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들 첫돌→아주 긍정적 영향 미쳤네요, 축복이..." 대표팀 에이스는 위대한 아빠였다

창원=김우종 기자  |  2023.11.03 07:38
KT 고영표(오른쪽). KT 고영표(오른쪽).
KT 고영표. KT 고영표.
KT 고영표. KT 고영표.
"아들의 첫돌이 아주 긍정적인 영향을 미쳤다.(웃음) 축복이 따르지 않았나 생각합니다."


아들 이야기에 저절로 얼굴에는 미소가 그려졌다. 국가대표 에이스 고영표(32·KT 위즈)가 자신의 아들이 첫돌을 맞이한 날, 혼신의 역투를 펼치며 벼랑 끝에 몰렸던 팀을 구해냈다.

고영표는 2일 창원 NC파크에서 펼쳐진 NC 다이노스와 2023 신한은행 SOL KBO 리그 플레이오프(PO·5전3승제) 3차전에 선발 등판, 6이닝 동안 단 3개의 안타만 허용한 채 2볼넷 5탈삼진 무실점 호투를 펼쳤다.


고영표는 105개의 공을 혼신의 힘을 다해 구사하며 승리 투수가 됐다. 개인 첫 포스트시즌 승리. 105구 중 스트라이크가 73개로 연결된 정도로 제구가 좋았다. 여기에 자신의 주 무기인 체인지업은 속구보다 많은 47개를 던졌다. 속구는 44개를 구사했으며, 커브도 13개, 슬라이더는 1개를 각각 곁들여서 던졌다. 속고 최고 구속은 138km가 찍혔다. 체인지업은 112~121km의 구속대에서 춤을 췄다.

고영표의 이런 맹활약을 바탕으로 팀은 3-0으로 승리, 시리즈 전적을 1승 2패로 만들면서 4차전으로 끌고 갔다. 만약 이날 패했다면 탈락이 확정되는 KT로서는 기사회생에 성공한 것. 더불어 고영표는 선발승을 챙긴 뒤 플레이오프 3차전 데일리 MVP로도 선정되는 영광을 안았다.


더 이상 뒤가 없는 KT였다. 앞서 1차전 윌리엄 쿠에바스, 2차전 웨스 벤자민이라는 원투 펀치를 각각 선발로 앞세우고도, 이들이 흔들린 채 2경기를 모두 내주고 말았다. 선발이 먼저 실점을 허용하면서 계속해서 경기 내내 끌려다니는 양상이 반복됐다. 그러나 이날 3차전을 달랐다. 고영표는 타자마다 집중력을 발휘하며 볼카운트를 유리하게 선점했고, 주 무기인 체인지업을 자유자재로 구사하며 그 뜨거웠던 NC 타선을 잘 봉쇄했다.

무엇보다 이날은 고영표에게 의미 있는 날이었다. 바로 지난해 태어난 첫 아이인 아들 고차민 군의 첫돌이었기 때문이다. 그리고 아기는 아빠에게 정말 큰 힘이 됐다. 고영표는 경기 후 취재진과 인터뷰에서 '아들의 첫돌이 긍정적 영향을 미쳤는가'라는 질문에 "아주 긍정적인 영향을 미쳤다고 본다"며 환하게 웃었다. 고영표는 "경기에 들어가서도 잘해야겠다는 생각을 많이 했다. 축복이 따르지 않았나 생각한다. 그만큼 경기서 집중하고 잘하려고 엄청나게 노력했다. 볼이 많아졌다고 말씀하셨는데 신중하게, 집중을 하다 보니 좋은 결과로 이어졌다. 또 운도 많이 따랐던 것 같다"고 겸손하게 이야기했다.

KT 고영표. /사진=뉴스1 KT 고영표. /사진=뉴스1
KT 고영표(오른쪽). /사진=뉴시스 KT 고영표(오른쪽). /사진=뉴시스




고영표는 1회말을 삼자 범퇴로 깔끔하게 출발했다. 1회말에는 선두타자 손이섭을 6구째 헛스윙 삼진으로 솎아냈다. 결정구는 체인지업이었다. 초구 파울에 이어 2구째 볼 이후 3차례 연속 파울을 때려냈다. 결국 고영표가 6구째 헛스윙 삼진으로 돌려세웠다. 계속해서 고영표는 박민우를 볼카운트 2-2에서 6구째 헛스윙 삼진으로 처리했다. 이어 박건우를 풀카운트 승부 끝에 6구째 유격수 땅볼 처리하며 1회를 실점 없이 마무리했다. 올 정규 시즌에 고영표를 상대로 손아섭은 타율 0.364(11타수 4안타), 박민우는 타율 0.692(13타수 9안타), 박건우는 0.615(13타수 8안타)를 각각 기록 중이었다. 이런 천적들을 상대로 기분 좋은 출발을 알린 건 분명 의미가 컸다.

