분노한 김연경-레이나 '닮은꼴 패대기' 그리고 눈물, 결국 흥국생명의 승리를 가져왔다

인천=안호근 기자  |  2024.02.16 06:30
흥국생명 김연경이 15일 IBK기업은행전에서 흥분하고 있다. /사진=KOVO 흥국생명 김연경이 15일 IBK기업은행전에서 흥분하고 있다. /사진=KOVO
팀 승리를 확정짓는 득점을 성공시킨 뒤 눈물을 흘리는 레이나. /사진=KOVO 팀 승리를 확정짓는 득점을 성공시킨 뒤 눈물을 흘리는 레이나. /사진=KOVO
승리를 향한 집념은 선수에게 반드시 필요한 덕목이다. 혹자는 지나치지 않다면 스스로 화를 분출할 수 있는 방법도 필요하다고 말했다. 인천 흥국생명의 공격을 이끌고 있는 김연경(36)과 레이나 토코쿠(25·일본)은 다 잡은 경기가 풀세트까지 흐르자 분함을 감추지 못했고 직접 자신들의 손으로 경기를 끝냈다.


흥국생명은 15일 인천 삼산월드체육관에서 열린 2023~2024 도드람 V리그 여자부 화성 IBK기업은행과 홈경기에서 세트스코어 3-2(25-18, 26-24, 23-25, 24-26, 15-12)로 이겼다.

승점 3을 챙겼다면 61일 만에 선두 탈환이 가능했지만 1,2세트를 연달아 챙기고도 3,4세트를 내주며 결국 5세트로 향했고 승점 2를 더하는데 만족해야 했다.


경기 후 마르첼로 아본단자 감독은 "실망감이 더 크다. 3점 딸 기회를 놓쳤다. 3세트 때 20점 이후 범실이나 미스가 많았다"며 "4세트엔 같은 상황에서 미스가 거의 연달아 5개나 나왔다. 이런 세트에서 승리하기 힘들다"고 아쉬움을 나타냈다.

선수들 또한 마찬가지였다. 이날 31득점을 올린 김연경이 특히 그랬다. 1,2세트 팀 내 최다인 7점씩을 올리며 팀 공격을 이끌었고 팀은 승리를 눈앞에 두고 있었다.


4세트 종료 후 분함을 참지 못하는 김연경(오른쪽)과 그를 달래는 동료들. /사진=안호근 기자 4세트 종료 후 분함을 참지 못하는 김연경(오른쪽)과 그를 달래는 동료들. /사진=안호근 기자
그러나 레이나의 공격 비중을 늘린 3,4세트에선 달랐다. 1,2세트 만큼 공격이 원활하게 돌아가지 못했다. IBK기업은행은 흥국생명 대체 외국인 선수 윌로우 존슨이 빠진 가운데 김연경과 레이나를 집중 마크했다.

3세트 김연경은 4점에 그쳤고 공격 성공률도 22.22%에 그쳤다. 공격 효율은 5.56%. 레이나가 30.43%의 성공률로 7점을 올렸지만 결국 세트를 내줘야 했다.

4세트는 더 뼈아팠다. 아본단자 감독의 말처럼 범실로 자멸했다. 김연경이 공격 전면에 나서며 7점을 올렸다. 성공률도 58.33%로 매우 높았다. 하지만 레이나가 체력이 떨어진 듯 완전히 무너졌다. 46.3%의 공격을 책임지며 5득점했으나 성공률은 16%로 떨어졌고 공격 효율은 -12%로 바닥을 쳤다.

특히 23-21로 앞서던 상황에서 최정민에게 속공을 내줬고 레이나가 퀵오픈 네트터치를 범하며 동점을 허용했다. 김수지의 속공으로 매치포인트에 올랐으나 레이나의 오픈이 다시 한 번 라인을 벗어나며 듀스가 됐다. 레이나의 오픈 공격이 최정민의 손에 걸렸고 다시 한 번 노린 퀵오픈은 성공하지 못했다. 결국 아베크롬비의 백어택이 적중하며 세트를 내줬다.

레이나는 4세트에만 범실 4개를 저질렀다. 아베크롬비의 공격으로 세트를 내주자 김연경은 분함을 참지 못하고 공을 바닥에 패대기쳤다. 비슷한 장면으로 논란이 된 적도 있었지만 김연경도 나름 요령을 얻은 듯 했다. 분풀이를 하면서도 혹여나 공에 맞는 사람이 없도록 경기장 출구 방향으로 강하게 공을 때렸다. 레이나는 주저앉았다.

