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나들이' "이번에도 실패하면 고향 내려갔을것"

김태은 기자  |  2007.03.01 12:22
ⓒ<사진 최용민 기자 leebean@> ⓒ<사진 최용민 기자 leebean@>


SBS 공개코미디 프로그램 '웃찾사'의 '서울나들이'가 장안의 화제다. 지난달 11일 첫방송에서 열광적인 호응을 얻어낸 '서울나들이'는 서울로 일자리를 찾아 올라온 두 경상도 사나이와 직업소개소장이라는 기본 캐릭터를 가지고 즉흥개그를 펼쳐보이고 있다.


'서울나들이'를 통해 무명의 설움을 단번에 씻은 이동엽(28), 이광채(28), 박영재(22). 모두 대구 인근 출신인 이들은 "이번에도 실패하면 고향으로 싸들고 내려가던지, 아예 죽자는 각오로 임했는데 대박이 터졌다"며 흥분을 감추지 못했다.

먼저 앞머리를 일자로 자른 작은 체구의 이동엽. 사투리 억양을 누르며 어설픈 서울말을 하기 위해 애쓰는 캐릭터다. "저~표준어 쓸 수 있, 어, 요. 저~서울사람이, 에,요"라며 또박또박 받아치던 그는 분위기가 '다운'될라 치면, 옆에 있던 이광채를 향해 "아저씨는 개미하키(개미핥기) 닮았어요. 지금부터 개미 퍼먹어봐"라는 엽기적인 대사로 '업'시키며 종횡무진이다.


첫 회 녹화부터 아예 세수를 안하고 등장했다는 '무표정의 달인' 이광채는 '구걸 개그'의 절정을 보여준다. 꼬질꼬질한 차림새로 묵묵히 무대 한켠을 지키다가 갑자기 "여러분 좀 도와줍쇼"라고 내뱉는 한마디가 너무나도 엉뚱해 웃음을 야기한다.

커다란 덩치에 꼬불꼬불한 '브로콜리' 머리, 귀여운 얼굴을 가진 이 팀의 막내 박영재는 "일 안하세요"라며 직업을 알선하며 끊임없이 이들에게 '서울사람'임을 증명해보이라고 요구한다. 이들 '경상도 싸나이'들에게 당하면서도 오히려 가해자처럼 보이는 아이러니한 캐릭터다.

ⓒ<사진 최용민 기자 leebean@> ⓒ<사진 최용민 기자 leebean@>



'서울나들이' 코너는 코미디기획사 스마일매니아 소속인 이들이 이미 지난해 9월 서울 대학로 극장에 올리기 시작해 언더그라운드 개그계에서는 꽤 유명세를 탔다. 그러나 '웃찾사' 연출자가 이를 방송에 내보내자고 권유해도 오랫동안 기다린 것은 그들의 절박한 심정 때문이었다. 과연 현장에서 반응을 방송에서도 이어갈 수 있을지에서부터, 이번에도 안되면 정말 개그계를 떠나야 할지도 모른다는 절실함.

그러나 대구 사나이들의 생생한 체험이 담긴 이들의 개그는 곧 시청자들로부터도 크나큰 공감을 얻어내며 첫방송이 채 끝나기도 전 포탈사이트 순간검색어 1위에 오르는 기염을 토했다.

"한참 마술에 빠져 마술개그를 하던 저는 비둘기들과 함께 살아요. 방세도 세달째 못내고 있어요. '도와주십쇼'라는 말을 통해 삶의 애환을 표현하고 있죠."(이광채)


"초등학교 때 아버지가 돌아가시고 지금은 생활보호대상자로 지정이 됐을 정도로 형편이 어려워요. 때문에 백제예술대학도 등록금을 내지 못해 한학기 만에 그만뒀죠. 하지만 그 과정에서 긍정적으로 사는 법을 배웠고, 형님들의 든든한 뒷받침이 개그의 원동력이 돼요."(박영재)

"잘 사는 사람들이었다면 우리 코너 같은 코너는 못짰을 거에요. 대학로에서 '표 사주세요'라며 전단을 돌리며 자존심 상하는 일도 많았지만, 비정규직이 많은 이 시대에 맞춰 평범한 사람들의 모습을 그려냈기에 공감을 얻어내지 않았을까요. 우리처럼 지방에서 올라와 힘들게 사는 사람들에게 열심히 살아달라고 호소하고 싶어요."(이동엽)

100% 순수 애드리브로 시험했던 대학로에서의 '서울나들이'는 이젠 다소 틀을 갖췄지만, 무대위에서 여전히 즉흥연기를 벌인다는 점에는 변화가 없다. 마치 NG없는 우리 삶처럼, 앞뒤가 안맞을 때도 있지만 틀려도 계속 달려야한다는 것. 그것이 우리네 인생사와 더욱 닮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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