KT는 2회초 큰 것 한 방으로 2점을 선취하며 고영표의 어깨를 가볍게 했다. 선두타자 문상철이 스트라이크아웃 낫아웃으로 물러난 가운데, 다음 타자 조용호가 타석에 들어섰다. 조용호는 태너의 2구째를 받아쳐 우중간 안타를 쳐냈다. 1사 1루 기회. 그리고 타석에 들어선 타자는 지난 플레이오프 1차전에서 그랜드슬램을 작렬시켰던 배정대였다. 여기서 배정대는 태너를 상대로 초구 파울을 친 뒤 2구째 낮은 122km 슬라이더를 공략, 좌측 담장을 넘어가는 선제 투런포를 작렬시켰다. 비거리는 115m. 배정대의 플레이오프 2호 홈런이었다. 정규 시즌 때 태너를 상대로 3타석 2타수 무안타 1볼넷 2삼진에 그쳤던 배졍대였으나 이번에는 달랐다.

리드를 등에 업은 고영표는 2회 이날 첫 출루를 허용했다. 고영표는 선두타자 마틴을 상대로 볼카운트 2-2에서 5구째 커브를 뿌리며 우익수 뜬공으로 유도했다. 다음 타자는 권희동. 대단히 끈질긴 승부가 펼쳐졌다. 초구 볼 이후 2구째 스트라이크. 3구와 4구째는 모두 볼. 5구째 스트라이크를 꽂으며 풀카운트가 됐다. 그리고 6구부터 7구, 8구, 9구째 모두 커트를 해낸 권희동. 결국 10구째 속구 볼을 골라내며 1루를 밟았다. 하지만 고영표는 흔들리지 않았다. 후속 오영수를 1-0의 볼카운트에서 2구째 1루 땅볼로 유도한 뒤 서호철을 2루수 뜬공 처리하며 2회를 실점 없이 마무리 지었다.

고영표의 호투는 계속 이어졌다. 투구 내내 볼카운트를 유리하게 선점하는 모습이 돋보였다. 3회말 선두타자 김형준을 0-2의 유리한 볼카운트에서 유격수 땅볼로 아웃시켰다. 이어 김주원을 볼카운트 1-2에서 5구째 체인지업을 뿌리며 배트를 헛돌게 했다. 후속 손아섭에게 중전 안타를 얻어맞으며 이날 노히트 행진이 깨지고 말았다. 하지만 박민우를 1루 땅볼로 유도하며 3회 역시 실점 없이 마무리했다.

4회말에도 고영표는 쾌투를 펼쳤다. 선두타자 박건우를 상대로 순식간에 0-2의 유리한 볼카운트를 잡은 뒤 3구째는 파울. 4구와 5구 모두 체인지업을 뿌렸으나 볼이 됐다. 풀카운트. 그리고 6구째 재차 체인지업을 던지며 3루 땅볼로 잡아냈다. 계속해서 고영표는 마틴을 상대해 초구부터 2구 3구 모두 파울을 유도했다. 그리고 4구째 고영표의 체인지업에 역시 마틴의 방망이가 끌려 나왔고, 2루 땅볼로 물러났다. 다음 타자는 권희동. 첫 번째 타석에서 10구까지 가는 끈질긴 대결을 벌인 권희동이었다. 이번에도 권희동은 고영표를 괴롭혔다. 초구 스트라이크 이후 2구부터 4구까지 모두 파울을 기록했다. 5구째 볼, 6구째 파울 이후 7구와 8구 모두 볼이 나오면서 풀카운트가 됐다. 9구와 10구때 연속 파울. 그리고 11구째 속구를 던졌고, 권희동이 친 공은 중견수 배정대의 글러브에 빨려 들어갔다.

KT 고영표. /사진=뉴스1 KT 고영표. /사진=뉴스1
고영표는 경기 후 권희동과 끈질긴 승부에 대해 "컨디션이 좋은 상태로 보여서, 풀카운트까지 길게 갔다. 단 포볼을 절대 주지 말자는 생각으로 임했다. 마지막에 아쉽게 볼넷을 줬다. 다음(2번째) 타석에도 집중력이 좋더라. 그래도 볼넷을 허용하지 않아 다행이라 생각한다"고 전했다.

