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8강 1차전에서 3-3 무승부를 기록한 두 팀은 2차전에서도 1-1로 우열을 가리지 못했다. 승부차기에서 레알 마드리드는 골키퍼 안드리 루닌(25)의 선방에 힘입어 4-3으로 승리했다.
챔피언스리그와 그 전신인 유러피언 컵에서 모두 14번의 우승을 차지했던 레알 마드리드는 명실상부한 세계 최고의 축구 클럽이다. 늘 그렇듯 현재의 레알 마드리드도 세계 최고 수준의 선수들이 활약하고 있고 포지션별로 선수층도 두껍다. 중앙 수비수 다비드 알라바(32)가 장기 부상 중이지만 그 역할을 나초(34)가 잘 메워주고 있는 게 좋은 예다. 18일 경기에서 선방 쇼를 펼친 루닌도 주전 골키퍼 티보 쿠르투와(32)부상이 아니었다면 이날 출전하지 않았을 후보 선수였다.

어쩌면 21세기에 출생한 브라질 선수 가운데 최고의 재능이라고 평가받는 비니시우스와 호드리구는 축구 신동 중의 신동이었다. 페널티 박스에서 가공할 만한 득점력을 과시하는 비니시우스와 왼쪽이나 오른쪽 측면 공격수로 뛸 수 있으면서 상대 수비의 예측을 무력화시키는 드리블과 방향 전환 능력이 뛰어난 호드리구의 '협업'은 공포의 대상이다.
이 두 선수는 사실상 18세 이전에 레알 마드리드 이적에 합의했다. FIFA(국제축구연맹)는 지난 2001년 18세 이전에 해외 축구 선수와 계약을 금지하는 규정을 신설했지만 유럽 빅 클럽들은 이 규정의 빈틈을 파고드는 전략을 썼기 때문에 가능한 이적 모델이었다.
비니시우스가 17세였던 지난 2017년 그가 뛰고 있던 플라멩구와 레알 마드리드는 이미 모종의 계약을 체결했다. 하지만 FIFA 규정에 맞추기 위해 비니시우스는 2018년까지 다시 플라멩구에 임대됐고 18세가 된 이후에야 레알 마드리드로 건너갔다.

이런 편법 계약이 기본적으로 가능한 이유는 나이 어린 유망주를 유럽 클럽에 보내면서 발생하는 이적료에 의존해야 하는 브라질 클럽의 어려운 재정 상황 때문이다. 여기에 이런 브라질과 남미 클럽들의 상황을 적절히 활용하려는 유럽 빅 클럽들의 남미 유망주 영입 전략도 한 몫을 톡톡히 하고 있다.
비니시우스와 호드리구는 2002 한·일 월드컵 이후 아직까지 월드컵 우승 트로피를 들어 올리지 못하고 있는 '축구 왕국' 브라질의 우승 가뭄을 해결할 수 있는 기대주로 손꼽힌다. 월드컵 때마다 우승후보로 거론되지만 최근 20년 동안 자국 국민에게 실망감만 안겨준 브라질 축구의 희망봉인 셈이다.

하지만 아이러니하게도 브라질 국민들은 인종차별 문제로 라 리가에 대한 적개심을 표출하고 있다. 지난 해 스페인에서 비니시우스가 인종차별의 희생양이 되자 브라질 팬들은 상파울루에 위치한 스페인 영사관으로 몰려가 "라 리가는 인종차별 리그"라고 연호하며 격렬한 항의시위를 펼쳤다.
"(원숭이라는 인종차별적 조롱 대신에) 난 경기장에서 오직 축구를 하고 싶다"는 비니시우스에 대해 브라질 팬들이 전폭적인 지지를 하는 이유도 여기에 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