두산 '좌타듀오' 로하스-김재환, 이승엽표 '홈런야구' 서막을 열다 [잠실 현장]

잠실=안호근 기자  |  2023.04.01 21:00
두산 호세 로하스가 1일 롯데와 개막전에서 11회말 끝내기 스리런 홈런을 치고 포효하고 있다. /사진=OSEN 두산 호세 로하스가 1일 롯데와 개막전에서 11회말 끝내기 스리런 홈런을 치고 포효하고 있다. /사진=OSEN
[잠실=안호근 스타뉴스 기자] 쾅! 쾅!


홈런포 두 방에 패색이 짙던 두산 베어스가 미소지었다. 김재환(35)과 호세 로하스(30)이 전설의 홈런왕 이승엽(47) 두산 베어스 감독에게 승리를 선사했다.

144경기 중에 첫 경기일 뿐이지만 경기장을 가득 메운 야구 팬들에게 너무도 강렬한 임팩트를 남긴 아치 2개였다.

두산은 1일 서울시 송파구 잠실야구장에서 열린 롯데 자이언츠와 2023 신한은행 SOL KBO리그 개막전에서 4시간 45분 혈투 끝에 연장 11회말 로하스의 끝내기 스리런 홈런으로 12-10 대역전승을 거뒀다.

1회부터 3점을 내며 시작했지만 4차례나 역전을 거듭하는 흐름 속 챙긴 승리라 더욱 짜릿했다.

믿었던 선발 라울 알칸타라가 4회 만에 조기 강판됐고 3-8까지 점수 차가 벌어지며 그대로 패배하는 듯 싶었던 팀을 구해낸 건 두산의 4번타자 김재환이었다. 전국 9개 구장 중 가장 넓은 잠실을 홈으로 쓰면서도 44개의 아치를 그리며 홈런왕에 오를 정도로 자타공인 괴물 같은 파워를 자랑하는 그였으나 시즌을 거듭하며 장타력도 내리막길을 탔다. 지난해엔 23홈런에 그쳤다.

두산 지휘봉을 잡은 이승엽 감독은 부임 초기부터 김재환의 부활을 노래불렀다. 김재환이 4번타자에서 강력한 한 방을 바탕으로 살아나줘야 팀 타선도 시너지효과를 낼 수 있다는 것이었다.

4번 지명타자로 나선 김재환은 한일 통산 626홈런 금자탑을 쌓은 이승엽 감독의 데뷔전에 완벽하게 보답했다. 7회말 팀이 5-8로 뒤진 2사 1,3루에서 구승민의 시속 135㎞ 낮게 떨어지는 스플리터를 잡아당겨 우측 담장을 훌쩍 넘겼다. 김재환의 스리런포로 두산은 단숨에 승부를 원점으로 돌리며 승리 희망을 키울 수 있었다.

김재환은 앞선 타석에서 2볼넷과 2삼진으로 아쉬운 성적을 남겼지만 단 한 방으로 이승엽 감독을 미소짓게 했다.

7회말 동점 스리런포를 터뜨린 두산 김재환(오른쪽)./사진=OSEN 7회말 동점 스리런포를 터뜨린 두산 김재환(오른쪽)./사진=OSEN
김재환이 승리의 발판을 놨다면 경기를 마무리지은 건 로하스였다. 그는 두산이 4년 동안 호흡을 맞췄던 호세 미구엘 페르난데스를 대신해 야심차게 데려온 타자다. 페르난데스가 뛰어난 콘택트 능력과 함께 가을야구에서도 강력한 면모를 보였지만 수비에서 활용도, 장타력 부족을 메우기 위해 두산은 욕심을 냈다.

스프링캠프와 시범경기 때부터 호평을 받았던 로하스는 단 한 경기로 자신의 진가를 야구 팬들에게 알렸다. 이날 3번 타자 우익수로 출전한 로하스는 6타수 2안타 5타점 2득점으로 맹타를 휘둘렀다. 팀이 11회초 역전을 당한 상황에서도 무사 1,3루 타석에 나서 문경찬의 시속 137㎞ 속구를 망설임 없이 통타, 우측 담장을 넘기는 125m 짜리 대형 석점포를 작렬했다.

개막전 끝내기 홈런 승리는 KBO리그 42년 역사를 통틀어도 역대 4번째에 불과한 기록이다. 1982년 MBC 이종도, 2008년 SK 와이번스 정상호, 2015년 넥센 히어로즈 서건창에 이어 로하스가 진기록에 이름을 올리게 됐다. 두산 선수로는 최초다.

경기 후 로하스는 "마지막 타석에서 동점을 위해 희생타를 생각하고 스윙했는데 운 좋게 실투가 들어오며 홈런으로 연결됐다"며 홈런 상황을 복기했다. 이어 "경기 내내 더그아웃 분위기가 너무 좋았고 질 것 같다는 생각이 안 들었다. 이전에 이런 열정적인 응원을 본적이 없는데 팬들 덕분에 이긴 것 같다"고 팬들에 대한 고마움도 나타냈다.

데뷔전부터 손에 땀을 쥐게 만드는 명승부 끝 승리를 챙긴 이승엽 감독은 안도의 한숨과 함께 형언할 수 없는 기쁨을 나타냈다.

이승엽 감독은 경기 전 마운드 운용에 대한 고민을 밝혔다. 딜런 파일이 부상으로 이탈하며 선발진에 2명의 투수에게 물음표가 뜬 상황이다. 그렇기에 패색이 짙었던 경기에서도 화끈한 한 방으로 승리를 안겨준 타자들이 예뻐보일 수밖에 없다.

이 감독은 "선수 때보다 기분이 좋았다. 선수 때는 내가 잘해야 좋았지만 지금은 누가 잘하더라도 기분이 좋다"며 터져야 할 타자들이 활약을 해줬다는 취재진의 말에 "그렇다. 로하스를 2번에 배치할까 하다가 롯데 좌투수가 이태연 하나라 3,4번으로 붙여도 되겠다 싶었다. 양의지까지 3,4,5번에서 아주 뛰어난 활약을 펼쳐줬다"고 칭찬했다.

9위로 추락했던 지난해 두산은 101홈런으로 이 부문 8위에 머물렀다. 그러나 이승엽 감독을 데려온 두산이 첫 경기부터 달라질 기미를 보여줬다. 김재환, 로하스 외에도 20홈런 이상이 기대되는 양의지, 양석환과 미완의 대기 김민혁, 김대한 등도 화끈한 한방이 기대되는 선수들이다. 이승엽 감독의 두산이 올 시즌 펼칠 화끈한 홈런야구의 예고편을 볼 수 있었던 개막전이었다.

로하스의 끝내기 홈런 직후 두산 선수들이 단체 세리머니를 하고 있다. /사진=OSEN 로하스의 끝내기 홈런 직후 두산 선수들이 단체 세리머니를 하고 있다. /사진=OSEN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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