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복고풍' 미인이 득세한 한 해였다.
탤런트 김태희 한지혜 수애 한가인, 영화배우 예지원 윤진서, 강수정 아나운서 등이 2004 복고풍을 주도한 얼굴로 손꼽힌다.
수줍은듯 당당한 김태희, 홑꺼풀이라 뜻밖에 신선한 한지혜, 인고와 한이 농축된 수애, 한방화장품 광고모델로 캐스팅되며 단아함을 인정받은 한가인, 한복차림이 더 잘 어울릴 듯한 예지원과 윤진서, 정감에다 덕성까지 갖춘 포근한 강수정 등이 '클래식은 영원하다'는 사실을 새삼 입증했다.
10년만에 컴백한 고현정도 이 같은 '참한' 고전미인 부활 분위기에 일조했다.
각국의 한류 열풍과 '올드보이' '빈 집' 의 국제영화제 수상도 복고풍 미인 바람을 거들었다.
'해외에서 우리 것도 얼마든지 통한다'는 사실 확인이 한 때 칭송이었던 '이국적 용모'를 밀어내고 '한국적 용모'에 점수를 주는 분위기를 형성했다는 것이다.
얼굴전문가 조용진 교수(한서대 피부미용학)는 "경제적으로 풍요로운 시기에는 미의 기준이 감각적으로 바뀌므로 윤곽미보다는 감각기관인 눈과 코가 큰 부품미를 중시하는 경향이 있다"면서 "그러나 요즘처럼 경제가 어렵고 실질적이고 견실한 기풍을 숭상하는 사회에서는 부품, 즉 부분이 아닌 전체가 멋진 윤곽미를 높이 치게 된다"고 설명했다.
유독 큰 눈, 오똑한 코, 갸름한 턱선, 없다시피한 광대뼈 등 개성 넘치는 사이버틱한 외모로 주목받은 '현대미인'이 잠시 주춤했던 1년인 셈이다.
그러나 2004년을 휩쓴 복고미인 바람이 새해에도 지속될 수 있을지는 불투명하다.
조 교수는 "미인의 가치 기준은 변하게 마련인데 '100년에 한 번 나올까 말까'하는 세기의 미인으로 통하던 여배우의 사진을 몇년 뒤 젊은이들에게 들이대면 '미인인가?'하고 고개를 갸우뚱거리는 모습을 많이 본다"고 전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