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1990년대까지만 해도 미국 인구의 대부분은 백인(1999년 82.4%)이었다. 그러나 20여 년이 지난 2020년 미국 인구 센서스 기관 자료에 의하면 백인의 비율은 57.8%로 감소한 반면, 소수인종이었던 라티노(멕시코인을 포함한 중남미인)의 비율은 18.7%까지 치솟았다.
때문에 라티노가 많이 거주하는 미국 캘리포니아, 뉴멕시코, 애리조나, 텍사스, 그리고 플로리다주 등에서는 모든 공공기관과 학교 등에서 영어와 스페인어, 두 가지 언어 서비스를 제공한다. 미국 땅이지만 영어를 못해도 사는 데 전혀 불편함이 없다. 지역에 따라서는 이곳이 미국인지 멕시코나 중남미 국가인지 분간하기 힘든 곳도 있을 정도다.
2018년 미국정책연구소 브루킹스(Brookings.edu)는 '2045년이 되면 백인이 미국 내 소수민족이 될 것'이라고 진단했다. 연구소는 미국 내 인종에 따른 인구성장율을 기준으로 2045년에는 백인(49.7%)-라티노(24.6%)-흑인(13.1%)-아시아인(7.9%) 순으로 인종이 분포할 것으로 예상했다. 특히 나이에 따라 18세 이하 인구는 2020년부터, 19~29세는 2027년부터 라티노가 미국 내 주류인종이 된다고 전망했다.

일본-멕시코의 4강전이 벌어진 21일 미국 플로리다주 마이애미 론디포파크에서도 라티노 관중들의 응원 열기가 뜨거웠다. 총 3만 6742석의 경기장에 만원에 가까운 3만 5933명의 유료관중이 입장했는데, 이들 중 절반 이상은 라티노 관중이었다.
메이저리그도 예외는 아니다. 메이저리그 선수협회(MLBPA) 자료에 의하면 지난해 출생지를 근거로 한 메이저리그 40인 명단 내 선수들의 국가별 분포도는 미국이 1057명으로 가장 많았다. 그 뒤로는 도미니카공화국(171명)-베네수엘라(106명)-쿠바(33명)-푸에르토리코(28명) 순이었다. 이들은 모두 스페인어를 사용하는 중남미 국가라는 공통점이 있다. 라티노를 모두 합하면 395명이나 된다.
마이너리그에는 이보다 더 많은 라티노 선수들이 있다. 메이저리그 30개 구단 대부분이 도미니카공화국, 베네수엘라 등에서 루키리그 등 베이스볼 아카데미나 캠프를 운영하고 있기 때문이다. 카를로스 코레아(29·미네소타)와 호세 알투베(33·휴스턴) 등이 이런 루트를 통해 메이저리그에 진출해 리그를 대표하는 스타 플레이어가 됐다. 이번 WBC에서도 8강 진출국 중 중남미 국가는 4개(멕시코, 쿠바, 푸에르토리코, 베네수엘라)에 달했고, 그 중 멕시코와 쿠바는 4강까지 올랐다.

지난 해 9월 탬파베이 구단은 선발 출전 타자 9명 전원을 중남미 출신의 선수들로 구성하기도 했다. 메이저리그 역대 최초의 기록이었다. 하지만 앞으로는 이런 광경을 자주 목격하게 될지도 모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