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병관 rainkimbk23@>
'여고괴담4'에 등장했을 때, 차예련은 김옥빈 서지혜와 함께 충무로의 차세대 여배우로 기대를 모았다. 신인들의 등용문으로 유명한 '여고괴담' 시리즈에서도 모처럼 '물건'을 발견했다는 예감이 들었다.
그리고 2년이 흘러, 차예련은 동기인 김옥빈에 비해 대중적으로 그다지 많이 알려지지 못했다. 김옥빈이 영화와 드라마를 오가며 다양한 매력을 발휘할 때 차예련은 '구타유발자들' 같은 센 영화에 출연했다.
서늘해 보이는 기존 이미지와는 전혀 다른 모습을 보여줄 수 있는 '도레미파솔라시도'는 개봉이 미뤄져 대중에게 노출될 기회가 적었다.
조바심이 나지는 않았을까?
차예련은 "솔직히 급하거나 조바심이 나지 않았다면 거짓말이었을 것"이라고 털어놨다. 하지만 차예련은 이제는 그런 생각을 했던 조금도 하지 않는다. 지금 걷고 있는 길이 '내 길'이라고 말한다.
"사람들이 나를 알아봐주면 좋겠지만 거기에서 만족을 얻으려고 배우를 한 게 아니니깐요. 연기라는 바닥 모를 생활을 즐기면서 하고 싶었으니 지금 걷고 있는 길이 맞는 것 같아요."
17일 개봉하는 공포 영화 '므이'(감독 김태경ㆍ제작 발리픽쳐스)에 차예련이 출연한다고 했을 때 혹자는 또 공포냐며 걱정했고, 혹자는 잘 어울린다고 추켜세웠다. 공포라는, 호러퀸이라는 이미지가 덧대이는 것에 대해 차예련은 어떻게 생각할까?
"호러퀸? 내가 무섭게 생겨서 그런가봐요"라고 생글 웃으며 답한 그녀는 "사실 공포영화에 대한 편견이 있었다"고 토로했다. '므이'가 베트남에서 전부 촬영되고, 목을 조며오는 오싹함이 없었다면 출연을 결정하지 못했을 것이라고 말했다.
차예련은 "공포나 호러라는 단어가 사람의 이미지를 규정하는 것 같다"고 말했다.
ⓒ<김병관 rainkimbk23@>
사실 차예련은 차가워 보이는 외모와는 달리 상당히 털털하다. '므이' 촬영장에서도 활력소가 돼 촬영장에 늘 웃음을 선사했다. 붙임성이 좋아서 NG를 내도 "어이쿠, 죄송합니다. 다시 할게요"라며 환하게 웃곤 했다.
"처음 보는 사람들은 내가 무섭나 봐요. 나중에 친해져서 그 때 왜 인사를 안했냐고 물으면 인사해도 안받아줄 것 같았다고 하는 경우도 있어요."
이제 자기 갈 길을 걷기 시작하는 신예에게 특정한 이미지는 약일 수도, 독일 수도 있다. '구타유발자들'라는 한국영화사에 돌연변이처럼 등장한 작품에 출연한 것도 차예련에게는 양자가 모두 될 수 있었다.
"'구타유발자들'이 흥행이 안되서 솔직히 아쉬웠죠. 하지만 후회는 조금도 없어요. 그런 작품, 제의만 들어온다면 또 하고 싶어요. 그런 면에서 저는 굉장한 행운아죠."
'므이'를 기술 시사로 보기 전까지 자신이 그렇게 무섭게 나올 지는 몰랐다면서도 "감독님이 예쁘게 만들어준다더니 무섭기만 하더라"고 너털 웃음을 터뜨리는 차예련. 그녀에게는 아직 배우라는 타이틀이 이를지도 모른다.
하지만 차예련에게 '배우'라는 타이틀은 목표점과도 같다.
"방송에 출연하고, 이쪽 저쪽에 조바심이 나서 막 했다면 배우라는 수식어를 못 받을 것 같다"고 말하는 차예련.
늘 다음 작품이 가장 중요하다는 소리를 듣는 그녀지만 당분간 공포영화는 하지 않을 것 같다. '므이'로 충분한 공포를 전했으니, 앞으로는 또 다른 모습을 보여주려고 한다.
차예련은 "고민에 고민을 또 하고 있다. 하지만 어떤 것을 선택하든 그게 내가 가야할 길이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