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무지 미워할 수 없는 남자 짐 캐리가 이번에는 무장강도다.
사연 없는 인생 없다더니 유명 IT기업 부사장 승진의 영예가 1일 천하로 김샌 내력이 있었다. 이뿐 아니다. 아이까지 딸린 그는 남의 집 스프링쿨러로 슬쩍 샤워를 해야 하는 초라한 신세.
‘뻔뻔한 딕 & 제인’(감독 딘 패리솟)은 천의 얼굴 짐 캐리 타이틀롤 이유만으로 애통 절통한 가족사에서 이내 포복절도할 명랑만화로 탈바꿈한다.
짐 캐리 특유의 익살과 낙천주의는 이 영화에서도 여전한 에너자이저. 정원 잔디까지 차압당한 신세지만 그의 얼굴에서 비애의 그림자는 찾을 길 없다.
불법 체류 노동자로 몰려 이민국에 끌려가 국경 밖으로 추방되고 자신의 부인은 화장품 테스트 아르바이트 부작용으로 얼굴이 퉁퉁 부어오른 처량한 신세지만 눈물보다 폭소가 터져 나오는 것은 바로 그가 짐 캐리이기 때문.
이 부부가 아무리 절박한 심정으로 강도 콤비를 이뤄도 그 웃음 릴레이를 말릴 수 없다. 사실 현금인출기 앞을 노리지만 결국 피해자는 아는 사람이고 슈퍼마켓 앞을 어슬렁거려도 돈을 뺏기는 커녕 물건을 들어주고 마는 풋내기 강도들이다.
하지만 결국 배운 게 도둑질인가? 물총 들고 설치던 이 얼치기 강도 커플이 점점 대담해지더니 결국 은행에 이어 회사 파산의 주범인 기업 대표의 계좌까지 노리게 된다.
영화는 짐 캐리의 발걸음과 함께 웃음의 무아지경으로 자연스럽게 끌어가지만 그 속내는 은근히 미국 내 실업 문제를 들추고 있다. 하지만 영화 말미 난데없는 기업 대표의 개과천선은 이 팽팽하고 탄탄한 코미디의 바람을 급히 빼 상당히 유감스러운 대목이다.
이 영화는 5년전 상당수 직장인을 거리로 내몬 미국 에너지 기업 엔론사의 분식회계 사건을 기초로 했다. 시나리오 작가는 영화 ‘40살까지 못해본 남자’의 주드 아파토우 감독. 30일 개봉. 12세 관람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