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크린쿼터, '디 워' 그리고 심형래

[기자수첩]

윤여수 기자  |  2007.08.07 10:25


"영화인들이 한국영화를 보호하자는 주장 아래 스크린쿼터를 사수하자고 거리로 나설 때, 심형래는 충무로의 냉대와 소외 속에서 라면을 먹으며 할리우드 영화를 이기려 영화를 만들었다. 그렇게 만들어낸 영화를 보자는 게 뭐 그리 나쁘냐. 스크린쿼터를 사수하자고 주장해온 영화인들은 '디 워'를 비난하고 평가할 권리가 없다."


'디 워'가 개봉 6일 만에 전국 관객 300만명을 돌파했다. 올해 상반기 침체된 한국영화계에 '디 워'와 '화려한 휴가' 등의 흥행은 분명 활력으로 작용할 듯하다. 그리고 충무로 관계자들은 그 같은 기대를 버리지 않고 있다.

하지만 한 켠에서 제기되는 위 같은 주장에 충무로 관계자들은 또 씁쓸한 표정을 짓는다.


스크린쿼터와 '디 워'를 둘러싼 갖은 논란, 정확히는 '디 워'의 '애국심' 마케팅 논란이 어떻게 연관되는 것인지 생뚱맞고 의아할 뿐이다.

이런 논리는 한 마디로 이렇다.


"한국영화를 보호하자고 외쳐온 충무로 관계자들은 개그맨 출신이라는 이유 하나로 심형래를 소외시켰다. 그리고 그 같은 냉대 속에서 심형래는 오로지 할리우드에 맞서기 위해 오랜 세월 노력해왔다. 스크린쿼터를 지키자고 외쳐온 한국영화 관계자들의 주장과 심형래의 그 같은 노력은 다르지 않다. 그러니 애국심에 호소하든, 이를 자극하든 '디 워'를 평가할 권리를, 한국영화 관계자들은 갖고 있지 않다."

더 나아가 이런 논리의 연장선에서 "스크린쿼터는 한국영화 관계자들의 밥그릇 챙기기에 불과하다"는 주장까지 제기된다.

한국영화 관계자들은 스크린쿼터 원상복구 주장은 물론 한국영화를 지키려는 몸부림이라는 데 이견을 달지 않는다.


하지만 그보다 더욱 중요한 것은 할리우드 영화의 엄청난 물량 공세-이는 올해 상반기 몇 편의 할리우드 블록버스터들의 흥행세가 이미 증명했다-속에서 스크린쿼터가 축소 혹은 폐지될 경우 문화적 다양성이 훼손될 것이라는 충무로의 위기감이며 스크린쿼터 원상복구 주장도 거기서 비롯된다.

한국영화를 73일만 상영하면 되는 극장의 입장에서는 '돈이 되는' 흥행작 위주로 영화를 상영하려 하고 이는 관객이 다양한 영화를 볼 수 있는 기회를 그 만큼 빼앗는 구조적 문제가 되기 때문이다.

한두 편의 흥행작이 전국의 상영관을 '장악'해 다양한 영화를 관람할 관객의 권리를 원천적으로 빼앗는다는 '스크린 싹쓸이' 논란도 그와 무관하지 않다.

"'디 워'를 영화로만 보자"는 주장은 일부 네티즌의 맹목적인 '디 워' 옹호론을 배경으로 한 공격 속에서 허망한 논리가 되고 말았다. 또 이 같은 주장 속에서 '디 워'가 한국영화의 SF장르 영화로서 일군 성과마저 무색해졌다.

'충무로가 냉대하고 소외시킨 개그맨 출신의 집념어린 노력'을 폄훼할 권리는 그 누구도 갖고 있지 않다.

하지만 '디 워'에 대한 일반 관객의 평가가 오로지 그것에만 집중되는 듯한 현상도 선뜻 이해하기 어렵다.

좀 더 건강한 논박과 논쟁은 아직 먼 것일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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