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 수영 절대 월드클래스 아닙니다...만', 너무도 놀랍고 찬란했습니다 [항저우 현장]

항저우=안호근 기자  |  2023.09.30 11:29
남자 계영 800m에서 금메달을 합작한 양재훈(왼쪽부터), 김우민, 이호준, 황선우. /사진=OSEN 남자 계영 800m에서 금메달을 합작한 양재훈(왼쪽부터), 김우민, 이호준, 황선우. /사진=OSEN
29일 자유형 400m에서 금메달을 차지한 김우민이 손가락으로 3관왕을 의미하는 표시를 하고 있다. /사진=뉴시스 29일 자유형 400m에서 금메달을 차지한 김우민이 손가락으로 3관왕을 의미하는 표시를 하고 있다. /사진=뉴시스
과거 손흥민(토트넘 홋스퍼)에 대한 질문에 그의 아버지 손웅정씨는 "우리 흥민이 절대 월드클래스 아닙니다"라고 답했다. 이는 축구 팬들 사이에서 화제가 됐고 잉글랜드 프리미어리그(EPL) 득점왕을 차지한 후에도 손씨는 여전히 같은 입장을 고수했다.


2022 항저우 아시안게임의 마지막 일정을 마친 한국 수영 경영 대표팀은 눈부신 결과를 썼다. 금메달 6개, 은메달 6개, 동메달 10개로 역대 최고 성적을 냈다. 금메달 수도, 총 메달 수도 모두 역대 아시안게임 최다 기록을 갈아치웠다.

그럼에도 한국 수영이 세계를 호령할 정도냐 묻는다면 '절대 월드클래스 아니다'라는 답변이 현실적일 것이다.


지난 7월 후쿠오카 세계수영선수권대회에서 황선우(20)는 남자 자유형 200m에서 동메달을 수확했다. 한국이 따낸 유일한 메달이었다. 김우민(22·이상 강원도청)과 이호준(22·대구광역시청) 등도 각종 기록들을 세우며 놀라운 성장세를 보였지만 세계 정상권에 접근했냐 하면 아직 그 정도 수준이라고 보긴 어려운 게 사실이다.

자유형 400m에서 쑨양의 아시아 신기록에 0.01초 차로 접근한 황선우. /사진=뉴시스 자유형 400m에서 쑨양의 아시아 신기록에 0.01초 차로 접근한 황선우. /사진=뉴시스
황선우(가운데)는 판잔러(왼쪽)와 함께 경쟁을 펼쳤고 이호준과 함께 놀라운 성장세를 보여줬다. /사진=뉴시스 황선우(가운데)는 판잔러(왼쪽)와 함께 경쟁을 펼쳤고 이호준과 함께 놀라운 성장세를 보여줬다. /사진=뉴시스
수많은 한국 신기록이 다시 쓰였지만 대부분 아시아 신기록과는 거리가 있었고 세계 수영의 정상권 선수들과 비교하자면 그 차이는 더욱 컸다.


그럼에도, 이번 아시안게임의 성과가 너무도 놀랍고 대단한 것은 사실이다. 눈이 부실 정도다. 쑨양(중국)의 자유형 400m 아시아 신기록(1분44초39)에 0.01초 차로 접근한 황선우, 박태환 이후 13년 만에 3관왕에 오른 김우민 뿐만이 아니다.

종전 한국 수영이 아시안게임에서 가장 좋은 성적을 냈던 건 2010 광저우 대회 때로 금메달 4개, 은메달 3개, 동메달 6개로 총 13개의 메달을 수확했다. 메달 수보다도 더 주목을 끄는 건 메달을 수확한 선수의 수다.

금메달만 보더라도 2010년엔 박태환(금 3·은 2·동 2)과 정다래(금 1) 단 둘 뿐이었고 단체전 금메달을 전무했다. 그만큼 돌연변이와 같은 스타들 일부가 한국 수영을 이끌어가는 모양새라고 볼 수 있었다.

그러나 이번엔 개인전에서만 4명이 금메달을 차지했고 남자 계영 800m를 통해 추가적으로 4명이 더 금빛 영광을 누렸다. 특히 계영 800m에선 7분01초73으로 아시아 기록을 0.53초나 앞당겼다. 그만큼 준수한 실력을 갖춘 선수들이 다수 생겨났다는 방증이기도 했다. 메달을 챙긴 선수는 무려 21명. 이 또한 최다 기록이다.

남자 선수들이 두드러지긴 했지만 여자 선수 중에도 권세현(24·안양시청)이 평영 200m에서 은메달을 목에 걸었고 마지막 대회임을 밝힌 맏언니 김서영(29·경북도청)도 후배들을 이끌고 개인전 포함 4개의 메달을 목에 걸었다. 김서영과 함께 한 후배들은 절반 이상이 20대 초반 혹은 10대 선수들로 한국 수영의 밝은 미래를 기대케 했다.

