청춘과 자동차 경주는 무모하면서 일단 전진한다는 점에서 자주 유의어로 통한다. ‘이니셜 D’ 또한 이러한 익숙한 관념에서 크게 벗어나지 않는 영화.
고교생 타쿠미(주걸륜 분)가 밤길 두부배달을 하면서 가파른 고갯길에서 익힌 자동차 운전 솜씨 덕분에 자동차 레이서로 입문한다는 만화 같은 내용. 아니나 다를까. 이 영화의 원작은 두말할 필요 없는 동명 인기 일본만화다.
어느날 타쿠미가 배달 길에 유명 카레이서 타케시(여문락 분)의 차를 앞질러 경주 세계와 연이 닿게 되고 타쿠미의 튜닝한 두부 배달 차량 AE86이 엄청난 스피드와 절묘한 코너링을 자랑한다는 점 등 이 영화는 곳곳에서 만화적 상상력을 적극 차용한다.
영화의 자재로운 화면 분할과 정지 장면 또한 원작의 본질에 기대고 있다. 잔뜩 멋 부린 듯한 영상과 비트로 점철된 음악은 뮤직비디오 같은 느낌도 자아낸다. 영화 배경과 등장인물 이름은 일본, 언어는 중국어라는 이원적인 설정도 만화적 이해력을 동원해야 할 듯.
레이싱과 사랑을 놓고 갈등하다가 후자를 택해 두부가게 주인으로 들어앉은 부친(황추생 분) 내력 그리고 동급생 나츠키와 나누는 풋풋한 러브스토리는 단순하기 짝이 없는 이 영화의 부피감을 그나마 살리는 곁가지들이다.
이 영화의 관전포인트는 아무래도 대만 아이돌 스타 주걸륜이 아닐까 싶다. 모친의 부재로 정에 굶주려 한결 더 소심해진 타쿠미가 속도감 넘치는 레이싱의 맛에 빠져들어 내면에 숨어있는 승부욕을 불태우게 되는 인물 변화에 한껏 주목하시길.
꽃미남 주인공 특유의 여린 듯 강한 면모는 여성 관객을 꼼짝 못하게 사로잡는 마력이다. 나츠키 역의 스즈키 안은 이 중화권 스타 투성이의 영화에 섬처럼 놓인 일본 배우. 일본 영화 ‘하나와 앨리스’에서 만난 바 있다.
잊지 마시라. 만화 같은 영화에서는 스토리보다 매력적인 주인공을 따라 가는 게 남는 길임을. 영화 ‘무간도’ 시리즈로 잘 알려진 중국 유위강 맥조휘 감독이 연출 호흡을 맞췄다. 3월1일 개봉. 15세 관람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