단 스스로 해결에 나서는 이야기들이 영화로 많이 만들어지는 건 분명 시대의 공기를 담고 있다.

전형화 기자 aoi@mtstar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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