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렇게 꽃미남이 없을때도 있었나?

김관명 기자  |  2007.09.18 10:58


요즘 스크린을 보면 어둡다. 소재나 주제, 아니면 배우들의 연기력이나 지명도, 흥행파워 등을 말하는 게 아니다. 얼굴 하나만으로도 스크린에서 때깔을 살려주던 젊은 꽃미남 배우들이 사라진 것이다.


일단 최근 개봉작들의 '남자 얼굴'들을 살펴보자. 남과 북이 땅굴에서 만난 판타지 '만남의 광장'은 임창정 류승범 임현식, 직장인 밴드의 이야기 '브라보 마이 라이프'의 백윤식 임하룡, 80년 광주를 그린 '화려한 휴가'의 안성기 김상경, 공포영화 '검은집'의 황정민 강신일..연기에서야 제대로 한몫 이상 하는 배우들이지만 확실히 청춘 꽃미남 스타는 아니다.

추석연휴를 겨냥한 작품도 마찬가지. 소머리국밥집 나문희 여사 납치 해프닝을 그린 '권순분 여사 납치사건'의 강성진 유해진, 이준익표 감동코미디 '즐거운 인생'의 정진영 김윤석 김상호, 이중인격 정려원을 내세운 '두 얼굴의 여친'의 봉태규, 두사부일체 3편 '상사부일체'의 이성재 김성민 박상면까지. 10월 개봉작 '행복'의 황정민이나 '스카우트'의 임창정도 연기에 승부를 건 배우들이다.


아이돌 슈주가 나온 '꽃미남 연쇄 테러사건', 대표 조각미남 다니엘 헤니가 나온 '마이 파더', '화려한 휴가'의 이준기가 그나마 예외. 하지만 이들도 전통적인 '스크린의 꽃미남' 역에 머물지 않았다. 슈주는 확실히 망가졌고, 다니엘 헤니는 아비 찾은 눈물 연기에 올인했으며, 이준기는 의혈 동생으로 열연하다 곧 사라졌다. 올해 최고흥행작 '디워'는 꽃미남은커녕 무섭게 생긴 이무기가 주연이었다.

이에 비해 3~4년 전만 해도 스크린은 온통 꽃미남 배우들의 득세였고 이들의 얼굴값에 기댄 영화는 밤하늘의 수를 놓았다. 유하 감독의 청춘로망 '말죽거리 잔혹사'의 권상우 이정진은 그 얼마나 폼생폼사로 관객 가슴을 설레게 했으며, 강제규 감독의 '태극기 휘날리며'는 대한민국 대표 꽃미남 장동건 원빈 투톱이었으니 더 이상 말이 필요없다.


이밖에 김래원의 '어린신부', 장혁의 '내 여자친구를 소개합니다', 송승헌의 '그놈은 멋있었다', 강동원의 '늑대의 유혹', 이병헌의 '누구나 비밀은 있다', 정우성의 '내 머리속의 지우개'처럼 주연 남자 배우의 얼굴은 그 자체로 경쟁력이었다.

이같은 '꽃미남 배우 실종사건'의 배경은 크게 세가지. 첫째는 기존 꽃미남들의 개인사정이다. 송승헌 지성 등은 군제대후 얼굴보다는 연기력으로 평가받기위해 작품선정에 뜸을 들였고, 장혁 한재석 등은 TV드라마로 유턴했다. 송승헌 지성은 권상우와 함께 김해곤 감독의 '숙명'을 열심히 촬영중이고, 이병헌 정우성은 송강호와 함께 김지운 감독의 '좋은놈 나쁜놈 이상한놈'에 올인하고 있다.

둘째는 그만큼 꽃미남 배우의 세대교체, 보다 젊은 꽃미남들의 수혈이 눈에 띄게 안이뤄졌다는 것. '즐거운 인생'의 장근석, '권순분여사 납치사건'의 유건 등이 그나마 손꼽을 정도. 하지만 유건의 경우도 그 조각 외모와는 달리 '권순분여사 납치사건'에서는 '완전히' 망가졌다.


그리고 마지막은 꿩잡는 게 매라고 연기 잘 하고 관객 잘 모으는 배우가 결국 지금껏 살아남았다는 것. 잘 알려진대로 지난해를 정점으로 영화제작 환경은 급변했다. 폭발한 제작편수에 반비례해 영화 자체의 수익성이 급격히 떨어지면서 투자부터 '될성부른' 작품 엄선에 들어간 것.

이에 따라 일단은 제작비 급등과 맞물린 '스타성'이라는 거품을 걷어냈고, 저렴한 제작비에 합당한 연기력을 갖춘 배우 위주로 영화가 꾸려져갔다. 그러다보니 올해 스크린의 선택은 꽃미남과는 거리가 먼 '코믹'과 '중년'으로 낙찰됐다. '이장과 군수'는 차승원 유해진 두 코믹연기의 대가를 투톱으로 내세웠고, '권순분여사 납치사건'은 나문희 강성진 유해진을 내세워 전형적인 '김상진표' 코믹 소동극의 진수를 선보였다. '날아라 허동구' '아들' '마이 파더' '브라보 마이 라이프' '즐거운 인생' 주연은 다름아닌 대한민국 대표 중견배우들이 차지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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