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진=최용민 기자 leebean@>
"재영이가 죽기라도 하면 나는 영화를 그만둬야 할 것 같아."
장진 감독과 정재영. 15년 넘게 인연을 이어 온 천재 감독과 연기파 배우. 장진 감독과의 인터뷰를 통해 들어본 두 사람의 이야기는 그가 처음 만든 누아르 갱스터 영화 속 죽마고우 주인공들의 관계 만큼이나 진하고 끈끈했다.
오는 19일 개봉을 앞두고 있는 장진 감독의 새 영화 '거룩한 계보'(제작 필름있수다)는 함께 조직에 몸담았으나 결국 예상치 못하게 엉켜버리고 만 세 친구의 이야기다. "너는 밀어붙여, 나는 퍼부을테니"라는 프루스트의 소설 구절에서 따온 대사는 이 친구들의 관계를 단적으로 드러낸다. 정재영은 영화에서 전설의 칼잡이인 주인공 동치성 역을 맡아 열연을 펼쳤다.
장진 감독은 스타뉴스와의 인터뷰에서 "정재영은 역시 최고"라며 정재영을 높이 치켜세웠다. "너는 밀어붙여, 나는 퍼부을테니"는 감독 장진이 친구이자 동료요 후배인 배우 정진영에게 전하는 말일지도 모른다.
서울예대 연극과 89학번인 장진 감독은 90학번 정재영과 학창 시절부터 인연을 맺었다. 지금까지 함께 해온 연극과 영화를 얼추 꼽아도 20편에 이른다. 정재영은 '기막힌 사내'부터 '거룩한 계보'에 이르기까지 장진 감독이 연출한 영화 중 무려 6편에 등장한다. 장 감독이 "함께 한 작품을 도저히 셀 수가 없다"며 고개를 절레 절레 흔들 정도다.
장진 감독은 "설경구 최민식 송강호 한테 시나리오를 줬다가 다 안한다고 해서 정재영에게 주면 덥석 한다고 해서 다 그런 것"이라며 너스레를 떨었다. "하도 그런 일이 많으니까 이번에는 거꾸로 해보자 해서 먼저 시나리오를 줬다. 그러니까 또 한다고 하지 뭐냐. 그래서 주인공이 됐다."
ⓒ<사진=최용민 기자 leebean@>
그러나 장난기 가득한 설명과 달리 정재영에 대한 진짜 속마음은 믿음으로 가득하다. 장진 감독의 말을 듣다보면 '백아절현'이란 고사성어가 떠오른다. 거문고의 달인 백아가 소리만 듣고도 자신의 마음을 알던 오랜 친구 종자기가 죽자 거문고 현을 끊었다는 이야기다.
실제로 장진 감독은 "만약 정재영이 죽기라도 하면 나는 영화를 더이상 찍지 않을 것이다. 적어도 저 친구와 영화를 못하게 되면 3∼5년은 아무 것도 하지 못하게 될 것"이라고 털어놓기까지 했다. 장진이 말하는 배우 정재영은 다음과 같다. "아무도 나를 알아주지 않을 때부터 나를 믿고 내 작품을 알아봐준 사람". 그리고 "그 어느 배우보다 내 작품의 맛과 대사를 잘 알고 표현하고 소화하는 배우." 감독에게 이보다 더한 믿음과 찬사의 표현이 있을까.
장진 감독이 이번 작품을 내놓으며 품은 바람이 있다면 영화가 제작비를 조금 더 웃도는 수익을 거둘만큼 관객이 드는 것, 그리고 '장진식'이란 굴레 아닌 굴레를 벗어버리는 것이다. 그리고 또 하나, 장 감독이 첫 손에 꼽은 바람이 있다. "이번 영화로 정재영한테 남우주연상을 안기고 싶다. 정재영이 조폭 갱스터 영화로 남우주연상을 받는 첫 배우가 됐으면 좋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