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영화제작가협회는 26일 오후 3시 서울 영동호텔 11층 무궁화홀에서 협회를 비롯한 투자, 배우, 장비, 조명 등 영화산업 전 부문 관계자가 함께 하는 '한국영화산업 대타협선언식'을 가졌다.
다음은 한국영화제작가협회가 발표한 '한국영화산업대타협선언' 전문.
최근 10여년간 한국영화는 전세계의 주목을 받으며 힘차게 발전해왔습니다. 아무도 가능하다고 예견하지 못했던 꿈의 1천만 관객시대를 맞이하였으며, 각종 세계적인 영화제에서 폭넓은 지지와 함께 예술적인 가치를 인정받아 한국영화는 물론 한국의 위상을 드높였습니다. 그러나 이러한 성장과 발전의 그늘에서는 많은 문제들이 조용히 번성하고 있었습니다. 그 문제들은 이제 동시다발적으로 수면 위로 올라와, 할리웃에 대항할 최후의 수단인 스크린쿼터마저 축소되어버린 반 토막이 된 한국영화의 장래를 위협하고 있는 실정입니다.
한국 영화의 암담한 미래의 징후는 곳곳에서 발견되고 있습니다. 한 때 한류라는 이름으로 지칭되던 해외시장에서의 한국영화에 대한 수요는 일본시장의 급격한 위축과 함께 부진을 면하지 못하고 있습니다. IT발달의 부작용인 불법다운로드로 인하여 극장을 제외한 비디오, DVD시장이 붕괴됨으로써 제작비의 회수를 극장수입에서 기대할 수밖에 없는 형편이 되었습니다. 영화제작비와 마케팅비의 급격한 상승으로 대다수의 영화가 손익분기점을 맞출 수 없는 상황에 이르렀고, 이에 따라 투자자들은 한국영화에 대한 투자를 매우 회의적인 시선으로 바라보고 있습니다.
이 어려움의 많은 부분이 외부적인 요인에 기인하고 있지만 가장 큰 책임이 영화인들 자신에게 있다는 것은 어느 영화인도 부인하지 못할 것입니다. 영화인들은 동시대의 대중과 영화가 소통할 수 있도록 예술과 산업의 접점을 찾아내고 넓혀야 합니다. 그런데 영화인들은 몇몇 작품의 상업적 성공과 국제적인 인정에 안주함으로써 일시적인 성공을 지속적인 흐름으로 만드는데 실패하고 있습니다.
대중들이 쉽게 받아들인다는 이유만으로 참신하지 못한 기획을 양산하여 도리어 대중들을 식상하게 하였습니다. 한류의 확산에 우쭐한 채 스타마케팅에 초점을 맞춤으로써 세계 각국의 관객들과 한국의 문화적인 가치를 공유하는데까지 나아가지 못했습니다. 영화의 특성과 산업의 속성에 대한 정교한 분석 없이 양적 성장에 의존하여 영화의 산업화를 달성하려고 함으로써 도리어 영화산업의 침체를 가져왔습니다. IT의 발달에 따른 매체환경의 변화와 속도와 파장을 예측하지 못함으로써 극장이외의 매체시장의 혼돈을 초래했습니다.
그러나 영화인들은 다시 한 번 초심으로 돌아가 위기를 기회로 전환시키고자 각고의 노력을 하고자 합니다. 아니 이미 그런 노력을 시작하고 있습니다. 영화제작자들과 영화산업노조는 스텝들의 처우개선을 위한 노사협상을 성실히 마침으로써 성장의 과실을 공유하는 시스템의 첫 단추를 끼웠습니다. 제작비를 효율적으로 사용, 관리하기 위하여 인터넷 기반의 전사적 관리시스템을 업계 전체에 도입하고 있습니다. 선의의 수요자가 적당한 가격에 합법적이고도 편리하게 온라인상에서 영화를 즐길 수 있도록 영화전송시스템을 구축하고 있습니다.
이에 더하여 영화인들은, 효율적이고 투명한 산업적 기반과 참신하고 뛰어난 예술적 영감을 결합하여, 한국은 물론 아시아 그리고 세계의 영화팬들에게 다가설 수 있는 작품들을 선보이기 위하여 어떠한 노력과 희생도 마다하지 않을 것을 약속드립니다. 그리고 그 과정에서 영화제작에 관여하는 모든 단체와 개인이 협력과 타협과 양보의 미덕을 발휘하여 한국영화산업의 발전에 이바지할 것을 선언하는 바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