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BS MBC 신선한 기획 vs SBS 정체 '왜?'

김태은 기자  |  2007.04.16 12:19
↑시청자들의 표절시비 끝에 뒤늦게 일본 후지TV와 포맷 계약을 맺은 것을 밝힌 SBS \'작렬! 정신통일\'의 \'두뇌의 벽\' 코너. ↑시청자들의 표절시비 끝에 뒤늦게 일본 후지TV와 포맷 계약을 맺은 것을 밝힌 SBS '작렬! 정신통일'의 '두뇌의 벽' 코너.


SBS의 체질개선이 절실히 요구되는 시점이다.

드라마도 재탕시비에 걸리는가 하면, 새롭게 선보이는 예능 프로그램마다 표절의혹에 시달리며 해명에 나서야 하는 등 그 한계를 드러내고 있기 때문이다.


1991년 개국해 방송 17년째를 맞고 있는 SBS는 수십년의 역사를 지닌 다른 지상파 방송사와의 경쟁에서 후발주자로서 살아남기 위한 다양한 노력을 해왔다. 대표적인 것이 그동안 쌓인 인적 인프라가 없기에 상업방송답게 더 많은 돈을 주고 인재를 스카우트해오는 방식이었다.

그러다 보니 오랜 기간 묵혀 발효한 기획보다는 우선 톱스타를 앞세우고 보는 풍토가 자리잡았다. 화제가 될만한 인물을 앞다퉈 출연시키다보니 문제를 일으킨 연예인, 방송인의 컴백 통로라는 오명도 얻었다.


시청률로 광고수입이 결정되는 상업방송이라는 태생적 한계가 있다보니, 시청률 추이에 따라 프로그램의 존속이나 폐지가 결정되는 것도 순식간이다. 시청료로 운영되는 공영방송 KBS나 방송문화진흥회가 대주주인 MBC에 비할 바가 아니라는 것이 내부의 목소리지만, 이 같은 조급증이 경쟁력 약화로 이어졌다.

사정이 이렇다보니 KBS와 MBC가 그동안 쌓인 인프라를 바탕으로 이를 디딤대로 한 실험정신으로 전진하고 있는 반면 SBS는 제자리걸음에 머무른 듯한 느낌을 떨칠 수 없다.


KBS는 그동안 '상상플러스', '비타민', '해피투게더', '해피선데이' 등 신선한 기획으로 돌풍을 일으켰던 예능 프로그램이 안정기에 들어선 가운데, 드라마팀의 진격이 시작됐다.

시청자들의 구미를 당길만한 싱싱한 상상력을 바탕으로 한 라인업이 돋보인다. 오는 6월 방송예정인 '경성스캔들'은 1930년대 개화기 경성을 배경으로 당시 '오렌지족'과 '독립투사' 간의 사랑을 그린 퓨전 시대극이다.

또 지난해 '특수수사일지-1호관 사건'과 '도망자 이두용' 등 4부작 드라마 두 편을 선보여 호평받은 데 이어, 올해는 8부작 드라마 두 편을 연속 방송한다. 시청률과는 별개로 기존의 16부작 미니시리즈의 한계를 뛰어넘어보겠다는 시도다.

'한성별곡'과 '라면 라멘'이 그것으로, '한성별곡'은 조선 정조 시대를 배경으로 살인사건의 배후와 음모를 다룬다. 단순 사극이 아님에도 '경성스캔들' 처럼 시대를 초월한 호기심을 자극한다. 한일합작 드라마 '라면 라멘'은 한국과 일본간의 엇비슷한 음식 문화를 바탕으로 한 사랑 이야기다.

PD대상 스토리 공모에서 당선된, '떠돌이' 여자 판사의 이야기를 그린 '집없는 판사'나 오랜 사극 노하우를 지니고 있는 KBS가 준비중인 '대왕 세종'도 큰 기대감을 낳고 있다. '드라마시티'라는 단막극을 꾸준히 유지하며 신예 PD들이 능력을 발휘할 수 있는 기회도 주효하다.

↑일본 후지TV의 한 프로그램과 벌칙 의상과 방식이 비슷하다고 지적받은 SBS \'일요일의 좋다-하자고\'. ↑일본 후지TV의 한 프로그램과 벌칙 의상과 방식이 비슷하다고 지적받은 SBS '일요일의 좋다-하자고'.


MBC는 바야흐로 예능 전성기를 맞고 있다. 시트콤 '거침없이 하이킥'이 웬만한 드라마보다 더한 화제를 불러일으키고 있는데다가 '무한도전'과 '황금어장' 등이 집중적인 찬사를 받고 있다.

연예인들이 우르르 몰려나와 토크와 게임을 한다는 컨셉트에서는 지금까지의 예능 프로그램과 별반 차이가 없어보인다. 그러나 '무한도전'은 '대한민국 평균 이하를 자처'하는 MC들의 '하자' 캐릭터가 생생하게 와닿았고, '황금어장'은 편집과 자막, 삽입 영상 등에 파격적인 시도를 한 결과 시청자들의 열렬한 호응을 얻고 있다.

특히 '황금어장'의 '무릎팍도사' 코너는 지금까지 게스트들의 영화나 음반 홍보와 맞물려 진행되던 토크쇼의 형식을 깨고 성역 없는 무모한 질문을 마구 던져 신선함을 안겼다.

전통적으로 예능이 강세를 보여온 SBS에는 케이블채널의 자체제작 프로그램도 위협이 되고 있다. 지난해 10월 개국한 토탈 버라이어티 채널 tvN은 최근 SO들과의 협의로 채널 번호를 앞으로 당겨 시청자들의 접근성을 높이며 시청률이 상승 추세다.

게다가 지상파 프로그램보다는 약간 헐거운 심의규정의 틈새를 파고들어 기존의 틀을 벗어난 생경한 시도로 화제를 불러일으키고 있다. '연예뉴스'의 '약간위험한 취재'나 '루머추적'같은 과감한 흥미거리나, '독고영재의 스캔들'의 선정적인 사생활을 담은 재연 등이 끊임없이 시청자들의 눈길을 사로잡고 있다.

게다가 '제2의 SBS'로 불리는 경인지역 지상파방송인 경인TV방송도 오는 11월 개국을 앞두고 있다. SBS로서는 진퇴양난인 셈이다.

이 같은 환경에 SBS 제작본부는 특단의 조치를 내렸다. 매해 제작본부에 속해있는 드라마, 예능, 교양 국에서 각각 6개씩 18개의 파일럿 프로그램을 제작할 수 있도록 예산 편성을 하기로 한 것이다.

SBS 관계자는 "1년중 어느 때나 프로그램 제작을 시도해서 방송할만한 품질이라는 것이 검증되면 방송을 내보내겠다는 취지"라고 귀띔했다. 과감한 시도를 장려하겠다는 의도로 풀이된다. 이 같은 자구책이 SBS의 정체된 분위기에 새로운 바람을 불러일으킬 수 있을지 주목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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