김연경은 한동안 분을 참지 못했고 절친 김수지가 가까이 다가와 김연경을 달랬다. 경기 내내 벤치에서 지켜보며 동료들의 분투를 지켜본 윌로우 존슨도 가까이 다가와 박수를 치며 힘을 보탰다. 이에 결국 김연경도 다시 동료들과 모여 파이팅을 외쳤다.

5세트 IBK기업은행의 득점이 인정된 뒤 상대 코트에 공격을 가하는 레이나(빨간색 원). /사진=SBS스포츠 중계화면 캡처 5세트 IBK기업은행의 득점이 인정된 뒤 상대 코트에 공격을 가하는 레이나(빨간색 원). /사진=SBS스포츠 중계화면 캡처
경기는 5세트로 향했다. 2-1로 앞서던 상황에서 아베크롬비의 공격이 적중하자 이번엔 레이나가 돌발 행동을 했다. 아베크롬비의 공격이 자신의 블로킹 벽 위로 날아 네트에 꽂혔고 디그에 실패해 IBK기업은행의 득점이 됐는데 상대 선수들이 기뻐하는 상황에서 레이나는 빈 코트에 스파이크를 꽂아넣었다. 선수들 방향을 향한 공격은 아니었지만 얼마나 레이나가 분하고 흥분했는지를 알 수 있는 장면이었다. 아본단자 감독은 그런 레이나에게 흥분을 가라앉힐 것을 요구했다.

두 공격수의 분한 감정은 결국 결과로 이어졌다. 5세트 김연경은 홀로 6점을 올렸다. 공격 성공률은 54.55%에 달했다. 레이나는 35.71%의 공격을 책임지면서도 3점에 그쳤다. 공격 효율도 -10%이었다. 그러나 경기 막판 찾아온 기회를 놓치지는 않았다. 14-12로 IBK가 추격을 해오는 상황에서 시간차 공격을 완벽히 성공시켰다. 그리고는 뜨거운 눈물을 흘렸다. 아본단자 감독과 동료들은 레이나를 위로했다.

경기 후 만난 레이나는 "윌로우가 없어서 쉽지 않다고 생각해 열심히 했는데 4세트에서 나 때문에 역전 당했다는 생각이 들어서 분한 마음이 컸다. 경기 후엔 4세트 때 나 때문에 졌다는 생각이 들어서 팀에 미안한 마음이 들었고 그래서 눈물이 났다"며 경기를 끝낸 순간에 대해선 "이 1점이 없으면 안 된다는 생각이었다. 나밖에 결정할 사람 없었다고 생각했고 내가 잘하는 대각 공격으로 득점할 수 있게 노력했다"고 말했다.

아본단자 감독은 레이나에 대해 "혼자 2경기를 뛰었다고 생각한다. 처음엔 잘 됐고 나중엔 안됐는데 이런 부분 이해하고 딛고 일어나는 방법을 깨우쳤으면 좋겠다"며 "레이나 뿐 아니라 이런 경기에선 다른 선수들에게도 충분히 일어날 수 있는 상황"이라고 선수들의 분발을 요구했다.

윌로우가 빠진 상황이다. 경기 후 아본단자 감독은 "최소 2주는 필요할 것"이라고 예상했다. 정규리그 우승을 원하고 있는 상황에서 닥친 커다란 악재다. 김연경의 어깨가 무거워지고 있다. 레이나가 체력 문제는 물론이고 경기 중 흔들리는 상황에서 평정심을 찾을 수 있는 방법을 깨닫는 게 윌로우의 복귀 전까지 흥국생명에 닥친 큰 과제로 보인다.

팀 승리가 확정된 뒤 기뻐하는 김연경(가운데)과 눈물을 흘리는 레이나(오른쪽). /사진=KOVO 팀 승리가 확정된 뒤 기뻐하는 김연경(가운데)과 눈물을 흘리는 레이나(오른쪽). /사진=KOVO
눈물 흘리는 레이나(왼쪽)를 달래는 아본단자 감독. /사진=KOVO 눈물 흘리는 레이나(왼쪽)를 달래는 아본단자 감독. /사진=KOVO
경기 후 수훈선수 인터뷰에서도 자신 때문에 패할 뻔했다는 사실 때문에 어두운 표정을 짓고 있는 레이나. /사진=안호근 기자 경기 후 수훈선수 인터뷰에서도 자신 때문에 패할 뻔했다는 사실 때문에 어두운 표정을 짓고 있는 레이나. /사진=안호근 기자

관련기사

<저작권자 © 스타뉴스,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스타뉴스 단독

HOT ISSUE

스타 인터뷰

TOP