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진=김병관 기자
허이재는 올해 부산국제영화제에서 희비를 동시에 맛봤다.
처음으로 영화제에 초청돼 프리미어 라이징스타 어워즈 신인여우상을 받는 기쁨을 맛봤지만 그 전에 '허이재의 굴욕'으로 표현되는 곤란함을 겪기도 했다.
허이재는 4일 오후 부산 수영만 요트경기장에서 열린 제12회 부산국제영화제 개막식이 끝난 뒤 수많은 선배들을 제치고 가장 주목받는 스타가 됐다. 이유인즉슨 쉬는 기간 살이 쏙 빠진 허이재를 몰라본 사진기자들이 그가 레드카펫을 밟는데도 무심했고, 영화제 관계자들도 그를 다른 사람의 이름으로 소개한 사실이 뒤늦게 알려졌기 때문이다.
허이재는 이후 삽식간에 인터넷 검색어 순위 1위를 장식할 만큼 사람들의 관심을 모았다.
그다지 좋지 않은 일로 유명세를 얻었으니 주위에서 걱정한 것은 당연지사. 허이재는 개막식 다음날 전화통에 불이 날 정도로 "괜찮냐"는 전화를 받았다.
과연 그녀는 '허이재의 굴욕' 때문에 울먹이며 영화제를 보냈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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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에이, 아니에요. 처음에는 물론 당혹스러웠지만 오히려 그것 때문에 사람들이 허이재가 부산에 왔구나 하고 알게 됐잖아요. 어떤 작품에 출연했는 지도 확인해보고. 코디네이터 언니랑 서로 오히려 전화위복이라고 이야기했어요."
'해바라기' '궁S'를 통해 발랄하고 건강한 이미지를 드러낸 허이재는 보는 사람을 기분좋게 하는 예의 웃음을 보이며 손을 내저었다.
사실 허이재는 한 달 전 부산국제영화제측으로부터 초청을 받았을 때 참석해야 할 지를 놓고 고민을 했다. '해바라기'가 지난해 11월에 개봉한 영화이기에 올해는 출연한 작품도 없는데 영화제에 참석한다는 게 과연 맞는 것일까 생각에 빠진 것이다. 내심 고민 끝에 개막식 일주일 전에 참석해야겠다는 결정을 내렸다.
허이재는 "'해바라기'는 내게 굉장히 의미있는 작품인데 그 작품을 기억해주시는 분들이 있다는 게 너무 감사했어요. 고맙다는 말을 꼭 전하고 싶었어요"라고 말했다.
시청률이나 완성도에서 별 반향을 얻지 못했던 드라마 '궁S'를 끝으로 허이재는 7개월여 동안 차기작을 고르지 않았다. 그 기간 연기자로서 자신을 꼼꼼히 뒤돌아 봤다.
'궁S'를 통해 자신에게 부족한 부분, 호흡이 짧은 것을 비롯해 다양한 연기에 대한 공부가 적었다는 것을 뼈저리게 알게 됐기 때문이다.
"'궁S'에서 맡은 캐릭터를 좀 더 보여줄 수 있었는데 하는 아쉬움이 많았어요. 그래서 연기 공부를 더 열심히 하게 됐죠."
신인배우로 긴 시간을 보내게 되면서 걱정이 없었던 것은 아니었다. "연기를 그만뒀냐"고 묻는 사람도 있었고, "지금 시기에 빨리 작품을 정해야 하지 않겠냐"고 걱정해주는 사람도 있었다.
또 다른 신인들이 떠오를 때 조바심이 없었던 것도 아니다.
ⓒ사진=김병관 기자
"이제 나이가 21살인데 조바심을 내면 안 될 것 같았어요. 평생 연기자로 남고 싶거든요. 조금씩 조금씩 좀 더 나아진 모습을 보여주는 게 우선이라고 생각해요."
허이재가 부산국제영화제 개막식에 기존 모습과 달리 스모키 화장을 하고 여성성을 강조하면서 등장한 것도 또 다른 모습을 보여주고 싶었기 때문이었다.
허이재는 "올해는 제 작품으로 오지 못했지만 내년에는 꼭 좋은 작품을 알리려 오고 싶어요. 그래서 다른 의미로 사람들의 관심을 모았으면 좋겠어요"라며 당찬 각오를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