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인혜 "연기경력15년, '할매'들엔 명함도 못내밀죠"

네 할머니 젊은시절 혼자서 '척척'

김현록 기자  |  2007.01.20 11:24
이인혜 ⓒ최용민 기자 leebean@ 이인혜 ⓒ최용민 기자 leebean@


벌써 15년째다. 배우 이인혜(26)가 연기를 해온 것이. 초등학교 시절이던 1992년 창작동요제에서 깜찍하게 노래를 부르는 모습이 방송사 PD의 눈에 띄어 데뷔한 지가. 그간 이인혜는 각종 드라마를 누비며 인상적인 연기를 펼쳤고 확실한 성인연기자로 자리매김을 했다. 그리고 뒤늦게 영화에 도전했다. 엽기 할머니들의 행각을 그린 코미디물 '마파도2'(감독 이상훈·제작 프라임 엔터테인먼트)를 통해서다.


그러나 이인혜의 스크린 데뷔는 처음부터 화제가 되지 못했다. 15년만의 영화데뷔가 이렇게 조용하게 치러진 건 전적으로 캐릭터 때문이었다. 이인혜는 마파도 네 할머니의 꽃다웠던 젊은 시절을 홀로 맡아 사랑의 순간을 그려냈다. 1인4역이 미리 알려지면 이 독특한 설정의 맛이 사라질까 스스로 입단속을 했던 이인혜는 영화가 이미 관객에게 선보인 지금에야 마음놓고 이야기를 하게 됐다. "섭섭한 건 없었어요. 재미있게만 보신다면야…. 새로운 도전이다 보니 기대보다 설렘이 커요."

영화로 옮겨오고 보니 호흡도 현장의 상황도 크게 달랐지만 지금에 와 가장 절실하게 다가오는 건 혼자서 숨어 자신의 연기를 볼 수가 없다는 것이다. 평소에 아무도 없는 곳에서 자신의 연기를 모니터링하는 그녀는 대형 스크린에 비친 자신을 얼굴을 수십 수백명과 함께 보면서 독특한 감흥을 느꼈다. 쑥쓰러움에 아직까지 영화는 딱 한 번밖에 못봤다는 이인혜는 그것이 미안해 모자를 푹 눌러쓰고 극장에 갈 계획까지 세웠다.


영화 속 이인혜는 길지 않은 출연 분량에도 불구하고 다채로운 모습을 선보인다. '친절한 금자씨'를 패러디하기도 하고, 베드신에 비견되는 물레방앗간신, 달려가는 기차에 탄 연인과 키스를 나누는 장면도 있다. 그러나 까다로운 설정보다 이인혜를 더욱 긴장하게 했던 건 경력 15년으로는 명함도 못 내밀 까마득한 선배들에게 누가 되어선 안된다는 스스로의 다짐이었다.

"예전 사진들을 보니 다들 어찌나 미인이시던지. 하지만 선배 배우들은 한 번도 만나질 못했어요. 어린 시절을 연기하다보니 한 번도 함께 연기를 펼칠 기회가 없었거든요. 기자시사회 전에 잠깐 만나 인사를 드렸던 게 전부예요. 고려대 동문이신 여운계 선생님을 특히 뵙고 싶었는데, 아쉬워요."


이인혜는 "이미 연기는 직업이다. 오래 전에 일을 시작해서 그런지 연기란 다른 여러 사람들이 갖고 있는 '자기 일'과 크게 다르지 않다는 생각이 든다. 새삼스럽지 않지만 이를 평생 해나가려면 많은 준비가 필요하다"고 15년차 다운 직업관을 들려줬다. 또래들이 하는 모든 일을 최대한 경험하려고 욕심을 내는 것도 것도 그 때문이다.

연기를 하면서도 학점을 따고, 서클에 나가고, 학회에서 공부하고, 학생회까지 진출했다. 그 사이 진한 캠퍼스 연애 한번 못하고 대학시절을 다 보냈다는 것을 유일한 아쉬움으로 꼽는 그녀에게선 할머니가 되어서도 풋풋했던 옛사랑에 웃음짓는 '마파도'의 그녀들이 묻어났다.

이인혜 ⓒ최용민 기자 leebean@ 이인혜 ⓒ최용민 기자 leebean@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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