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정아 사고' 촬영 40초 분량 테이프, 전격 공개

김태은 기자  |  2005.10.03 20:24


정정아와 동행해 KBS2 '도전 지구탐험대'의 제작과 촬영을 담당한 정승희 PD(오초아 프로덕션 대표)는 1일 서울 목동에 위치한 자신의 프로덕션 사무실에서 이 장면이 담긴 테이프를 최초로 스타뉴스에 공개했다.


이날 기자는 아나콘다가 등장하면서 정정아가 아나콘다를 잡으려다가 물린 후 사후처리를 하는 총 40초 분량의 장면을 단독으로 시사했다.

이 테이프는 지난 8월 31일 오후 2시 30분경 (현지시간) 이루어진 남미 콜롬비아 야르보 부족(여자들만의 부족) 체험 촬영 테이프로, 젖가슴을 드러내고 나무껍질로 만든 치마만 입은 야르보 부족 여인들 예닐곱명이 가져온 3m30cm 길이의 아나콘다가 땅바닥에 축 늘어져 있다가 갑자기 머리를 획 쳐들면서 정정아의 오른팔을 무는 장면부터 공개됐다.


(정 PD는 화면 밖에서 야르보 부족 여인들이 아나콘다가 움직이지 않자 꼬리를 잡아 당겨 아나콘다가 화가 나 갑가지 사람을 물게 된 것이라고 설명했다.)

아나콘다가 머리를 쳐드는 순간은 1초도 안되는 짧은 시간으로, 물린 부위를 반사적으로 잡은 정정아가 멀찍이 뒤로 물러선다. 이어 정정아가 물린 부위가 클로즈업으로 드러났다. 7~8cm 정도 창상을 통해 붉은 피가 흐르고, 정정아는 상처 위에 붙어있던 작은 잔 이빨을 손가락으로 잡는다.


이 때 정 PD가 "약 없어"라고 한국어로 소리를 지르고, 이어 스페인어로 약을 요구한다. 이 순간 조연출은 정정아의 상처를 감싸기 위해 입고 있던 티셔츠를 벗는다. 울음을 터뜨린 정정아의 얼굴이 클로즈업된다.

(당시 현장에 함께 있었던 조연출은 이 때 정 PD가 "그만 보고 약을 달라"고 스페인어로 외치는 중, "보지 말라"는 뜻의 "노미라 노미라"를 외친 것을 "넣어 넣어"라고 잘못 들은 것이 아니냐고 추측하기도 했다.)

4명의 야르보족 여인들이 정정아의 팔 다리를 하나씩 잡고 정정아를 편안한 곳으로 옮긴 후 즉시 척베이다 나무를 베어와 그 즙을 상처에 뿌린 후, 한 여인이 나무 껍질로 만든 치마를 벗어 상처를 동여매는 응급 조치를 한다.


그 후 한동안 화면이 블랙 아웃이 된다.

(정 PD에 따르면, 촬영하지 않는 동안 정정아에게 "마무리를 하겠냐"고 묻자, 정정아는 "하겠다"며 동의를 하고 "물린 것이 찍혔냐"고 물었다고 한다.)

다시 화면이 돌아오고, 상처를 동여매고 있는 정정아에게 야르보족 여인들인 아나콘다를 잡아와 보여주며 아나콘다가 나쁘다는 뜻의 표시를 하고, 정정아는 아나콘다의 머리를 몇번 만져본다.

사후처리에 대해 정 PD는 정정아가 병원에 가서 치료를 받는 모습을 조연출이 디지털 카메라로 스틸 사진을 찍어놓았으며, 이러한 모든 것을 촬영한 것에 대해 "방송에 못낼 것은 알았지만, 1985년부터 KBS 보도국 카메라 기자로 일하면서 기록을 해놓아야한다는 취재 습관에서 비롯된 것"이라고 밝혔다.

정 PD는 "보도된 것처럼 경찰이 출동하거나 한 일은 없다"며 "정정아를 택시를 태워 병원에 보내고, 나는 원주민들의 부탁으로 다른 택시로 경찰서에 가 별 문제 없다는 보고를 했다"고 사고 이후의 일을 설명했다.

또 "병원에서 속살을 다 소독하는 파상풍 치료를 하고 항생제, 진정제를 맞고 약을 처받 받았다"며 "치료한 의사 외에 뱀 물린 상처만 연구하는 의학박사로 부터 파상풍 가능성이 0%라는 진단을 받았다"고 덧붙였다.

한편 정 PD는 현지 공항에서 헤어지며 자신과 정정아, 그리고 조연출이 코믹하게 일그러진 표정으로 찍은 사진을 기자에게 공개하기도 했다. 정 PD는 "정정아가 제안해 이런 사진을 찍었다"며 "공항에서 헤어질 때까지 시종일관 사이가 좋았다"며 말끝을 흐렸다.

이날 정 PD는 "실제 일어났던 상황을 가감없이 세상에 알리고 싶었다"며 테이프를 공개한 이유를 밝혔다. 정 PD는 촬영 장면의 스틸 컷과 동영상을 모두 스타뉴스에 공개할 것을 약속했으나, 3일 오후 현재 연락이 두절된 상태다. 조연출 등 주변인들이 이 장면이 악용되고 여론이 불리해질 수 있다는 이유를 들어 공개를 반대하자 이에 대한 고민을 하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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