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수다'가 '야심만만'을 못 넘는 이유

[기자수첩]

김현록 기자  |  2007.06.05 13:02
KBS 2TV '미녀들의 수다'가 최근 시청률 부진에 시달리고 있다. 시청률 조사회사 TNS 미디어 코리아의 집계에 따른 4일 시청률은 7.0%. 동시간대 지난 4월 30일 월요일 밤 시간대로 방송 시간을 옮긴 뒤 가장 낮은 시청률이기도 하다. 한때 '야심만만'을 누르며 월요일 밤 최강자로 군림하는 듯 했던 '미수다'로서는 실망스런 시청률 추이다.


'미녀들의 수다'는 여성 외국인의 시각에서 본 한국을 그려낸다는 참신한 기획으로 일요일 오전 화제를 모았다. 출연자들의 가감없는 솔직 발언과 이해할 수 없는 한국인에 대한 따끔한 지적은 '미녀들의 수다'만의 매력이기도 했다. 그러나 몇몇 출연자들이 스타급으로 부상하고 밤 시간대를 두고 '야심만만' 등과 경쟁을 벌이기 시작하면서 옛 장점이 사라져가고 있다.

지난달 28일 '미녀들의 수다'는 '인터넷 코리아 이것이 놀랍다'는 주제로 방송을 진행했다. 그러나 방송 시간 대부분을 채운 것은 출연자 개개인들의 사생활 노출이나 야동 관련 경험이었다. 지난 3일 방송의 '한국의 캠퍼스 이것이 놀랍다'도 크게 다르지 않았다. 음주 경험, 캠퍼스 커플 경험담이 대부분.


심지어 인기 출연자 에바 포피엘은 지난달에 이어 지난 4일 방송에서도 안재욱과의 스캔들에 대한 질문을 받고 이를 해명해야 했다.

본격적인 주제가 나오기 전 '진실토크'란 명목으로 진행되는 경험담 털어놓기는 그 정도가 더하다. 사실상 스타급 연예인으로 활동중인 외국인 여성 출연자를 다분히 의식한 질문들이 대부분. 연예인과 만나본 적이 있나', '헌팅을 당해본 적이 있나' 등의 질문 목록에서 글로벌 토크쇼라는 프로그램의 기획 의도를 찾기는 쉽지 않다.


이같은 '미녀들의 수다'의 최근 경향은 연이은 연예인들의 자극적인 사생활 폭로전으로 시청자들의 실망을 자아냈던 과거 '야심만만'의 모습과 크게 다르지 않다. '야심만만'이 과도한 사생활 폭로로 반감을 자아냈던 예를 굳이 들 필요가 있을까.

단순 비교하더라도 '미녀들의 수다'에게 이는 잘못된 선택이다. 검증된 연예인 패널들을 불러 솔직담백한 입심으로 호응을 얻어내는 것은 '야심만만'의 전매특허다. 서투른 한국어를 구사하는 아마추어들의 사생활 이야기를 프로그램 컨셉트로 삼아서 관록의 월요 심야토크쇼를 이길 수 있을리 만무하다.

일요일 오전과 월요일 밤의 '수다' 색깔은 자연히 다르다. 발언의 수위가 올라갈 수 있겠지만 그 수위는 외국인 미녀 개개인의 사생활이 아니라 가감없는 한국 이야기에 관한 수위라야 하지 않을까.


출연자들이 악플에 시달려 토크조차 할 수 없다며 프로그램 시청자 게시판마저 닫은 '미녀들의 수다'라면 '외국인의 시선에서 본 한국'이란 프로그램 정체성을 찾는 것이 순서다. 사생활 폭로전으로 '야심만만'과 경쟁해서는 승산이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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