록밴드 체리필터 ⓒ팜엔터테인먼트 제공
"쉽게 돈 벌려고 리메이크하는 사람들이 가요계 망치고 있다!"
국내 가요계 무분별한 리메이크 풍토를 비판한 가수 김동률의 발언으로 '과연 진정한 리메이크란 무엇인가'에 대한 논의가 뜨거운 가운데 록밴드 체리필터가 리메이크 앨범을 발표해 눈길을 끈다.
체리필터는 최근 리메이크 앨범 '리와인드(Rewind)'를 발표하고, 1년여만에 활동을 재개했다.
'또 인기에 편승하려는 리메이크인가'라고 생각하면 큰 오산이다. 체리필터는 이번 리메이크 앨범에 대해 '정규 음반에 버금가는 실험정신이 살아 있는 음반'이라고 자평했다.
그만큼 기존 리메이크 앨범 혹은 리메이크 곡들과는 차별화를 시도했다.
"많은 가수들이 리메이크하는 이유는 쉽고 편하게 묻어가려는 거잖아요. 이미 알려진 곡이니까 홍보하기 위해 별다른 수고를 할 필요도 없죠. 하지만 '리와인드'는 정말 저희에게는 '도전'이었어요. 한 마디로 안전빵이 없는 리메이크 앨범이죠.(웃음) 이 앨범을 한 번만 제대로 들어보신다면 무슨 의미인지 이해하실 수 있을 거에요."
록밴드 체리필터 ⓒ팜엔터테인먼트 제공
실제로 '리와인드'를 듣고 나면 리메이크 앨범이 맞나 싶을 정도로 낯익은 곡이 없다. 그나마 대중적인 곡은 패닉의 '왼손잡이'. 하지만 이것마저도 '왼손잡이'가 맞나라고 고개를 갸우뚱하게 만든다. 그만큼 원곡과는 다른 곡으로 재탄생했다.
"우리들끼리 원곡자의 의도는 살리 돼, 체리필터만의 색깔은 담자고 얘기했어요. 그래서 더 힘들었던 것 같아요. 우리 노래를 만드는 거면 그냥 마음대로 하면되지만, 리메이크를 할 때는 또 한 명의 보이지 않는 멤버가 있더라구요. 하하하!"
체리필터는 신해철의 노래 '눈동자'를 리메이크 할 때, 신해철이 가상 멤버가 돼 자꾸만 나타났다고 털어놨다. 그만큼 기존 리메이크 가수들과는 마음가짐부터 달랐다.
이들이 리메이크에 앞서 원곡 작곡가를 찾아가 허락을 받은 것도 같은 이유다. 사실 현행 저작권법상 저작권 협회에 곡을 신탁하면, 그 누구도 맘대로 리메이크 할 수 있는 게 우리나라 저작권법 현실이다. 하지만 이들은 원곡자에 대한 최소한의 예의를 지키고 싶었다.
이에 체리필터는 '리와인드'에 실린 모든 곡을 원곡자에게 허락을 받은 뒤 리메이크했다. 그 과정에서 원곡자의 거절로 바뀐 곡도 있지만 음악을 하는 사람으로서 저작권에 남다른 신경을 썼다.
하지만 이런 체리필터의 남다른 노력에도 불구하며, 그들은 '과연 리메이크에 대한 대중의 개념이 달라질 수 있을까'라고 자문했다.
"여전히 쉽게 돈 벌려고 리메이크하는 분들이 많아요. 그러니까 리메이크가 쓰레기처럼 보이는 거겠죠. 이런 사람들이 가요계를 망치고 있다니까요."
순간 감정이 격해진 체리필터는 독한 말을 쏟아냈다. 그만큼 리메이크를 악용하는 이들에게 화가 났다. 음악을 사랑하는 사람이라면 당연한 반응이다.
체리필터는 '리와인드'를 통해 '리메이크가 익숙한 곡들에게 새 생명을 주는 작업'임을 대중들도 알길 바란다고 당부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