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영화 추석 대전, 스크린을 잡아라!

윤여수 기자  |  2007.09.01 15:50
맨 위 왼쪽부터 시계방향으로 \'권순분여사 납치사건\',\'마이파더\', \'두 얼굴의 여친\', \'사랑\', \'브라보 마이 라이프\', \'어머니는 죽지 않는다\', \'즐거운 인생\' 그리고 \'상사부일체\'. 맨 위 왼쪽부터 시계방향으로 '권순분여사 납치사건','마이파더', '두 얼굴의 여친', '사랑', '브라보 마이 라이프', '어머니는 죽지 않는다', '즐거운 인생' 그리고 '상사부일체'.


흩뿌리는 빗줄기 속에 9월이 찾아왔다.

시도 때도 내리는 비와 며칠씩 이어진 폭염 속에 유난히 긴 여름의 햇볕도 그 기세가 꺾인 듯하다.


그 만큼 긴 침체 분위기에서 한국영화계는 올해 상반기를 지나 이제 가을의 문턱에 섰다. 기분좋게 불어오는 선선한 가을 바람에 밀려 좀 더 많은 관객이 극장을 찾아주길 기대하는 한국영화계는 이달 22일 혹은 23일부터 시작되는, 극장가 최대 성수기 추석 연휴를 앞두고 벌써부터 흥행 신경전을 벌이고 있다.

특히 지난해처럼 올해 역시 추석 연휴가 길게는 6일, 짧게는 5일 동안 이어져 관객들을 유혹하려는 각 영화의 경쟁은 더욱 뜨거워질 전망이다.


오는 6일 개봉작부터 추석 연휴 직전인 20일 개봉 영화까지 9월 한 달 동안 관객을 맞기 위해 채비를 차리고 있는 한국영화는 모두 8편. 6일 '브라보 마이 라이프'와 '마이 파더', 13일 '두 얼굴의 여친'과 '권순분여사 납치사건', '즐거운 인생', '어머니는 죽지 않는다'가 각각 개봉하고 20일에는 '상사부일체'와 '사랑' 등이 선보인다.

여기에 '본 얼티메이텀' 등 화제의 외화들까지 포함해 추석 연휴를 앞두고 벌어지는 흥행 경쟁은 그 어느 때보다 치열할 것으로 보인다.


이처럼 추석 연휴 관객몰이를 노린 개봉작들의 가장 치열한 경쟁은 개봉관 확보에서 시작된다.

영화진흥위원회 집계에 따르면 지난 2006년 말 기준, 전국의 스크린수는 모두 1867개. 9월 개봉 한국영화가 저마다 최소 300개~400개관 개봉을 목표로 하고 있다면 산술적으로는 한국영화 개봉관수만으로도 전국 스크린수를 넘어서는 양상이다.

따라서 교차상영의 '희생양'이 되는 영화도 있을 터이며, 흥행의 '싹'이 보이지 않아 단지 개봉 첫 주말 상영만으로도 만족해야 하는 영화가 있을 지 모른다.


# '퐁당퐁당 막고 상영관 유지하라'

영화 '권순분여사 납치사건'의 투자배급사인 시네마서비스의 한 관계자는 "지난해에 비해 개봉 예정작이 많다보니 한 개관이라도 더 확보하려는 배급사들의 경쟁이 더욱 치열하다"고 말한다.

'권순분여사 납치사건'의 경우 최소 400개관 이상 개봉을 목표로 하고 있다고 밝힌 이 관계자는 "개봉관수도 중요하겠지만 스크린수를 어떻게 유지해갈 것이냐도 배급사에게는 중요한 문제다"고 설명한다.

각 영화당 최소 300개~400개관 이상의 상영관을 확보하는 것을 목표로 하고 있는 데다 1개 극장의 2~3개관에서 상영되는 영화도 있을 것으로 예상돼 흥행이 덜 되는 영화의 경우 이른바 '퐁당퐁당', 즉 교차상영 혹은 조기종영의 대상이 될 영화도 존재할 것이기 때문이다.

또 다른 충무로 관계자는 "6일 혹은 13일 개봉하는 영화보다 20일 개봉하는 영화의 경우 더욱 치열할 것이다"고 내다봤다.

아무래도 연휴 2~3주 전에 개봉해 상영관을 안정적으로 확보할 수 있는 영화에 비해 20일 개봉작들은 이전 개봉작의 상영관을 빼앗아와야 하는 부담감을 가질 수밖에 없다는 설명이다.

# '디 워' '화려한 휴가'의 여파는 없다

현재 각각 전국 관객 815만명, 677만여명의 관객을 동원하고 있는 영화 '디 워'와 '화려한 휴가'는 9월 특히 추석 연휴 극장가에 어떤 영향을 미칠까.

충무로 많은 관계자들은 "추석 연휴를 노리는 영화들에 큰 영향은 미치지 못할 것이다"고 입을 모은다.

두 영화 모두 8월 말 현재 250여개관에서 상영 중이지만 매주 새로운 영화가 개봉됨에 따라 그 상영관수는 더욱 줄어들고 있다. 무엇보다 두 영화의 평일 하루 평균 관객수가 줄어들고 있는 상황이어서 추석 연휴를 노리는 영화들의 상영관 확보 등에 큰 영향을 주지는 않을 것이라고 관계자들은 내다보고 있다.

충무로 한 관계자는 "주말인 1일과 2일이 고비가 될 것으로 보지만 그 기세는 향후 더 떨어질 것이다"고 말했다.

또 다른 관계자는 "기본적으로는 거기에 동의한다. '디 워'와 '화려한 휴가'의 영향을 가장 많이 받은 영화는 이미 8월15일 이후 개봉한 영화들이라고 봐야 한다"고 말한다.

그러면서도 그는 "6일 개봉작들의 흥행 여부가 관심사다. 이 영화들의 성적에 따라 '디 워'와 '화려한 휴가'의 흥행세가 유지될 것인지 아닌지 가늠할 수 있을 것이다"고 좀 더 조심스러운 전망을 내놓았다.

# 선의의 경쟁, 한국영화 위기 파고 넘는다

이 같은 치열한 경쟁 구도가 결국 한국영화의 새로운 부흥을 가져다주는 한 계기가 되어주기를 충무로는 기대하고 있다.

6년 만의 최저 점유율(영화진흥위원회 집계)을 기록할 만큼 올해 상반기 한국영화는 극심한 침체에서 빠져나오지 못했다. 얼어붙은 투자 분위기와 그에 따른 제작편수 급감, 계속되는 흥행 부진 등으로 한국영화는 '위기론'에 휩싸일 수밖에 없었다.

이를 극복하기 위해 한국영화계는 합리적이고 다양한 대안 찾기와 노력을 기울여왔다.

이런 가운데 이처럼 많은 한국영화가 비록 치열하고도 혼란스런 경쟁을 벌이고 있지만 오랜 만에 한국영화에 대한 관객의 관심을 한 자리에 모을 수 있다는 점에서 한국영화의 부흥이라는 기대를 충무로는 버리지 않고 있다.

특히 '디 워'와 '화려한 휴가'를 비롯해 일부 영화들의 의미있는 개봉 및 알찬 상영 등에 힘입은, 추석 연휴를 노린 개봉작들의 선전에 거는 기대가 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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