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LCC 개론] 04. LCC '저가항공사' 아니다 ①

채준 기자  |  2023.01.25 10: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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LCC는 'Low Cost Carrier'의 약어(略語)다.

'Low Cost Carrier'를 우리나라에서는 '저가항공사'와 '저비용항공사'로 해석한다. 수년 전부터 K-LCC 가운데 제주항공, 티웨이항공, 이스타항공 등 이른바 독립형 LCC들은 자신들을 '저가항공사'로 분류해서 호칭하는 데에 거부감이 있었다. 그래서 이들은 2000년대 중후반 취항 초기에 '저비용항공사'라는 명칭을 사용하는 데에만 동의했다.

이에 따라 K-LCC를 '저비용항공사'라 부르는 이가 많아지기는 했지만 여전히 '저가항공사'로 호칭하는 사례가 더 많다. 심지어 '저비용항공사'를 줄여서 '저가항공사'로 부르는 경우도 있다. 마치 '저비용항공사'의 줄임말이 '저가항공사'인 것으로 인식한다.

대표적인 사례로, 언론뉴스에서 기사 본문에는 '저비용항공사'로 되어 있는데 기사 제목에는 버젓이 '저가항공사'로 되어 있는 경우가 있다. 이는 '저비용항공사'와 '저가항공사'가 동의어(同義語)로 잘못 인식된 데 따른 것이다.

K-LCC들은 LCC가 'Low Cost Carrier'인 것은 예외 없이 인정하지만, 'Low Cost Carrier'를 우리말로 해석되는 데에 대해서는 대부분 LCC가 인정하지 않는다. 'Low Cost Carrier'를 '저가항공사'로 해석하는 것은 어불성설이라는 것이다. 그리고 저가항공사로 해석되려면 'Low Cost Carrier'가 아니라 'Low Price Carrier'가 되어야 한다는 주장이다. K-LCC들은 'Low Price Carrier'를 도입한 것이 아닌 'Low Cost Carrier'를 들여온 것이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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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Low Price Carrier'와 'Low Cost Carrier'는 명백히 다른 비즈니스 모델이다. 그래서 우리나라의 모든 LCC는 자신들의 항공사를 '저가항공사'로 해석하여 부르는 것을 꽤 강한 어조로 거부한다. 이에 따라 국내 LCC들은 실용성과 지역색 등 차별화된 정체성을 부각하는 슬로건 경쟁에 적극 나서기도 했다. '저가' 이미지를 벗고 특화된 타깃고객을 잡기 위한 목적도 있었다.

제주항공 초대 대표이사에 취임한 주상길 사장은 2007년 5월31일 김포공항에서 취항 1주년을 기념해 가진 기자간담회에서 "제주항공은 제3항공사로 도약하겠다. 저가항공사로 취급하는 것은 적절하지 않다"고 불만을 토로했다. 2006년 6월5일 취항한 제주항공이 부정기항공사였던 한성항공과 설립준비중인 전북항공 등과 함께 저가항공사로 불리고 있는 당시 상황을 에둘러 비판한 것이다.

이날 주 사장은 "한성항공, 전북항공 등은 전세기를 운항하는 부정기운송사업자이고, 제주항공은 대한항공, 아시아나항공에 이어 세 번째로 정기운송사업 허가를 받은 정기항공사"라며 "분명한 차이가 있는데 저가항공으로 함께 취급되는 것은 억울하다"고 말했다. 주 사장은 또 제주항공은 국제선 확대를 통해 '아시아지역 전문 항공사'가 될 것이라고 밝혔다. 저가항공사보다는 아시아지역 항공사로 포지셔닝하는 게 목표라며 아시아지역 항공사들과 제휴를 통해 동북아와 동남아 등지를 운항하는 '제3항공사'로 성장하겠다고 밝히기도 했다.

이처럼 제주항공은 취항 초기부터 저가항공으로 분류되는 것을 피하기 위해 '제3의 정기항공사', '제3항공'이라는 명칭을 사용했다. 이후에는 국내 LCC업계 1위의 위치를 활용해 '국내 최대 LCC'란 수식어를 주로 썼다. K-LCC업계 맏형으로서 기존항공사인 대한항공과 아시아나항공에 이어 3대 항공사로서의 입지를 강조하기 위해서였다.

진에어는 '실용항공사'로 스스로를 규정했다. 비용절감을 통해 합리적인 항공운임과 실용적인 서비스를 제공하겠다는 의미를 담았다. 진에어는 "합리적인 소비자가 선택하는 대표적인 LCC라는 의미에서 '실용항공사'라는 슬로건을 알리고 있다"고 했다. 진에어 객실승무원의 유니폼이 청바지인 것도 '실용항공사'란 이미지를 부각하기 위해서였다.

에어부산은 아시아나항공 계열이다. 하지만 지분구조상 최대주주 못지 않은 지분을 부산지역 기업주주와 부산시가 나눠 갖고 있다. 에어부산은 처음에는 '지역항공사'란 점을 애써 강조하지는 않았다. 지역거점 항공사의 한계가 노선 확대와 사업 확장에 일정 부분 걸림돌로 작용해온 때문이었다.

그러던 것이 2015년 아시아나항공이 '제2 LCC'인 에어서울을 설립하면서 사정이 달라졌다. 에어부산은 2016년 들어 '지역항공사'라는 점을 부쩍 강조했으며, 항공사 소개 문구도 '저비용항공사 에어부산'에서 '지역항공사 에어부산'으로 바뀌었다. 에어서울 설립으로 국내 허브(hub)공항인 인천과 부산을 양대 축으로 한 LCC 계열화가 완성되면서 생긴 변화였다.

-양성진 항공산업평론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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