접영 50m에서 놀라운 역주로 금메달을 수확한 백인철. /사진=뉴시스 접영 50m에서 놀라운 역주로 금메달을 수확한 백인철. /사진=뉴시스
자유형 50m 금메달리스트 지유찬. /사진=OSEN 자유형 50m 금메달리스트 지유찬. /사진=OSEN


2008 베이징 올림픽에서 박태환(자유형 400m)이 현재까지 한국의 유일무이한 금메달의 주인공이 된 이후로 수영선수의 꿈을 키우는 이들이 많아진 영향이 크다. 이 '박태환 키즈'의 성장이 현재 넘쳐나는 인재풀로 결실을 맺고 있다.

중국 현지에서도 한국 수영의 비약전인 발전에 주목하고 있다. 중국 기자로부터 이 질문을 받은 이호준은 황선우에게 공을 돌렸다. 그는 "이번 대회 한국 성적이 굉장히 좋은데 헌수들 모두가 가족처럼 친근하게 지내고 있다"며 "2년 전 (황)선우가 귀감이 됐고 좋은 영향을 받아서 가능성을 갖고 레이스를 하고 있지 않나 생각한다"고 말했다.

여기가 끝이 아니다. 적극적인 지원과 커진 인재풀 등이 밑바탕에 깔렸고 황선우와 같이 국제대회에서 확실한 성과를 내주는 선수가 나오며 아직 경험이 적은 선수들까지도 긍정적인 자극과 함께 자신감을 얻고 있다.

한국 수영 선수들은 지난 7월 후쿠오카 세계선수권 이후 2개월 만에 폭발적인 성장세를 그렸고 이번 대회에서 연일 각종 기록을 갈아치워 나갔다. 2024 파리 올림픽까지는 10개월이 남았다. 얼마나 더 놀라운 성과를 보여줄 수 있을지 기대가 증폭될 수밖에 없다.

물론 현재까지 '우리 수영은 절대 월드클래스가 아닙니다'라고 표현할 수 있다. 다만 멀지 않은 미래에 충분히 월드클래스가 될 수 있을 것이라는 희망은 하루가 다르게 크게 부풀고 있다.

여자 개인전 유일한 은메달리스트 권세현. /사진=뉴시스 여자 개인전 유일한 은메달리스트 권세현. /사진=뉴시스
29일 여자 혼계영 400m에서 은메달을 목에 건 허연경(왼쪽부터), 김서영, 고하루, 이은지. /사진=뉴시스 29일 여자 혼계영 400m에서 은메달을 목에 건 허연경(왼쪽부터), 김서영, 고하루, 이은지. /사진=뉴시스
■ 2022 항저우 아시안게임 대한민국 수영 경영 종합 메달 기록

▷ 금메달(6개)

- 남자 자유형 200m : 황선우

- 남자 자유형 400m : 김우민

- 남자 자유형 800m : 김우민

- 남자 자유형 50m : 지유찬

- 남자 접영 50m : 백인철

- 남자 계영 800m : 황선우, 이호준, 김우민, 양재훈, 이유연, 김건우

▷ 은메달(6개)

- 남자 자유형 1500m : 김우민

- 남자 배영 200m : 이주호

- 여자 평영 200m : 권세현

- 남자 계영 400m : 황선우, 이호준, 지유찬, 김지훈, 양재훈, 이유연, 김영범

- 남자 혼계영 400m : 황선우, 이주호, 최동열, 김영범, 이호준, 조성재, 김지훈

- 여자 혼계영 400m : 이은지, 고하루, 김서영, 허연경, 김혜진, 박수진, 정소은

▷ 동메달(10개)

- 남자 평영 50m : 최동열

- 남자 평영 100m : 최동열

- 남자 배영 100m : 이주호

- 남자 자유형 100m : 황선우

- 남자 자유형 200m : 이호준

- 여자 배영 100m : 이은지

- 여자 배영 200m : 이은지

- 여자 개인혼영 200m : 김서영

- 여자 계영 800m : 김서영, 허연경, 박수진, 한다경, 이은지, 정소은

- 혼성 혼계영 400m : 황선우, 최동열, 김서영, 이은지, 이주호, 허연경

서로 포옹을 나누고 있는 남자 수영 선수들. /사진=뉴시스 서로 포옹을 나누고 있는 남자 수영 선수들. /사진=뉴시스
여자 수영 선수들이 시상대에 오르기 전 함께 팔을 들어올리며 기뻐하고 있다. /사진=뉴시스 여자 수영 선수들이 시상대에 오르기 전 함께 팔을 들어올리며 기뻐하고 있다. /사진=뉴시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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