차승재 한국영화제작가협회 회장 ⓒ머니투데이 스타뉴스
'스타들의 몸값이 현 영화계의 위기를 초래한 가장 주요한 원인이다?'
지난해 메가 히트작의 물결 속에서도 다수의 영화들이 제작비를 채 회수하지 못하는 흥행 참패를 거두며 한국영화계가 최악의 수익률을 기록하면서 위기론이 대두되고 있다. 설문조사결과에서 보듯 많은 이들은 주요한 원인 가운데 하나로 스타들의 지나친 몸값을 지적하고 있다. 스타들의 게런티가 천정부지로 솟으면서 제작비 상승을 부채질했다는 주장이다.
지난해 제작된 영화가 100편을 넘어섰고 한국영화 제작비가 평균 40억원을 상회하며 마케팅비가 20억원을 훌쩍 넘나들면서도 돈을 벌어들인 한국영화는 십수편에 지나지 않는다.
또 오는 7월부터 영화 노사협상이 완료된 뒤 실행되면 스태프들도 주 40시간의 근로시간과 함께 주급제를 적용할 경우 제작비는 더 늘어나게 된다. 그 동안 못줬던 것은 주고 부풀려진 스타 몸값은 잡아야 한다는 말이 일각에서 흘러나오는 것도 이 때문이다.
제작 현장에서 뛰고 있는 국내 영화제작자들의 생각은 어떨까?
전혀 틀린 말은 아니지만 스타의 몸값 때문에 현재의 어려운 상황이 초래됐다는 것은 지나친 과장이라는 것이 이들의 공통된 설명이다. 그러나 어느 정도의 조정과 타협이 필요한 것은 사실이며 실제로 이를 두고 논의가 이뤄지고 있다고 이들은 전했다.
차승재 신임 한국영화제작가협회(제협) 회장은 현 영화계의 상황을 일본 시장 감소, 편당 제작비 증가, 감독 및 배우의 개런티 상승 등 구조적인 문제가 겹친 "3각 파도, 5각 파도의 시기"라고 진단했다. 개런티 문제는 그 일부일 뿐이며 구조적 병폐의 심각성을 실감하고 함께 허리띠를 졸라매야 한다는 것이 그의 주장이다.
싸이더스FNH 대표이사이기도 한 그는 높은 개런티 자체보다도 인센티브가 몇몇 스타들에게 몰리는 점을 지적했다. 그는 "스타시스템이 있더라도 합리적인 구조로 적정한 인센티브가 책정되고 투자자가 적절히 가져가며 제작사도 적정할 기획 개발을 할 수 있다면 괜찮다. 수익이 나도 스타 배우와 감독에게만 수익이 간다는 것이 문제"라고 말했다.
차 회장은 이어 "2년 전 제작사와 배우들의 갈등 이후 공동제작 체제가 많이 없어진 대신 인센티브제가 자리잡았다"며 "20∼30%까지 올라가는 게 문제다. 배우 뿐 아니라 감독도 역시 그렇다"고 말했다. 그러나 문제가 있다는 공감대만 가지더라도 해결에 가속도가 붙을 것이라고 전망했다.
제협 정책위원장인 오기민 마술피리·아이필름 대표는 "영화에 참여하는 많은 사람들 중에 가장 돈을 많이 받는 사람이 배우니까 배우들이 문제의 원인으로 거론되는 것 같다"며 "배우만의 문제, 어느 한 쪽만의 문제는 아니다"고 말했다.
그는 "만약 1억원을 받아야 하는 배우가 4억원을 받았다고 치자. 그것만이 문제라면 제작비를 3억원 깎으면 영화 수익 문제가 해결돼야 한다. 하지만 그것이 아니지 않느냐. 시장 규모에 비해 전반적으로 제작비가 너무 올랐다"고 설명했다.
오기민 대표는 일본과 한국 영화 시장을 비교하며 한국의 부풀려진 제작비 문제를 꼬집었다. 그는 "일본은 우리보다 인구가 2배에 극장 요금도 비싸다. 극장 수입이 영화 수입의 절반이고, 부가판권 시장도 살아있다"며 "실질적으로 일본 시장이 우리보다 4∼5배 큰 반면 제작비는 우리가 더 비싸다"고 말했다.
오 대표는 이어 "지금껏 1인당 영화관람 편수가 증가하면서 국내 영화시장이 커왔지만 여기엔 한계가 있다. 개별 영화의 완성도 때문에 부진했다는 설명도 일부 맞지만 영화 산업 전체가 포화상태에 이르렀다는 진단도 가능하다"며 "전체적인 비용을 줄여야 한다. 배우의 개런티는 그 일부다"고 강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