배우 박하선. 사진=김병관 기자 rainkimbk23@
박하선은 변했다. 지난해 여름 ‘아파트’에서 공포에 시달리던 연약한 소녀는 간 데 없었다. 대학교에 갓 들어간 풋풋한 신입생의 정취가 날콩처럼 비릿하게 느껴졌던 박하선은 이제 사라졌다.
이제 대학교 2학년. 고작 1년의 시간이 지났을 뿐이지만 박하선은 소녀에서 여인으로 변했다. 뒤늦게 찾아온 질풍노도의 시간을 이겨냈으며, 이제는 아이에서 어른으로 한 계단 더 올라갔다.
그 과정에 ‘경성스캔들’과 ‘어머니는 죽지 않는다’가 있었다.
최근 종영한 KBS 2TV ‘경성스캔들’은 박하선에게 드라마를 경험하게 만들었다.
“‘경성스캔들’을 하기 전에는 드라마가 무서웠어요. 너무 빨리빨리 진행되고 사람들이 즉시즉시 반응하니까요. 하지만 끝나고 나니 더 하고 싶다는 생각이 들더라구요. 이제 막 포장을 뜯고 한 입을 먹었는데 음식이 다 사라져버린 느낌이랄까요.”
치열할 정도로 바삐 진행되는 드라마 촬영 현장과 그 속에서 만난 나이 차이가 그다지 나지 않는 언니 오빠들에게서 많은 것을 배웠다는 게 ‘모범생’ 박하선의 설명이다.
배우 박하선. 사진=김병관 기자 rainkimbk23@
12일 개봉하는 ‘어머니는 죽지 않는다’는 박하선을 한층 더 성장하는 데 도움이 될 수 밖에 없는 작품이었다. 60~70년대 영화계를 풍미했던 하명중 감독이 메가폰을 잡고 최인호 작가의 원작을 영화화했기 때문에 처음부터 공부를 하겠다는 각오로 임했다.
박하선은 부모님으로부터 하명중 감독에 대해 설명을 듣고서 꼭 해보고 싶다는 생각을 다졌다. 오디션 때는 컴퓨터를 하는 장면이 있어서 집에서 마우스랑 키보드를 뽑아들고 가져갔다. 배경음악도 손수 만들어 틀어대면서 연기를 했다. 하명중 감독이 그 모습을 잘 본 것은 물론이다.
쉽지는 않았다. 하명중 감독이 워낙 호랑이 감독이고 기초를 중요하게 생각하는 사람이기 때문이다. 박하선은 “기초의 필요성을 절감했어요. 매일같이 발성연습 등 기초에 기초를 다시하게 됐어요. 지금까지도”라고 말했다.
철없던 중학교 3학년 시절 할아버지랑 지냈던 박하선은 이번 영화를 할아버지에게 드린다는 생각으로 찍었다. 할아버지가 치과 치료를 받다가 쇼크로 갑작스럽게 떠났기에 사랑한다는 말도, 감사하다는 말도 채 못 전했기 때문이다.
항상 누군가의 동생으로, 또 고등학생으로 등장하지만 박하선은 속상하지는 않는다. 바로 지금 이 순간에서만 가능한 작품이라고 생각하기 때문이다.
박하선은 “지금 할 수 있는 것에 충실하고 싶다”라고 말했다.
박하선은 지금 ‘바보’를 기다리고 있다. 하지원 차태현과 찍은 작품이 1년여 동안 상영되지 못하고 있지만 올 가을에는 왠지 믿음이 생겼다.
“결과보다 과정이 중요하다고 생각해요. 그래서 기대를 많이 하지는 않아요. 하지만 ‘바보’는 달라요. 꼭 관객들에게 선보였으면 좋겠어요.” 시작을 준비하고, 과정을 즐기며, 결과를 기다리는 배우. 박하선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