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 프로그램 결방은 NO? 낯부끄러운 '님비주의'

[김관명칼럼]

김관명 기자  |  2007.07.26 08:49


님비(NIMBY). 풀어쓰면 'Not In MY Back Yard'(내 뒷마당은 안돼)인 이 말은 쓰레기하치장 등 각종 혐오시설의 설립 필요성은 인정하지만 그게 하필 내 집이나 근처에서는 안된다는 이중적이고 이기적인 심리를 가리키는 용어다. 한마디로 사회적 공익적으로 좋은 일도 나한테만큼은 피해주지 말란 얘기다.


이러한 님비현상이 또 벌어졌다. 이번엔 TV 프로그램의 결방과 관련해서다. 심형래 감독의 학력논란으로 하루종일 뜨거웠던 지난 25일, 녹화분이긴 하지만 심 감독이 출연키로 해 관심을 모았던 MBC '황금어장'의 '무릎팍도사'가 결국 불방됐다. 물론 이날 오후부터 한치앞을 알 수 없을 정도로 급박하게 돌아갔던 탈레반 한국인 인질사태에 따른 뉴스 특보 때문이었다.

상황은 이랬다. MBC는 이준기 정경호 남상미 주연의 드라마 '개와 늑대의 시간'이 끝나고 뉴스특보를 내보냈다. 그 전에도 드라마 하단에 자막으로 속보를 내보냈다. 이어 '황금어장' 방송시작을 예고한 뒤 화면 오른쪽 상단에 '황금어장' 로고까지 띄우며 CF를 내보냈다. 이때 타 방송사에서는 "외교통상부 공식발표가 곧 있을 예정"이라며 급박하게 뉴스특보를 내보내고 있던 터라, MBC의 이같은 '평온함'은 차라리 의외였다.


그러다 로고가 사라지고 '황금어장'의 본방송이 시작되려는 찰라, 커다란 '뉴스특보' 자막과 함께 MBC도 '한국인 목사 살해 가능성 높다'는 뉴스 등을 중심으로 탈레반 속보 방송에 동참했다. 사람 생명을 담보로, 그것도 한두명도 아닌 23명의 한국인을 상대로, 언론에 흐릿한 정보를 흘리면서 장난질치는 그 탈레반 사태였던 만큼, 오락전문 채널도 아닌 종합편성의 지상파 방송 MBC라면 당연히 했어야 할 수순이었다.

하지만 '황금어장' 게시판은 전혀 딴 세상이었다. "분명 황금어장 한다고 떴던데 탈레반 나오네요?" "속보는 뉴스할 때 하세요. 속보는 하루종일 봐서 다 알고 있음. 우짜라구여?" 등등. "교회 활동 갔다가 잡힌 게 대단한건가요"라는 그야말로 철없는 글은 빼고서라도 이날 그리고 26일 오전까지 게시판은 성난 네티즌들의 글들로 난리가 났다.


물론 대다수 네티즌의 불만은 '황금어장'의 불방 자체가 아니라 불방사실을 자막으로라도 예고하지 못한 데 있다. "'사정상 황금어장은 방송이 다음주로 연기되었습니다' 이런 식으로 자막도 못보내는건가" "피살사건으로 인한 '황금어장' 결방이 실망스러운 것이 아니라 MBC의 안이한 태도가 실망스럽습니다" 이런 식의 글이 이런 심정을 대변한다.

그러나 이건 '고상한 변명이자 핑계'에 다름 아니다. 탈레반 사태 뉴스특보의 중요성과 당위성은 알기에 프로그램 불방의 필요성도 이해하지만, 그 불방 프로그램이 꼭 '황금어장'이어서는 안된다는 것이다. 또한 '황금어장'이 언제라도 시작할지 모르기에 밤새 기다렸던 내 시간이 아까웠다는 데 대한 피해보상 요구에 다름 아니다. '모든 채널이 탈레반 특보를 내보내야 하느냐'라는 지적 역시 공민영 종합편성 채널 MBC의 정체성에 대한 인식부족 탓이다. 물론 이는 그만큼 MBC가 지금까지 여타 오락전문 채널과 별 다를 것 없었다는 얘기이지만.

내가 보고 싶어하는 프로그램이 결방되면 이유야 어떻든 일단 아쉽고 심지어는 화가 나는 게 인간심리다. 괜히 님비주의 해결이 어렵다고들 하겠는가. 하지만 그 이유가 언제 뭔 일이 터질지 모르는 급박한 인질극 살해극 보도에 따른 것이라면, 그것도 과연 대한민국이 그 국민들을 위해 해준게 뭐가 있는지에 대한 의구심까지 드는 사안에 따른 공민영 채널의 보도라면, 그리고 애타는 가족과 해당 커뮤니티의 울음소리에 귀기울인다면, 그저 속으로 삭히는 게 순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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