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료급식소에서 봉사활동을 벌이는 자두(왼쪽)와 엄승백. ⓒ임성균 기자 tjdrbs23@
"밥이요!"
가수 자두가 목청 높여 외친다. 밥이 떨어져 더 보충해달라는 외침이다. '밥달라'는 소리에 한 남자가 커다란 밥솥을 배식대 위에 올려놓는다.
19일 오전 11시30분. 서울 청량리 밥퍼 나눔운동본부에 노숙자들이 길게 줄을 늘어섰다. 줄잡아 800명. 이들은 가수 에스더와 길건 등이 건네주는 식판을 받고 기쁜 얼굴로 식판을 비워냈다.
자두와 그의 연인 엄승백은 주방에서 노숙자들을 위해 식사를 준비하는 20여명의 무리와 함께 바쁘게 식사를 준비하고 있었다. 자두가 오징어 무침을 담아서 건네면 엄승백은 여기에 밥을 퍼담고 국 배식 담당에게 넘긴다. 엄승백이 밥 담당이었지만, 밥이 떨어지면 보충해달라는 요구는 자두의 몫이었다.
주방 한쪽에서 설겆이를 하는 건장한 체격의 빽가와 노을 출신 강균성의 손놀림이 무척 빠르다. 300개의 식판으로 800명에게 식사를 제공하려면 한 번 사용한 식판을 재빨리 씻어 재공급해줘야 하기 때문이다. 자두의 새 멤버로 합류한 마루와 H-유진도 물컵과 커다란 밥솥을 설겆이 했다.
무료급식소에서 봉사활동을 하는 자두(왼쪽)와 엄승백. 자두가 반찬을 담아 엄승백에게 건네면 엄승백이 밥을 담아 국 배식 담당에게 넘긴다. ⓒ임성균 기자 tjdrbs23@
이들 연예인들은 모두 연예인 신앙공동체 미제이(MEJㆍMission of Entertainment in Jesus)소속이다. 자두와 엄승백, 길건, 에스더 등은 이날 오전 9시부터 밥퍼 나눔운동본부에 모여 노숙자를 위한 급식 봉사활동을 벌였다.
오전 내내 양파, 마늘, 파, 고사리 등 이튿날 반찬으로 만들 야채를 다듬고 뒷정리까지 말끔히 마무리한 이들은 오전 11시부터 본격적인 배식 봉사활동을 벌였고, 12시30분까지 다른 자원봉사자들과 함께 숨돌릴 틈 없이 급식봉사를 했다.
미제이 소속 연예인들이 찾은 사랑의 밥퍼 운동본부는 1988년부터 급식봉사활동을 시작했으며, 2002년 청량리 현재의 자리로 옮겨왔다. 사랑의 밥퍼 운동본부의 본부장을 맡은 강동국 목사를 비롯해 세 사람이 정직원으로 근무하고 있으며, 자원봉사자들의 도움으로 노숙자 급식을 하고 있다.
사랑의 밥퍼 운동본부의 한 관계자는 "매일 급식을 위해서는 20~25명 가량의 자원봉사자들이 필요한데, 자원봉사 모집이 가장 힘든 일"이라면서 "오늘 같이 연예인들의 봉사활동이 큰 힘이 된다"고 밝혔다.
이날 급식 봉사활동에 참가한 모든 연예인들은 카메라를 꺼리게 되는 화장기 없는 맨얼굴에, 고추장이 묻고 젖은 옷을 입고 있었지만, 어떤 화려한 치장을 했을 때보다 아름다워보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