허재 고양 캐롯 점퍼스 프로농구단 대표이사가 8월 25일 오후 경기 고양시 고양체육관에서 열린 고양 캐롯 점퍼스 프로농구단 창단식에 참석해 창단 포부를 밝히고 있다. /사진=뉴시스
고양 오리온을 인수하고 캐롯손해보험을 네이밍 스폰서로 유치한 데이원스포츠는 지난 7일까지였던 가입비 15억원 가운데 1차분 5억원을 제때 내지 못했다. 당초 지난달 30일까지였던 기한을 못해 한 차례 연기하고도, 또다시 기한을 지키지 못한 것이다.
이에 KBL은 11일 서울 청담동 호텔리베라에서 열린 프로농구 미디어데이를 앞두고 긴급 이사회를 열었다. 이사회를 통해 캐롯이 13일 정오까지 가입금을 입금하지 않으면, 정규경기 출전을 '불허'하기로 결론을 냈다. 캐롯 구단, 그리고 캐롯을 운영하는 데이원을 향한 '최후통첩'이다.
KBL은 마지막 기한까지 데이원의 가입금 입금 여부를 확인한 뒤 후속 방침을 마련할 계획이다. 최악의 경우는 프로농구가 출범 이래 처음으로 9개 구단으로 파행 운영될 가능성도 있다. 리그 파행 위기라는 사상 초유의 사태가 벌어진 셈이다.
자연스레 이날 미디어데이 관심도 감독 출사표 등 새로운 시즌에 대한 기대감보다는, 리그를 위기에 빠트린 캐롯에 쏠렸다. 김승기 감독을 향해 관련 질문은 불가피했고, 행사가 끝난 뒤 미디어 자유 인터뷰에서도 많은 취재진이 캐롯 구단에 쏠렸다. 김승기 감독이나 선수도 아닌 데이원의 사무국장 인터뷰 자리가, 새 시즌 개막을 알리는 미디어데이 현장에서 따로 마련될 정도였다.
11일 서울 청담동 호텔리베라에서 열린 2022~2023 SKT 에이닷 프로농구 개막 미디어데이. /사진=KBL
자칫 경기에 나설 수 없는 위기에 몰린 선수단과 팬들의 걱정만 커졌다. 김승기 감독은 "지금 상황이 말씀드릴 수 있는 입장이 아니"라면서 "주어진 상황에 맞춰서 열심히 운동하고 있다. 선수들은 최선을 다하고 있다"고 말했다. 당장 오는 15일 원주 DB와 홈경기를 치를 수나 있을지도 알 수 없는 상황, 선수단이 할 수 있는 건 우선 최선을 다해 시즌을 준비하는 일뿐이다.
이제 시선은 '이번에는 과연' 캐롯이 KBL이 정한 기한을 지킬 수 있을지에 쏠린다. 다만 이미 앞선 두 차례 지키지 못한 약속을 이번엔 단번에 지킬 수 있을지는 미지수다. 설령 급한 불을 끄더라도 지금까지 데이원의 행보를 돌아보면 남은 가입비(10억원) 등 앞으로도 지속적인 논란은 불가피할 전망이다. 지극히 당연한 절차조차 밟지 못하는 바람에, 새 시즌 개막을 앞두고 한창 분위기가 뜨거워야 할 시기에 농구계를 뒤흔드는 불편한 이슈의 중심에 선 것이다.
이날 취재진과 만난 김성헌 데이원 사무국장은 우선 "리그 참가에 문제가 없도록 준비할 것"이라며 이사회가 정한 기한에 맞춰 가입비를 입금하겠다는 뜻을 밝혔다. 그는 "새로운 방식으로 구단을 운영하다 보니 부족한 부분이 있다. 자금이 들어와야 집행이 가능한데 자금이 연기된 상황"이라며 "이사회에서 결론이 난대로 잘 납부해서 문제없이 시즌 잘 치를 수 있도록 하겠다"고 말했다. 프로농구를 파행 위기로 내몬 캐롯, 그리고 데이원의 세 번째 약속이자 마지막 기회다.
11일 오전 서울 강남구 리베라호텔에서 열린 2022-2023 SKT 에이닷 프로농구 개막 미디어데이에서 고양 캐롯 김승기 감독이 출사표를 던지고 있다. /사진=뉴시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