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BS2 '애정의 조건'(사진), '장밋빛인생' 등으로 '시청률제조기'로 떠오른 문영남 작가의 독특한 작명법이 차기작에서도 빛을 발할 예정이다.
등장인물의 성격과 캐릭터에 걸맞은 유머러스한 작명법으로 드라마의 재미를 한껏 더하는 것이 문 작가의 특징. 오는 4월 1일 첫 방송 예정인 KBS2 새 주말극 '소문난 칠공주'(가제)에 등장하는 인물들의 이름들도 심상치 않다.
'소문난 칠공주'는 '칠'자 돌림 이름을 가진 네 자매의 이야기로 네 자매의 이름은 각각 나덕칠, 나설칠, 나미칠, 나종칠이다. 이태란이 연기할 나설칠은 아들없는 딸부잣집에서 아들노릇을 하는 군인, 최정원이 연기할 나미칠은 명품과 쇼핑중독에 빠져 늘 카드빚에 허덕이는 '골 빈 여자'의 이름이다.
이름이 상징하는 대로 인생이 흘러가는 이들 자매의 막내 나종칠은 철없는 나이에 혼전임신으로 눈물겨운 시집살이를 하게 된다. 나종칠을 임신시킨 대책없는 마마보이의 이름은 황태자(이승기 분)이고, 부잣집 가정부 출신으로 주인집 아들과 결혼하지만 남편의 죽음으로 반찬가게를 하며 아들을 키운 황태자의 어머니의 이름은 반찬순(윤미라 분)이다.
주변인물들의 이름에서도 톡톡튀는 문 작가의 재치가 드러난다. 무뚝뚝한 경상도 사나이인 나덕칠의 전남편의 이름은 구수한(이대연 분), 전부인과의 관계를 끊지 못해 나덕칠을 괴롭히는 나덕칠의 재혼남의 이름은 왕선택(안내상 분)이다.
나설칠과 나미칠 사이에서 사랑과 우정을 놓고 번민하는 남자의 이름은 유일한(고주원 분)이고, 늘 여자에게 치근대지만 성사된 적이 없는 유일한의 외삼촌의 이름은 공수표(노주현 분)다. 여기에 나설칠을 좇아다니는 4살 연하 부하의 이름은 그야말로 연하남(박해진 분)이다.
지난해 8월 방송돼 큰 사랑을 받았던 '장밋빛인생'의 등장인물들의 이름도 캐릭터의 설정과 딱 맞아떨어졌다. 불륜을 저지르다가 아내 맹순이(최진실 분)가 암에 걸린 사실을 알고 참회하는 남편의 이름은 반성문(손현주 분), 시누이는 반성해(안선영 분)였다.
보험외판원으로 짠돌이 캐릭터인 반성해의 남편의 이름은 천원만(권해효 분), 맹순이 동생 맹영이(이태란 분)의 불륜남으로, 사랑한다면서도 아내에게 돌아가는 비열한 남자의 이름은 이정도(장동직 분)였다. 맹영이와 결혼에 이르는 한의사의 이름은 지박사(남궁민 분)로 시청자들에게 많은 웃음을 줬다.
2004년 최고 히트작중 하나로 꼽히는 '애정의 조건'에서도 '노'라는 성으로 재밌는 이름들을 만들어냈다. 학비가 없어 군대에 가는 강은파(한가인 분)의 남자친구는 노윤택(지성 분), 술과 도박에 빠져 강은파를 괴롭히는 동거남은 전성기(박용우 분),
가부장적이고 보수적인 강은파의 아버지는 강한걸(한진희 분), 밖에서 남편이 낳아온 딸인 강은파로 마음 고생을 하는 부인은 구기자(오미연 분)다. 강은파의 언니인 강금파(채시라 분)의 남편으로 바람을 삶의 활력소라 생각하는 인물의 이름은 반어적으로 진정한(이종원 분)이었다.
여기에 이름 그대로 남는 것 하나 없는 인생을 살아가는 노윤택의 삼촌의 이름은 노마진(정한용 분), 게을러서 뒹굴거리며 사는 노윤택의 형의 이름은 노광택(손현주 분)이다. 노윤택의 삶의 활력소가 되주는 단짝친구의 이름은 모범수(이원재 분).
강은파와 결혼에 이르는 나장수(송일국 분)의 가족의 이름도 재밌다. 번번히 사업에 실패해 집안일을 하는 아버지는 나만득(장용 분), 여장부 스타일로 사업가로 성공한 어머니는 이현실(윤미라 분), 상경해 이집에 진드기처럼 붙어하는 나만득의 여동생은 나진득(이보희 분)으로 드라마의 감초 역할을 톡톡히 했다.
이밖에도 문영남 작가는 전작들에서도 인물의 캐릭터를 바로 알 수 있는 상징적인 이름을 많이 사용했다. 2002년 SBS '그여자 사람잡네'에서는 백선달, 오동추, 주기자, 백수산, 배신녀, 여인숙, 오백수, 유난희 등의 이름이, 2001년 MBC '결혼의 법칙'에서도 황원수, 황복수, 송공주, 조용순, 송내복, 박달자, 황달기, 오미자 등이 등장했다.
위에 나열한 작품 뿐만 아니라 이에 앞서 집필한 1992년 MBC '분노의 왕국', 1995년 KBS '폴리스', 1996년 KBS '바람은 불어도', 1997년 KBS '정 때문에' 등 내놓는 작품마다 히트시키고 있는 문영남 작가의 작명법도 드라마의 재미를 더하는 요소가 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