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진호의 실책은 김재호가 만들었다 [김경기의 스카이박스]

김경기 SPOTV 해설위원  |  2018.11.12 11:37
두산 김재호 /사진=뉴스1 두산 김재호 /사진=뉴스1
국내 프로야구 10개 구단 중 수비를 가장 잘 하는 팀을 꼽으라면 역시 두산이다. 하지만 이번 SK와 한국시리즈에서만큼은 그 모습이 온 데 간 데 없이 사라졌다.


두산은 한국시리즈 2승 3패, 벼랑 끝에 몰렸다. 두산 특유의 조직적이고 유기적인 경기력이 실종됐다. 특히 5차전 승부를 가른 '좌익수 실책'은 두산 야수진의 총체적인 난맥상을 고스란히 드러냈다. 엄밀히 따지면 수비의 핵심인 유격수 김재호가 빌미를 제공했다.

10일 열린 5차전서 두산 선발 후랭코프의 호투에 막혀 0-1로 끌려가던 SK는 7회말 2-1로 역전했다. SK가 2점을 내는 과정에서 확실한 안타성 타구는 정의윤의 좌전안타뿐이었다. SK는 무사 1루서 보내기번트로 1사 2루를 만들었다. 여기서 김성현이 좌중간 2루타를 때려 2루 대주자 김재현을 불러들였다. 좌익수 정진호와 유격수 김재호 사이에 중계플레이 실수가 나와 타자 주자 김성현은 3루까지 갔다. 1사 3루서 김강민이 때린 희생플라이가 결승점이 됐다.


눈여겨 봐야 할 장면은 정진호의 실책으로 기록된 중계플레이다. 1사 3루가 아닌 2루로 막았다면 7회는 1-1 동점으로 마칠 수도 있었다.

먼저 두산은 외야 전진 수비를 펼쳤다. 1-0으로 앞선 1사 2루였기 때문에 이는 충분히 납득 가능한 판단이다. 물론 정상 수비위치였다면 김성현은 좌익수 뜬공에 그쳤겠지만 결과론이다.


문제는 다음이다. 김성현의 타구가 좌중간으로 떨어졌을 때 김재호의 위치가 잘못됐다. 유격수는 외야수의 송구 방향을 결정한다. 2루나 홈, 3루로 향하는 라인 상에 선다. 주자 위치 파악이 어려운 외야수는 유격수를 보고 직감적으로 던지는 것이다. 스프링캠프 내내 반복 연습하는 플레이다.

김재호는 홈 방향에 서서 정진호의 송구를 기다렸다. 너무 안일했다. 경험이 풍부한 김재호가 착각을 했을 리도 만무하다. 주자가 1루에 있었다면 모를까, 홈 승부는 아예 늦은 상황이었다. 그렇다면 타자 주자를 염두에 두고 2루타로 막을 것인지 3루타로 막을 것인지, 선택지는 2개뿐이었다. 사실 2루타도 넉넉한 타구였기 때문에 최선의 판단은 3루 방향이었다. 차선이 2루, 홈 방향은 최악이었다.

외야수들은 매우 급박하다. 부정확한 중계는 전혀 놀랄 일이 아니다. 그래서 항상 트레일러를 둔다. 김재호가 3루 방향에 섰다면 공이 빠져도 뒤에 3루수가 있다. 2루 방향이었다면 2루수가 기다린다. 헌데 홈 방향에 섰다. 정진호의 송구가 높았다. 김재호가 안일하게 위치를 잡은 탓에 두산 내야진은 미처 대처를 할 수가 없었다.

경기를 하다 보면 나올 만한 실책이 있고 나와서는 안 되는 실책이 있다. 시즌 중에는 이런 플레이가 나오면 다음 날 문책성 보강 훈련을 시키기도 할 정도다. 약속된 플레이를 지키지 않으면 경기에 이길 수 없다. 아이러니하게도 두산은 국내 최고의 조직력을 자랑하는 팀인데 하필 한국시리즈에서 크나 큰 빈틈을 노출했다.

[김경기의 스카이박스]는 '미스터 인천' 김경기 SPOTV 해설위원이 스타뉴스를 통해 2018 KBO리그 관전평을 연재하는 코너입니다. 김 위원은 1990년 태평양 돌핀스에서 데뷔, 현대 유니콘스를 거쳐 2001년 SK 와이번스에서 은퇴한 인천 야구의 상징입니다. 2003년부터 2016년까지 14년 동안 SK에서 지도자의 길도 걸었습니다. 김 위원의 날카로운 전문가의 시각을 [김경기의 스카이박스]를 통해 야구팬들께 전해 드리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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