탤런트 윤정희. 사진=홍봉진 인턴기자
시청자들은 윤정희의 눈물을 사랑한다. 오죽하면 '그녀가 울어야 시청률이 웃는다'고 했을까.
그녀, 그간 울기도 참 많이 울었다. 데뷔 후 윤정희가 출연한 드라마는 SBS '하늘이시여'와 인기리에 방송중인 KBS 2TV 주말드라마 '행복한 여자' 단 두편. 그러나 기구한 운명 때문에, 마음 가는 대로 사랑할 수 없는 현실 때문에 그녀는 매번 눈물을 쏟았다.
슬픔에 빠진 그녀에게 보낸 시청자들의 성원은 놀랄 정도다. 무명이나 다름없던 그녀를 스타덤에 올려놓은 화제작 '하늘이시여'는 40%가 넘는 시청률 고공행진을 했고, 종영을 앞둔 '행복한 여자' 역시 30%를 넘나들며 꾸준한 인기를 누리고 있다. 더욱이 그녀가 슬퍼할수록 상승세가 더 가팔라진다.
"평생 울 걸 연기하면서 다 우는 것 같아요. 그래도 그런 생각이 들어요. 이제까지 두 작품을 했는데, 우는 거 하나라도 못하면 어쩌나."
그러나 직접 만난 윤정희는 눈물보다는 환한 웃음이 돋보이는 사람이었다.
미소를 지을 때마다 왼쪽 얼굴에 살포시 보조개가 보였다. 극중 지연이 남부럽지 않는 행복을 누렸던 '행복한 여자' 초반만 해도 그녀는 매번 밝게 웃었다. 윤정희도 그런 사랑스런 모습에 끌려 작품을 시작했지만 일단 지연의 불행이 시작되자 첫 모습이 다 잊혀지는 것 같단다.
탤런트 윤정희. 사진=홍봉진 인턴기자
"이젠 울고싶지 않아요.(웃음) 요새 몇달을 계속 울었거든요. 대본만 받아도 울 때가 있을 정도죠. 하지만 사람이다 보니까 잘 안 될 때가 있어요. 한번은 지칠대로 지쳐서 눈물이 안 나오더라구요. 미칠것 같아서 가슴을 막 때렸어요. 그때 석훈 오빠가 잘 하고 있다고 손을 잡아주시는데, 그만 눈물이 핑 돌았어요."
그렇게 찍은 드라마의 종영이 가까워오고 있는 가운데, 윤정희는 촬영이 끝나는 7월 말이면 가능한 모든 스케줄을 접고 자유롭게 시간을 보낼 예정이다. '하늘이시여'의 촬영이 끝난 뒤에도 나름의 휴식이라며 서너군데 학원을 다녔던 '계획쟁이'에 '모범생' 윤정희로서는 대단한 일탈인 셈이다.
"노래방 신을 찍을 때에요. 악쓰고 노는 장면이었어요. 그런데 감독님이 '쟤는 노래방도 안 가봤대?' 그러시는 거예요. 사실 지금껏 클럽에도 가 본 적이 없어요. 한번 가보고 싶기도 해서 스타일리스트랑 미친듯이 놀자고 해놓고 제가 술먹고 잠을 자버렸어요. 아, 나는 술 먹지 말고 맨정신으로 놀아야겠구나 했죠.
촬영장 집, 촬영장 집, 그런 스케줄이 저는 답답하지 않거든요. 그래도 스스로 좀 더 나아지는 연기를 위해서는, 제 영혼 자체가 자유로워저야 할 것 같아요. 내 틀 안에서 너무 갇혀 지내는 게 아닌가 싶어서. 쉬게 되면 어디든 돌아다녀보려구요. 혹시 모르죠, 또 학원에 다닐지."
탤런트 윤정희. 사진=홍봉진 인턴기자
스스로를 '곰같다'고 평가하는 윤정희는 "곰같다는 얘기보다는 여우같다는 얘기가, 착하다는 얘기보다 싸가지 없다는 얘기가 좋다"고 말했다. 아니 왜? 가끔 오해를 사더라도 자신에게 없는 그런 모습을 읽어주는 거라 생각하면 기분나쁘지 않기 때문이다. "가끔은 여우스러워져야 할 것 같아요. 곰같은 여우가 돼야지"라고, 엉뚱한 그녀는 조용히 되뇌었다.
이제 드라마 두 편. 그러나 오롯이 그녀에게 스포트라이트가 집중된 긴 호흡의 작품이었다. 두 드라마를 돌아보며 윤정희는 첫 작품에서 나도 할 수 있고 사랑받을 수 있다는 자신감을 얻었다면 두번째 작품으로 모든 것에 감사하는 법을 배웠다고 회상했다. 윤정희는 "지연이의 결말은 아직 모르지만 스스로만큼은 벌써 '행복한 여자'가 된 것 같다"며 또다시 매력적인 보조개가 쏙 들어가도록 웃음을 지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