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여진 "이민시절 고난이 감정연기에 도움"

김태은 기자  |  2007.04.20 09:15
ⓒ최용민기자 leebean@ ⓒ최용민기자 leebean@


최여진(24)의 솔직담백 토크가 화제다. 해외교포라는 선입견에다가 완벽한 몸매에 도도해보이는 외모로 다가가기 힘든 사람이라는 느낌을 줬던 그는, 지난 9일 SBS '야심만만'에서 자신의 고생담을 털어놓아 시청자들을 깜짝 놀라게 했다.


나이에 비해 인생경험도 풍부한데다가 이를 재치있는 입담으로 풀어내 제작진으로부터 높은 평가도 받았다. 이 덕분에 다음회인 16일 방송분부터 이 프로그램의 MC로 전격 발탁됐다.

"토크쇼에서 거짓말할 필요도 없고, 지금까지 드라마에서는 강한 이미지만 주로 보여드렸기에 솔직하고 편안한 모습을 보여드리려고 했는데 그게 주효했나봐요. 저도 MC로 발탁되고 굉장히 놀랐어요. 토크쇼를 해보고 싶었지만 몇 년쯤 뒤에나 가능하리라고 생각했거든요. 복권맞은 기분이에요.(웃음)"


발랄한 음색으로 톡톡 튀는 언어 구사를 하지만 그에게는 이루지 못한 꿈에 대한 아픔을 딛고 연기자로서 탄탄대로를 걷기까지, 긴 사연이 있다.

14살인 중학교 1학년때 캐나다 유학중이던 오빠를 따라 유학길에 올랐던 최여진의 꿈을 발레리나였다. 늘어나는 유학비에 부모도 곧 캐나다로의 이민을 선택했지만, 현지에서 사기를 당하면서 길거리로 나앉게 돼 학교를 휴학하고 '소녀가장'으로 나서게 됐다.


"초등학교 5학년때 발레를 시작해서 6년간 발레 교습을 받았어요. 늦게 시작한 만큼 남들보다 서너배 열심히 연습했지만 레슨비를 감당할 수 없어서 발레리나의 꿈을 접어야했죠. 이룰 수 없는 꿈 때문에 TV에서 발레하는 장면만 나와도 채널을 돌렸어요."

사업을 시작하려 했던 가게도 빼앗기고 집도 차도 다 잃은 최여진 가족은 낡고 지저분한 트레일러를 얻어 살게 됐다. 어머니는 우울증 증세까지 보였다.

"햄버거집, 일식집, 치킨집 등에서 서빙도 하고 우체국에서도 일하는 등 아르바이트를 하며 끼니를 겨우 때우면서 살았어요. 그냥 가족을 다 버리고 떠나고 싶은 마음도 있었지만 방황하지 않고 목표를 가지고 나아가기로 했어요. 지금 생각하면 내 청춘이 너무 아까워요. 지금은 이렇게 웃으면서 얘기할 수 있지만, 1년 전만 해도 눈물이 나서 이런 얘기 못했었는데…"

ⓒ최용민 기자 leebean@ ⓒ최용민 기자 leebean@



이렇게 10대 시절에 겪은 고초 덕분에 최여진은 나이에 비해 한결 성숙하다. 적극적이고 당당한 성격도 이러한 경험에서 비롯됐다. 그래서 그런지 연락을 하고 지내는 연예인도 자신보다 연배가 높은 사람들 뿐이다. KBS2 드라마 '투명인간 최장수'에 함께 출연한 유오성, 채시라, 영화 '싸움의 기술'에서 공연한 백윤식, 그리고 KBS2 '해피선데이-여걸식스'에 이어 '야심만만'에 함께 출연하고 있는 MC 강수정 정도.

"힘들었던 시절이 있었던 것이 감정연기를 하는데는 도움이 많이 되더라구요. '외과의사 봉달희'에서 아버지에게 맞고 오빠에게 시달리는 연기를 할 때 어려웠던 시절의 감정을 떠올리니 더욱 몰입이 돼더라구요."

2004년 말 KBS2 '미안하다 사랑한다'를 통해 연기자로 이름을 알린 후 SBS '건빵선생과 별사탕', KBS2 '투명인간 최장수', SBS '외과의사 봉달희' 등의 드라마와 '싸움의 기술', '공필두' 등의 영화와 미개봉작 두편까지 출연하면서 쉴 새 없이 달려오는 동안 최여진의 연기력도 일취월장하고 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최여진은 고생하던 시절과 초심을 잃지 않고 단정하고 검소한 생활방식을 유지하고 있다. 술도 마시지 않고 도서관에 가는 것이 취미라는 것이 매니저의 전언이다. 몇 년간 변함없이 새벽 촬영에도 자신이 직접 만든 유부초밥을 싸들고 나와 매니저들을 먹이고, 바쁜 스케줄 가운데서도 함께사는 아버지 밥상까지 차려놓고 다닐 정도라고 한다.

캐나다에 혼자 거주하고 있는 어머니에게도 매달 생활용품을 챙겨 보낼 정도로 효녀라는 최여진은 마지막으로 자신의 포부를 밝혔다.

"이제는 다른 분야에서 자리잡았으니 발레하는 모습을 봐도 예전처럼 가슴 아프지 않아요. 제 장기인 무용 실력을 발휘할 수 있는 역도 해보고 싶어요. 당분간은 '야심만만' MC로서 충실하려고 하는데, 아직 제 자신을 MC라고 하기엔 부족한 점이 많지만 최여진 그 자체의 모습을 충실히 보여드리도록 할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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