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준하 ⓒ<홍기원 기자 xanadu@>
예능 프로그램에서 최고의 시청률을 올리는 연예인을 꼽자면 이견 없이 정준하(36)를 말한다. 186cm의 키에 0.1톤에 육박하는 거대한 몸집이 보는 이들의 눈에 꽉차는 이유일 수도 있겠지만, '거침없이 하이킥'과 '무한도전'으로 월요일부터 토요일까지 안방극장을 휘젓는 날렵한 활동은 시청자들의 눈길을 끌기에 충분하다.
예능 프로그램 FD 출신에 이휘재의 매니저로 연예계 활동을 시작한 그는 데뷔 13년을 맞아 이른바 '제3의 전성기'를 누리고 있다. 개그맨이자 영화 드라마 뮤지컬 배우로 그리고 주류업계 사업가로 눈코 뜰 새 없이 바쁜 나날을 보내고 있는 정준하를 '거침없이 하이킥' 촬영장에서 만났다.
# 눈물 흘리는 식신준하 통해 연기 배웠다
개그맨으로 주가를 높이던 2004년 여름 정준하는 SBS '장길산'과 MBC '황태자의 첫사랑'에 동시 출연하며 본격적인 연기자의 길을 걷기 시작했다. 어리숙한 코믹 캐릭터로 영화의 카메오로도 수차례 등장했다. 하지만 20편에 가까운 드라마와 영화 중 딱히 그의 이름을 떠올릴 작품은 없었을 만큼 연기자로서 아쉬움도 많았다.
"그래서 '거침없이 하이킥'은 저에게 아주 큰 의미가 있어요. 코미디언으로는 드라마나 영화에 제일 많이 출연한 사람 중 하나인데 연기에 대한 폭도 좁았고, 작품을 크게 좌지우지 할 역할도 없었던 것이 사실이죠. 그런데 이번 시트콤은 평생을 두고 함께 하기 힘든 훌륭한 선생님들과 연기하게 돼 연기에 대한 생각도 많이 하게 되고 연기력도 늘이는 계기가 됐어요."
정준하는 능력있는 아내 덕을 보는 무능력한 실직 가장 역을 맡아 어리숙한 코믹 연기를 펼치고 있다. 대부분의 연기가 먹는 것으로 통할 만큼 큰 어려움은 없어 보이지만 이따금 보이는 눈물 연기나 감정 연기를 보면 이제 연기자라는 말이 그 어느 수식어보다 잘 어울린다.
"코미디언으로 인정받고 자신감도 가졌지만 연기에 있어서는 늘 주눅들고 용기가 부족했죠. 제대로 연기를 배울 시간도 없었고요. 그런 저에게 이번 시트콤은 정극도 소화할 수 있는 자신감을 줬죠. 식신준하의 인상이 강하지만 그 외에 다양한 연기를 경험할 수 있어서 '거침없이 하이킥'이 저에게 주는 의미는 무엇보다 큽니다."
정준하 ⓒ<홍기원 기자 xanadu@>
# 재석이와 '무한도전'은 나를 다시 일으켜준 은인
2004년 MBC '코미디 하우스'의 '노브레인 서바이버'로 정상의 인기를 얻던 정준하는 지난해 4월 '무한도전'을 통해 예능 프로그램으로 복귀했다. 당시 한자리 시청률에 허덕이던 '무한도전'은 정준하의 합류를 기점으로 서서히 출연자들의 캐릭터를 잡아가며 시청률도 끌어올리기 시작했다.
"무작정 쉬고싶어 6개월을 쉬었지만 컴백할 때는 다시 데뷔하는 기분이었어요. 가수처럼 음반을 내는 것도 아니고 연기자처럼 작품에 출연하는 것도 아니라 부담은 정말 컸죠. 그 때 유재석이라는 친구가 많이 이끌어주고 도움을 줬어요. 쉴 때도 저를 따라다니며 쉬지 말고 함께 방송을 하자고 권유도 해줬어요. 우스개 소리로 '무한도전'과 '하이킥' 중에 뭐가 더 좋냐는 말을 주위에서 많이 하는데 다시 일어서고 나라는 존재를 알리게 된 계기가 '무한도전'이라 '하이킥' 이전에 더 큰 의미가 있죠. 제게 용기를 주고 다시 일어서게 해 준 재석이와 '무한도전'에 늘 감사하게 생각해요."
'무한도전'에서의 정준하는 '거침없이 하이킥'에서의 모습과 크게 다르지 않다. 괴물 같은 식성은 '무한도전'에서 먼저 선보였고, '무한도전'에서도 늘 소외되는 듯한 두려움에 편가르기를 좋아한다.
"물론 제 본 모습이 아니라고는 할 수 없지만 그렇다고 소심하고 잘 삐치는 사람은 아니에요. 워낙 개성 강한 친구들이 모이다 보니 제 모습이 그렇게 그려지게 됐는데 정말 서로의 정이 없으면 그렇게 못하죠. 쇼 프로에서 누가 말 한마디 잘 못해도 마음에 상처를 받기 일쑤인데 '무한도전'은 그런 게 없어요. 정말 어쩔 수 없는 상황을 제외하고는 누구 한 명이 빠진다고 하면 다 같이 그만둘 마음의 준비가 돼 있을 만큼 똘똘 뭉쳐 있어요."
요즘 결혼의 적령기가 없다고는 하지만 혼기를 꽉 채운, '무한도전'에서도 애인 없는 편으로 갈리는 그에게 결혼 계획에 대해서도 물었다.
"올해 들어 처음으로 부모님이 장가는 언제 가냐는 얘기를 하셨어요. 저도 요즘 들어 처음 결혼하고 싶다는 생각을 했고요. 제가 애기를 정말 좋아하거든요. 그런데 여자를 만나고 연애도 해야 결혼이 되는데 요즘은 일주일에 동료 한명 만날 시간도 없어 늘 아쉬워요. '하이킥'이 끝나고 조금 여유가 생기면 그 때 여자도 만나고 연애도 해야겠죠. 얼마전에 '무한도전'에서 제 토정비결을 보면서 바람둥이라고 해 얼마나 억울하고 곤란했는지. 오해살 만큼 여자는 없어요. 만약 사귀는 사람이 있으면 당장이라도 결혼을 생각하겠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