적장도 콕 집어 칭찬한 이민아... 아시안컵 설움 딛고 '반등'

화성=김명석 기자  |  2022.09.04 05:45
 3일 화성종합경기타운 주경기장에서 열린 대한민국 여자축구 대표팀 친선전 대한민국과 자메이카의 경기에서 이민아가 돌파하고 있다. /사진=뉴스1 3일 화성종합경기타운 주경기장에서 열린 대한민국 여자축구 대표팀 친선전 대한민국과 자메이카의 경기에서 이민아가 돌파하고 있다. /사진=뉴스1
대한민국 여자축구 국가대표팀과 평가전을 앞두고 론 도널드슨(36·미국) 자메이카 감독은 "10번과 11번이 좋은 선수라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여자대표팀의 10번은 지소연(31·수원FC 위민), 11번은 최유리(28·인천현대제철)였다. 동아시아축구연맹(EAFF) E-1 챔피언십(동아시안컵) 등 한국의 전력을 분석하면서 지소연과 최유리를 경계 대상으로 꼽은 것이다.


실제 3일 화성종합경기타운에서 열린 한국과 자메이카의 여자축구 평가전에서 지소연과 최유리는 맹활약을 펼쳤다. 지소연은 공격형 미드필더가 아닌 수비형 미드필더로 나서 플레이메이커 역할을 맡았고, 최유리는 전반 12분 결승골을 터뜨리는 등 상대 수비를 흔들었다. 덕분에 한국은 자메이카를 1-0으로 꺾었다.

경기 후 도널드슨 감독은 "역시 10번과 11번이 정말 좋은 선수들이라는 걸 증명한 경기였다"고 평가했다. 그런데 적장의 시선을 사로잡은 건 지소연과 최유리만이 아니었다. 도널드슨 감독은 "둘 외에도 7번 선수도 굉장히 좋은 활약을 보여줬다"고 덧붙였다. 이날 여자대표팀의 7번은 이민아(31·인천현대제철)였는데, 지소연과 최유리뿐만 아니라 이민아를 콕 집어 그의 활약상을 칭찬한 것이다.


실제 이날 이민아는 후반 교체되기 전까지 공격의 핵심 역할을 수행했다. 비록 공격 포인트를 기록하진 못했지만, 전반 12분 위협적인 중거리 슈팅으로 선제골의 발판을 마련했다. 이민아는 아크 정면에서 과감한 중거리 슈팅을 시도했고, 골키퍼가 가까스로 쳐낸 공을 최유리가 빈 골문에 차 넣었다. 최유리의 결정력만큼이나 이민아의 중거리 슈팅도 의미가 큰 장면이었다.

뿐만 아니었다. 이날 이민아는 지소연 이금민(28·브라이튼&호브 알비온 위민)과 함께 2선 중원에 포진했는데, 공격과 수비에 걸쳐 존재감을 보여줬다. 강력한 전방 압박으로 공을 다시 빼앗으며 팬들의 박수를 받았고, 중원에서 상대의 패스를 미리 예측하고 끊어낸 뒤 직접 역습을 전개하기도 했다. 절묘한 수비 뒷공간 침투로 지소연의 패스를 오른발로 슈팅한 공이 옆그물에 맞으며 상대의 간담을 서늘케 한 장면도 있었다.


 3일 화성종합경기타운 주경기장에서 열린 대한민국 여자축구 대표팀 친선전 대한민국과 자메이카의 경기에서 이민아가 드리블하고 있다. /사진=대한축구협회 3일 화성종합경기타운 주경기장에서 열린 대한민국 여자축구 대표팀 친선전 대한민국과 자메이카의 경기에서 이민아가 드리블하고 있다. /사진=대한축구협회
앞서 지난 1월 AFC(아시아축구연맹) 여자 아시안컵에서의 '설움'을 딛고, 지난 E-1 챔피언십 대만전을 기점으로 보여준 완전한 상승세를 이어갔다는 점에서 의미가 컸다. 사실 콜린 벨(60·잉글랜드) 감독 부임 전만 하더라도 이민아는 여자축구 중원의 핵심이었다. 다만 부상 여파로 지난 2019년 FIFA(국제축구연맹) 여자월드컵에서 제대로 출전하지 못했고, 이후 재활 등과 맞물려 벨 감독 부임 이후 한동안 대표팀에서 승선하지 못하는 아픔도 겪었다.

부상에서 회복한 뒤 벨 감독의 부름을 받기 시작한 뒤에도 어느새 대표팀 주전과는 거리가 멀어졌다. 지난 여자 아시안컵에서 겪었던 설움이 대표적이었다. 당시 한국은 사상 처음 결승에 오르며 새 역사를 썼지만, 이민아는 단 한 경기도 선발로 출전하지 못한 채 조커로만 뛰었다. 중국과의 결승전에선 교체로도 뛰지 못해 아쉬움을 삼켜야 했다.

지난 7월 동아시안컵 역시도 지소연을 중심으로 조소현(34·토트넘 위민) 이영주(30·마드리드CFF) 등 전·현 유럽파들에 밀려 중원에 설 자리가 마땅치 않았다. 그러나 마지막 경기였던 대만전에선 선발로 출전해 멀티골을 기록하더니, 이날 자메이카전에서도 적장의 칭찬을 받을 정도의 존재감을 선보이는 등 완전한 '반등'에 성공한 모습이다.

특히 이날 자메이카전은 여자축구 대표팀이 내년 호주·뉴질랜드에서 열리는 FIFA 여자월드컵을 준비하는 첫 여정이었다는 점에서 이민아의 활약은 의미가 더 컸다. 앞선 아쉬움이나 설움 등을 털어내고, 다시 존재감을 보여주며 주전 경쟁의 신호탄을 쏘아 올렸기 때문이다. 본격적으로 월드컵을 준비하는 대표팀 입장에서도 더없이 반가운 일이기도 하다.

 3일 화성종합경기타운 주경기장에서 열린 대한민국 여자축구 대표팀 친선전 대한민국과 자메이카의 경기에서 이민아가 드리블하고 있다. /사진=대한축구협회 3일 화성종합경기타운 주경기장에서 열린 대한민국 여자축구 대표팀 친선전 대한민국과 자메이카의 경기에서 이민아가 드리블하고 있다. /사진=대한축구협회

관련기사

<저작권자 © 스타뉴스,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스타뉴스 단독

HOT ISSUE

스타 인터뷰

TOP