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BO 새 공인구 선정 작업 한창, 정작 야구인은 없다?

김우종 기자  |  2017.08.07 10:00
WBC 공인구. WBC 공인구.


KBO리그가 단일 공인구를 도입한 지도 2년이 지났다. 올해로 스카이라인과의 공인구 계약이 만료되는 가운데, 한국 야구를 대표하는 새 야구공 선정 작업에 관심이 쏠리고 있다. 특히 지난번과는 달리 평가위원회에 야구인이 어느 정도 포함될 지도 관심사다.


KBO(한국야구위원회)는 2016 시즌부터 단일 공인구를 도입했다. 리그 경기에 사용하는 공의 품질 균일화 및 관리 강화를 통한 공정성 확보를 위해서였다. 대략 한 경기에 사용하는 공은 2박스(240개). 1군 경기 공인구 시장 규모는 약 10억 초반 대에서 형성돼 있다.

2015년 당시 입찰에 참여한 업체는 스카이라인과 빅라인, 맥스(현 ILB), 하드스포츠 등 4곳이었다. 이 업체들을 대상으로 3단계의 평가 끝에 결국 스카이라인사의 AAK-100이 단일 공인구로 선정됐다. 당시 계약기간은 2년. 이후 2016년부터 현재까지 시범경기와 정규시즌, 올스타전, 포스트시즌까지 KBO리그 모든 경기에서 AAK-100를 사용 중이다.


이제 올해를 끝으로 기존 공인구 업체(스카이라인)와의 계약이 만료된다. KBO는 새 단일 공인구 업체 선정 작업에 한창이다. 7월 3일 입찰 공고를 냈으며, 7월 10일부터 14일까지 샘플 공인 테스트가 진행됐다. 선수단 평가는 7월 18일부터 7월 말까지 이어졌다.

KBO는 공인구 선정을 위해 다양한 요소를 평가한다. 중국 등 외국에 위치한 현지 공장에도 실사를 다녀온다. 이를 바탕으로 평가위원회가 오는 8월 둘째 주 점수를 매긴 뒤, 9월 첫째 주 KBO 총재가 평가위원회의 의견을 참고해 최종 사업자를 선정한다.


그런데 지난 2015년 평가위원회에 야구인이 단 한 명밖에 포함되지 않은 것으로 밝혀지면서 논란이 일었다. 야구공을 직접 던지고 치며 잡는 건 프로야구 선수들이다. 하지만 경기 때 계속 사용할 공인구를 선정하는 데 있어 정작 야구인들이 평가위원회에 포함되지 못했던 것이다.

우선 배점 기준을 살펴보면 제조 능력 및 안정적 공급능력이 60점(20%), 선수단 평가가 60점(20%), 납품 가격 45점(15%), 품질 및 균일도 45점(15%), 회사 평가 및 재무건전성 30점(10%), 제조 기준 등 문제 발생 시 대처 능력 30점(10%), 공인료 15점(5%), 향후 야구 산업 발전 및 기여도가 15점(5%)이다. 이를 살펴 보면 300점 만점 중 선수들이 평가하는 비율이 20%에 불과하다.

KBO 박근찬 운영팀장은 스타뉴스와의 통화에서 "5개 구장에서 동시에 10개 팀 선수들(투수와 야수 포함) 중 일부가 참가, 평가를 실시했다. 이들은 공인구를 직접 만져보고 던져보면서 테스트를 했다"면서 "평가에 참가한 선수들의 이름과 규모 등은 현재 입찰이 진행 중이기 때문에 비공개로 한다"고 밝혔다.

지난 2015년 평가위원회는 13명의 각계 인사들로 꾸려졌다. 기술경영대학원장을 비롯해 선수협 사무국장, 대한야구협회 부회장, 교수, 현직 판사, 변호사, 회계사, 한국산업기술진흥원 이사, 산업연구원 박사 등이 평가위에 참석했다. 이들은 회사의 재무 상태와 산업적인 측면, 안정적인 공급 능력 등을 주로 평가했다. 그러나 야구인은 김소식 대한야구협회 부회장이 유일했다.

이와 관련, 심사 위원 명단이 추후에 공개된 뒤 '야구인이 너무 적은 것 아니냐'하는 문제점을 제기한 관계자들이 있었다. 정작 직접 야구공을 쓰는 프로야구 선수 혹은 선수 출신들이 전혀 평가에 참여하지 않은 것에 대해 의문을 제기한 것이다.

한 야구계 관계자는 "야구 선수들이 사용하는 공을 평가하는데 있어 정작 야구와는 전혀 무관한 인사들이 야구공을 어떻게 제대로 볼 수 있겠는가"라고 반문한 뒤 "투수 출신 야구 인사들이 직접 공을 던져보고, 포수 출신 야구인이 공을 직접 잡아봐야 정확히 어떤 공이 좋은지 체크할 수 있다. 야수들도 공을 던지면 어떤 공이 좋고 나쁜지 더 잘 안다"면서 현 시스템에 대해 의문을 제기했다. 이를 테면 선동렬 현 국가대표팀 감독이 공을 직접 만지고 던져보며, 야수 출신인 이종범 해설위원이 손에 쥔 채로 던져보고 쳐봐야 어떤 공이 더 좋은 지 잘 판단할 수 있다는 말이다.

이에 대해 KBO 관계자는 "비록 평가위에는 야구인이 없지만 선수단 평가를 실시하고 있다. 또 평가위의 배점 기준 중 선수단 평가가 60점(20%)으로 결코 낮지 않다"고 밝혔다.

이번 공인구 심사에도 평가위원회가 꾸려져 있다. 단 평가위 명단은 비공개를 원칙으로 한다. 각 업체들과 평가위원 간의 사전 접촉 등을 차단하기 위해서다. KBO 관계자는 "이번 평가위 역시 중립적인 인사들로 구성했다. 산업적인 측면이나 마케팅, 공인구의 품질 등에 대해 더욱 많이 신경을 쓰고 있다"고 강조했다.

최근 KBO는 전직 심판 금품 수수 및 입찰 비리 의혹 등으로 검찰의 수사를 받고 있다. KBO가 검찰 수사를 받는 건 이번이 처음이다. 앞서 서울중앙지검 강력부(부장검사 이용일)는 '심판 금전 수수 사건'과 관련해 정금조 클린베이스볼센터장을 소환해 조사하기도 했다.

이런 시끄러운 상황 속에서 이 건과는 별개로 공인구 선정 작업은 예정대로 진행 중에 있다. KBO 관계자는 "현재 검찰 수사를 받는 등 어려운 상황에 있지만 그렇다고 당장 마무리 캠프 때부터 써야 할 새 공인구 선정 작업을 안 할 수는 없는 노릇 아니겠는가"라고 되물었다. 비밀리에 진행되는 공인구 선정 작업이 막바지에 이르고 있는 가운데, 이번엔 야구 선수 출신 인사들이 얼마나 많이 평가위에 들어가 직접 공을 테스트 했을지 궁금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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