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 프로필은 연예인의 사정으로 예고없이 바뀔수 있습니다'

[김관명칼럼]

김관명 기자  |  2007.08.21 18:25


하루가 멀다하게 연예인들의 학력논란이 이어지고 있다. 심형래 윤석화 장미희 강석 오미희에 이어 21일엔 작곡가 겸 방송인 주영훈으로 불똥이 튀었다. 네이버 등에는 미국 명문대인 조지메이슨대 경제학과를 나온 것으로 돼 있지만, 사실은 북버지니아대 중퇴라는 것. 주영훈측은 이날 급하게 네이버에 프로필 수정을 요청했다.


사실 연예인들의 학력논란은 신정아 전 동국대 교수나 건축디자이너 이창하씨처럼 명확하게 실정법 위반으로 분류하기 힘들다. 석사학위 취득과 관련된 장미희 명지전문대 교수의 경우는 예외지만, 대부분의 '논란' 연예인들은 사실 그 잘못된 학력덕분에 상당한 이득을 얻었다고 보기 힘들기 때문이다. 이들이 해당 분야에서 일가를 이룬 것은 저마다의 연예인적 재능이었지 '가방끈' 때문은 아니라는 얘기다.

또한 이들의 당초 학력이란 게 포털 프로필에 게재된 것을 기준으로 한 만큼, 법리상 사문서 및 공문서 위조 혐의나 업무방해 혐의 입증도 어렵다. 일부 연예인들이 사태가 터지자 "난 (해당) 대학을 나왔다고 말한 적 없다"고 발뺌하는 것도, 이같은 포털 프로필의 취약성에 기인한다. 이 경우 이들의 학력은 '위조'가 아니라 '오류'가 된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들의 행태가 추한 것은 그들의 속편한 불감증 때문이다. 자신의 학력이 포털이나 언론을 통해 잘못 알려지고 있는데도 이를 방치한 죄, 이미 몇년을 허위학력으로 버젓이 살아온 데 대한 괘씸죄, "주변 사람들은 내가 (해당) 대학을 나오지 않았다고 알고 있었다"고 둘러대는 발뺌죄..이 모든 '죄' 배후에는 결국 '별일 있겠어?' 식의 불감증이 도사리고 있는 것이다.

이같은 불감증은 강석과 주영훈의 인터뷰에서 그대로 드러난다. 강석은 사태가 터진 후 가진 스타뉴스와의 인터뷰에서 "저 스스로 공식적으로 '연대 출신'이라고 말한 적이 없기 때문에 별 문제가 아니라고 느껴 천천히 고쳐도 된다고 생각했다"고 털어놨다. 주영훈도 스포츠조선과의 인터뷰에서 "그동안 잘못된 학력을 고치지 못한 것은 긁어 부스럼을 만들 필요가 있을까 하는 안이함 때문이었다"고 밝혔다.


그런데 더 큰 문제는 이같은 올드한 불감증이 인터넷 시대와는 전혀 맞지 않는다는 것. "별일 있겠어?"는 그야말로 등기부등본이나 학적부 떼던 본인들의 아날로그적인 생각이고, 이미 시대는 실시간으로 조그만 허위나 오류마저도 속속 까발려지는 인터넷 시대인 것이다.

예전 종이매체가 전성기를 구가하던 시절, TV편성표는 종이신문이 각 가정에 전해주는 최고의 정보 중 하나였다. 그리고 그 하단에는 어김없이 이런 문구가 적혀 있었다. '본 편성표는 방송사 사정에 의해 예고없이 바뀔 수 있습니다'. 어쩌면 이 문구는 연예인들의 불감증이 치료되지 않는한 조만간 포털 프로필에도 등장할지 모른다. '본 프로필은 자의반타의반 커밍아웃한 연예인들 사정에 의해 예고없이 바뀔 수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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