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미연 "사랑이란 게 정말 있을까"

윤여수 기자  |  2007.09.27 13:49
ⓒ사진=김병관 기자 ⓒ사진=김병관 기자


"벅차기도 하고, 설레기도 하고, 두렵기도 해요."

배우 이미연은 또 다시 눈물을 머금었다. 그렁그렁한 물빛이 조명에 빛날 때 이미연의 얼굴은 상기돼 있었다.


지난 19일 자신의 주연작 '어깨너머의 연인'(감독 이언희ㆍ제작 싸이더스FNH) 첫 시사회 무대에 올라 이미연은 영화 속에서 함께 호흡을 맞춘 이태란과 함께 눈시울을 적시고 말았다.

짧지 않은 연기 경력과 필모그래피를 자랑하지만 여전히 새로운 작품으로 관객을 만날 때마다 이미연은 눈가에서 물기를 지우지 못하곤 했다.


'인디언썸머', '흑수선', '중독' 등 비교적 최근작들에서 보인 이미연의 모습도 그랬다. 극중 처연한 눈빛으로 사랑을 앓으며 이미연은 '스크린 눈물의 여왕'으로 군림했다. 컴필레이션 앨범 '연가' 와 드라마 '명성황후'는 그런 이미지의 정점이었다.

하지만 이미연은 오는 10월18일 개봉하는 신작 '어깨너머의 연인'에선 과감히 그랬던 모습과 과감히 그리고 의도적으로 결별했다.


많은 배우들이 한 작품 한 작품 힘겨운 작업을 끝낸 뒤에도 한참을 '캐릭터 속에 빠져 있다'고 말하지만 이처럼 현실의 배우와 극중 캐릭터의 잔상이 겹쳐지는 예도 드물다.

극중 포토그래퍼인 이미연은 '사랑을 믿지 않'지만 어처구니없게도 어느새 유부남을 사랑하게 된다. 사랑을 가까이 하려 하지 않지만, 그래서 그저 연애를 꿈꾸고 살지만, 사랑은 그렇게 순간으로 다가온다. 그리고 역시 순간으로 허망하게 자신의 곁을 떠난다.

아니, 이미연은 영화 속에서 사랑을 떠나보내고야 만다. 그리고 온전하고도 새로운 사랑을 찾아나서고 그 길 앞에서 가장 먼저 만나는 것은 30대 여성으로서 살아가는 세상 속 자신이다. 그리고 어처구니없었던 유부남은 이미 "진정한 사랑이 아니었다".

ⓒ사진=김병관 기자 ⓒ사진=김병관 기자


현실 속 이미연 역시 그렇게 온전한 자신과의 사랑에 푹 빠져 있는 듯하다.

▶20대 때에는 30대가 되면 모두 안정될 것이라고 생각했다. 하지만 더 혼란스럽다. 사랑도, 일도, 인생도, 모두. 더 복잡해지는 것 같다. 이 영화를 선택한 것도 그런 이유에서일 거다.

그러면서 이미연은 "현실에 발 딛고 선 인물을 연기하고 싶었다"고 털어놓았다. 이미연에게서 '30대로서 겪는 혼란'과 '현실' 사이의 간극을 옅보기란 힘겨웠다.

-30대의 혼란이라. 사랑도 그런가?

▶인생에 정답이란 없지만 내가 원하는 것, 또 정답을 찾아가는 것, 그게 인생인 것 같다. 20대 때는 사랑도 뭐라고 정의할 수 있었던 것 같다. 왜? 멋모르니까. 그런데 30대가 되어보니, 주위 많은 사람들처럼, 이해가 되지 않으면 받아들이질 못한다. 그러니 더 복잡해질 수밖에.

-극중 30대인 캐릭터처럼 사랑을 믿지 않나?

▶내가 그렇게 보이나? 과거 사랑을 부정한 적도 있지만…. 그래서 더 사랑에 목마른 건지도 모른다. 사랑하고 싶다. 그런데 사랑이란 게 정말 있을까? 사랑도, 일도 모두 취할 수 있는 게 아닐텐데, 어느 한 쪽을 선택한다면 다른 건 포기해야 하는데. 많은 여성들이 꿈꾸는 것도 그 둘을 취할 수 있는 것일 게다. 그리고 그건 모험이고 인생이다.

ⓒ사진=김병관 기자 ⓒ사진=김병관 기자


한때 "결혼을 빨리하고 싶다"는 생각도 했지만 "지금은 그런 생각이 없어졌다"는 이미연은 결혼과 사랑에 앞서 "좋은 사람을 만나는 게 더 중요하다"고 말한다.

▶일은 노력한 만큼 결실을 내준다. 하지만 사람 사이의 관계가 어디 그런가.

영화 속 순간으로 다가온 사랑도 사실은 자신이 지닌 아픔을 달래려는 작은 위안 같은 것. 이미연은 "30대 여성들에게, 정답은 아니지만, 위안으로 다가가길 바란다"며 웃었다.

그리고는 "모두 다 행복하게 살아갔으면 좋겠다"면서 살포시 미소를 띄운다. 그럴 때 눈망울은 순수하고 기원 가득한 빛을 머금는다. "행복이란 게, 자신이 그 안에서 원하는 게 뭔지를 아는 것 아닐까 한다"며 사랑과 인생의 행복을 희망하는, 착한 웃음을 웃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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