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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제선 취항기준을 둘러싼 국내 항공업계의 갈등이 심화되자 정부는 항공법 개정을 서둘렀다.
건교부는 2007년 12월 초 한국교통연구원의 연구용역결과를 토대로 국제선 취항기준을 최종 확정할 방침이라고 예고했다. 또한 유럽은 국제선과 국내선 면허가 따로 없으며, 중국과 대만은 3년, 인도는 5년 동안 국내선 운항을 한 경우에 한해 국제선 취항을 허용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하지만 이를 뒤집어보면, 전 세계 국가 중 국제선 취항을 규제하고 있는 나라는 중국, 대만, 인도를 제외하면 없다는 것을 반증하는 꼴이었다.
건교부의 보수적이고 완고한 지침에 따라 K-LCC 중 취항시점이 가장 빨랐던 제주항공은 취항 3년간 국내선 운항 후 2009년 6월5일 이후부터 국제선 취항이 가능해졌다. 하지만 이 와중에도 대한항공은 정부측에 "3년 기준을 고집하지 말고 안전성을 면밀히 따져 조건이 충족되는 항공사에는 즉각 국제선을 허용해야 한다"고 맞섰다. 즉 다시 말해, 대한항공의 자회사에게는 굳이 3년 기준이 필요하지 않다는 논리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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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한항공은 2007년 11월26일 자회사 에어코리아(Air Korea, 후에 '진에어'로 사명변경)를 설립해 2008년 5월부터 국제선 운항을 시작한다고 발표했다. 에어코리아는 국내선은 운항하지 않고 국제선만 취항할 계획이며, 요금은 대한항공의 75∼80% 수준으로 책정한 것으로 알려졌다. 에어코리아의 경우 대한항공의 정비, 운항 경험을 모두 이어받기 때문에 다른 K-LCC와 달리 곧바로 국제선 면허를 취득할 수 있을 것으로 전망한다고 밝혔다. 이 같은 대한항공 자회사 에어코리아의 2008년 5월 국제선 취항 추진은 제주항공이 예상하고 있는 국제선 취항시기인 2009년 6월이나, 건교부의 국제선 취항기준인 국내선 3년 운항경험 등과 비교하면 상당한 모순이 있었다. 그만큼 대한항공 자회사의 국제선 진출 추진일정은 막무가내였다.
대한항공의 K-LCC 시장 참여 자체에 대해 아시아나항공은 떨떠름한 반응이었지만 오히려 제주항공은 반기는 등 국내 항공업계는 시장상황과 경쟁구도에 따라 묘하게 엇갈렸다. 대한항공 자회사의 국내선 없이 곧바로 국제선에 취항하겠다는 다소 막무가내식 추진이 제주항공에게는 긍정적으로 받아들여졌다. 당시 제주항공은 국제선과 국내선 항공면허를 모두 취득한 상태였다. 다만 국제선 '운항허가'를 받지 못한 상황이었다. 에어코리아가 대한항공의 예정된 수순대로 국제선에 취항하게 될 경우 제주항공과 형평성 논란에 휩싸이게 될 것이고, 이는 결국 제주항공에게 유리한 결과를 가져다 줄 것이라고 판단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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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편으로 에어코리아가 취항하겠다고 발표한 중국, 일본, 동남아 노선은 모두 아시아나항공의 주력노선이었다. 마치 대한항공이 자회사를 앞세워 아시아나항공의 텃밭을 공략하겠다고 한 것이나 진배없었다.
이 같은 미묘한 분위기 속에서 불과 이틀 후인 2007년 11월28일 대한항공의 에어코리아 국제선 조기 취항계획은 좌절됐다. 건설교통부는 이날 '신규 항공사 국제선 취항기준'을 확정 발표했다. 새 기준에 따르면 신규 항공사는 국내선에서 2년 이상, 2만 편 이상을 운항하면서 사망사고가 없어야 국제선 부정기 운항을 할 수 있으며, 국제선 부정기 운항을 1년 이상 하면서 사망사고가 없어야 국제선 정기 운항을 허용한다는 것이 골자였다.
국내선 운항실적 '3년 이상'에서 '2년 이상'으로 1년 줄었고, 그 대신 '2만 편 이상'이라는 운항횟수가 추가됐다. 또한 항공사끼리 합병하는 경우에는 합병 후 존속하는 항공사가 기존항공사의 운항경험을 승계하며, 항공사가 분할되는 경우에는 기존항공사의 자산과 인력을 50% 넘게 승계하는 항공사가 운항경험을 승계할 수 있도록 했다.
또 가장 첨예하게 대립했던 기존항공사가 출자해서 항공사를 새로 설립하는 경우에는 신규 항공사와 동일한 기준을 적용키로 했다. 이는 신생항공사와 마찬가지로 기존항공사가 출자한 항공사의 경우도 형평성 차원에서 국내선을 일정 기간 취항해야 국제선을 운항할 수 있도록 한 것이었다.
-양성진 항공산업 평론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