고영표는 5회를 공 10개로 이닝을 마쳤다. 선두타자 오영수를 상대로 또 0-2의 유리한 볼카운트를 맞이한 뒤 볼 3개를 연속으로 던졌다. 이어 6구째 던진 체인지업이 공략당하면서 중전 안타로 연결됐다. 그러나 여기까지였다. 서호철을 볼카운트 0-1에서 2구째 속구를 던지며 3루 땅볼로 아웃시켰다. 이어 후속 김형준을 볼카운트 0-1에서 2구째 체인지업을 뿌렸고, 타구가 3루수 앞으로 향했다. 이를 KT 내야진이 더블 플레이로 연결하며 고영표의 호투를 도왔다. 이닝 종료.

고영표는 여전히 팀이 2-0으로 앞선 6회말 마운드에 올랐다. 고영표는 선두타자 김주원을 상대해 3루수 키를 넘어가는 안타를 허용했다. 황재균이 뒷걸음질을 치면서 포구를 시도했으나 아쉽게 낚아채지 못했다. 다음 타자는 손아섭. 초구 볼(체인지업)을 던진 뒤 2구째는 속구 스트라이크. 3구째는 속구가 파울로 연결됐다. 그리고 4구째. 고영표의 절묘하게 떨어지는 체인지업에 손아섭의 균형이 무너졌고, 배트가 헛돌아갔다. 다음 타자는 박민우였다. 볼카운트 3-1에서 1루 주자 김주원이 2루 도루를 감행했다. 처음에는 세이프 판정이 내려졌으나, 공을 잡은 KT 유격수 김상수가 비디오 판독을 벤치에 요청했다. 결국 비디오 판독 끝에 세이프 판정이 아웃으로 번복됐다. 장성우의 송구가 거의 자동 태그가 될 정도로 완벽했다. 2아웃. 박민우를 다시 볼넷으로 내보낸 고영표는 박건우와 승부를 펼쳤다. 파울을 3차례 기록하는 등 볼카운트는 2-2가 됐다. 그리고 6구째. 고영표의 주특기 체인지업에 박건우의 배트가 헛돌아갔다. 이닝 종료. 3루 쪽에 자리한 KT 팬들은 더그아웃을 향해 걸어오는 고영표의 이름을 힘차게 연호했다.

KT 고영표. /사진=뉴스1 KT 고영표. /사진=뉴스1
고영표는 승리 후 "막중한 임무를 맡게 돼, 컨디션을 끌어올리려고 철저하게 준비를 많이 했다. 상대 타자들의 타율이 좋은데, 제 구위를 되찾으면 좋은 결과가 나올 거라 생각하고 준비한 게 좋은 결과로 이어진 것 같다"고 총평한 뒤 "NC 타자들이 까다로운 상대인만큼 어렵게 상대했다. 팀도 힘든 상황이었다. 쉽게 승부를 들어가다가 맞는 것도 의식했다. 그래서 최대한 약점을 공략하려고 하다 보니, 볼넷이 많이 나왔던 것 같다. NC 타선이 뜨거운 상태라, 그렇게 최대한 유도하려고 했던 게 좋은 결과로 이어졌던 것 같다"고 이야기했다. 고영표는 올 시즌 174⅔이닝 동안 19개의 볼넷만 허용했는데, 이날만 한 경기에서 2개를 내줬으니 고영표로서는 볼넷이 많다면 많은 셈이었다.

고영표는 지난달 3일 KIA 타이거즈전(5이닝 1실점) 이후 약 1개월 만의 실전이었다. 고영표는 준비 과정에 대해 "최대한 특별한 것을 하려고 하지 않았다. 많이 쉬려고 했다. 쉬다 보면 생각이 많이 든다. 뭘 잘해야 할까. 뭘 더해야 할까. 그런 생각이 자꾸 나길래 참았던 것 같다. 최대한 쉬면서 회복에 집중했다"면서 "평소처럼 똑같이 던지려고 했다. 제가 잘할 수 있는 것과 타자들이 치기 어려운 공을 던지는 데 집중했다"고 했다.

고영표는 또 경기 막판 박경수가 보여준 호수비에 대해 "(박)경수 형이 캡틴으로 선수 생활을 이어가고 있다. '저 나이에도 저런 움직임이 나올 수 있구나' 감탄했다. 늘 큰 경기에서 그런 집중력과 퍼포먼스를 보여주는 게 대단하다고 느꼈다. 그런 호수비가 팀에 대단한 영향을 미치는 것 같다. 그런 집중력을 동료들도 느낄 것이다. 3차전에서 승리할 확률이 올라가는 그런 수비였다"며 엄지를 치켜세웠다.

KT 고영표. /사진=뉴시스 KT 고영표. /사진=뉴시스
KT 고영표. /사진=뉴시스 KT 고영표. /사진=뉴시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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