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BS '불량커플'에서 코믹 베드신을 펼치는 탤런트 변정수와 김하균
음란영상이 범람하는 다매체 시대, TV 연출자들이 베드신 묘사에 고심하고 있다. 극 전개상 설득력을 지니는 러브신이라면 어떻게든 드러내야 하기 때문이다.
영화는 이미 섹스신에 거침이 없어진 지 오래다. 톱스타급 여배우가 전라로 정사장면을 연기하는 것이 낯설지 않다.
케이블TV도 베드신에 느슨해졌다. 지난해부터 자체제작 드라마 붐이 일면서 OCN의 '가족연애사2', tvN의 '하이에나'와 '로맨스헌터'등이 19세 시청가 등급의 신체노출과 성행위 장면을 방송하기에 이르렀다.
그러나 지상파TV에서는 시기상조다. 자율규제는 여전히 상식이다. 직설적인 베드신은 연출하지 않고 있다. 베드신 직전 애정표현이나 상황종료 후 모습만 부각하든지 혹은 코믹한 분위기로 외설시비를 덮는 편법을 즐겨 사용 중이다.
올초 방송된 SBS '연인'은 김정은과 이서진의 격정적인 키스와 애정행위를 보여줬다. 입을 맞춘 상태에서 서로 옷을 벗고 벗기며 침대로 향하는 모습을 장시간에 걸쳐 내보냈다. 물론 침대 위 현장에서는 카메라를 껐다.
시청률 상종가를 치고 있는 SBS '내 남자의 여자'도 열정적인 육체접촉 장면, 여주인공 김희애의 속옷차림 노출 정도가 상한선이다. 침대 겸용인 커다란 소파 앞에서 함께 아이스크림을 나눠먹는 등 에로틱한 분위기는 유지하되 노골적인 베드신은 한 컷도 허용하지 않고 있다.
28일 첫방송된 MBC '신 현모양처'나 6월2일 출발하는 SBS '불량커플'에도 베드신은 있다. 단, 성인유머 수준으로 선정성을 희석한다.
'신 현모양처'는 유부남 김호진이 결혼 전 애인 김태연과 술에 취해 모텔로 들어가 잠자리에 들기까지를 가볍게 터치했다. 만취해 방바닥을 뒹굴다 김호진이 김태연을 안아 침대로 던진다. 하지만 다음 장면은 반전이다. 남녀 모두 침대 아래로 굴러떨어지고 만다. 이어 이불을 뒤집어 쓴 채 이불 밖으로 옷가지를 하나둘씩 팽개치면서 시청자의 시선을 다시 붙든다. 한 차례 더 주목장치를 설정했을 뿐 과정은 역시 생략된다. 이튿날 새벽 시트만 몸에 두른 채 깨어나는 장면으로 마무리된다.
SBS '불량커플'에서 코믹 베드신을 펼치는 탤런트 변정수와 김하균
'불량커플'도 극중 변정수·김하균 부부가 둘째 임신여행을 떠나 합방하는 모습을 적나라하게 촬영했다. 누운 변정수가 유혹하자 김하균은 잠옷을 벗어던지며 "합체~"를 외치며 달려든다.
주인공 신은경도 자신이 점찍은은 남자인 류수영을 끌어들이려고 과감한 노출과 야릇한 포즈를 마다하지 않았다. "윤락녀로 출연한 영화 '창'이래 가장 노출을 많이 했다"고 밝혔다. 그래도 영화급 베드신은 있을 수 없었다.
'불량커플'을 연출하는 이명우 PD는 "시청 연령층을 고려해 TV가 허용하는 안에서 섹시함을 코믹한 느낌으로 풀어내려고 했고 비주얼을 통해 적절한 비유를 보여주려고 노력했다"며 "변정수와 김하균의 베드신은 짧은 데다 웃으면서 넘길 수 있도록 표현해 큰 문제는 없을 것"이라고 강조했다.
방송시간대를 심야로 잡거나 사전 자막 고지를 통해 '미성년자 관람불가'를 강조하는 것이 실효를 거두는 데는 한계가 있다. 영화와 달리 TV는 불특정다수 남녀노소가 상대다. 결국 TV의 베드신 표현은 클리셰를 탈피, 고도의 상징 개발 경쟁으로 치달으며 마지노선 수호를 거듭할 전망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