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검정고무신' 이우영 작가 사망..배경은 '저작권 분쟁 장기화' [★FOCUS]

윤성열 기자  |  2023.03.12 19:43
1990년대 인기 만화 '검정 고무신'을 그린 만화가 이우영(51) 작가가 갑자기 세상을 떠난 가운데, 그 배경으로 지목된 저작권 분쟁에 관심이 쏠리고 있다.


12일 인천 강화경찰서에 따르면 이 작가는 지난 11일 오후 7시께 인천 강화군 선원면의 한 주택에서 숨진 채 발견됐다. 당시 이 작가가 방문을 열어주지 않는 것을 이상하게 여긴 가족이 경찰에 신고했고, 경찰과 소방당국은 닫힌 문을 강제로 연 뒤 숨져 있던 이 작가를 발견했다.

경찰은 이 작가가 현장에서 극단적 선택을 한 것으로 보고 있다. 유서는 발견되지 않았다. 이 작가 가족들은 경찰 조사에서 "저작권 소송 문제로 힘들어했다"고 진술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 작가는 2019년부터 '검정 고무신' 공동 저작권자들과 수익 배분 관련 법적 다툼을 벌여왔다.


1992년부터 2006년까지 연재된 '검정 고무신'은 1960년대 서울을 배경으로 초등학생 기영이와 중학생 기철이, 그리고 그 가족들이 사는 모습을 그린 만화다. 이 작가가 동생 이우진 작가와 함께 그림을 그렸고, 이영일 작가가 글을 썼다. 단행본으로 총 45권이 출간됐다. 1999년 동명의 만화를 원작으로 한 TV 애니메이션이 KBS에서 방영돼 큰 인기를 끌었으며, 캐릭터 사업으로도 이어졌다.

하지만 2007년 작가들이 제작사 형설앤 A대표와 '검정 고무신'에 대한 사업권 계약을 맺으면서 문제가 불거졌다. A대표는 이듬해 사업화를 위해 필요하다며 작가들에게 지분을 양도받아 저작권위원회에 자신의 이름을 창작자로 함께 등록한 것으로 알려졌다. 2011년 기준 A 대표의 '검정 고무신' 캐릭터 지분은 53%에 이른 것으로 전해졌다.


이후 이 작가 측과 형설앤 측은 공동 저작권자와 협의 없이 캐릭터를 사용한 것을 두고 소송을 벌여왔다. 특히 이 작가는 2020년 11월 개봉됐던 극장판 에니메이션 '추억의 검정고무신'에 대해 "원작자에게 어떤 동의도 얻지 않고 만들었다"고 불만을 제기했다.

또한 이 작가는 지난해 극장판으로 제작된 애니메이션 '검정고무신:즐거운 나의 집' 개봉을 앞두고 한 유튜브 채널 댓글을 통해 "원작자인 나에게 허락도 구하지 않고 만들었으며, 얼마 되지 않는 원작료까지 지급하지 않고 있는 상황"이라며 "현재 나는 캐릭터 대행 회사로부터 자신들 허락 없이 '검정 고무신' 캐릭터를 등장시킨 만화를 그렸다는 이유로 피소되어 4년째 소송 진행 중이다"고 밝혔다. 자신의 캐릭터를 사용하고도 저작권 침해로 고소를 당했다며 억울함을 호소한 것.

이어 이 작가는 "원작자가 왜 캐릭터 대행 회사 허락을 얻어서 만화를 그려야 하는지, 왜 피고인의 몸으로 재판을 받아야 하는지 어리둥절하다"며 " 순리대로 잘 해결될 거라 믿고 있다. 후에 제대로 된 '검정 고무신' 영상으로 찾아뵐 수 있기를 희망한다"고 전했다.

이에 형설앤 측은 "이우영의 일방적인 주장"이라며 "원작자 이영일, 이우영의 사업권 계약에 따라 '검정고무신'을 통해 파생된 저작물 및 그에 따른 모든 2차적 사업권에 대한 권리를 위임받아 사업을 진행 중"이라고 주장했다.

'검정고무신:즐거운 나의 집'에 대해선 "글 작가 이영일이 직접 시나리오를 쓰고 1999년부터 '검정고무신' 애니메이션을 제작해온 새한프로덕션이 제작에 참여한 작품"이라며 '원작자의 동의를 구하지 않았다'는 이우영 작가의 주장은 허위라고 맞섰다.

이 작가는 최근 한 치킨 브랜드에 '검정 고무신' 그림이 삽입된 것에 대해 "치킨 브랜드에 문의하니 캐릭터 대행회사 측에서 아무 문제 없다고, 캐릭터 계약으로 어떤 문제가 발생할시 책임지겠다고 해서 계약을 했다고 메일을 보냈다"며 "원작자를 피고인으로 만들어 재판을 걸어놓고 막무가내로 캐릭터 사업을 하면서 아무 법적 문제가 없다고 하니 참 답답하다"고 유튜브 댓글을 통해 토로하기도 했다.

한편 이 작가의 빈소는 인천 강화군 비에스종합병원장례식장 특1호에 마련됐다. 오는 14일에 발인이 엄수되며, 장지는 인천가족공원이다.

※우울감 등 말하기 어려운 고민으로 전문가의 도움이 필요하면 자살예방 핫라인 1577-0199, 자살예방 상담전화 1393, 희망의 전화 129, 생명의 전화 1588-9191, 청소년 전화 1388 등에서 24시간 상담을 받을 수 있습니다.

윤성열 기자 bogo109@m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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