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 강동원 이연희 보아, 정훈희의 '안개'를 변주하다

부산국제영화제서 베일벗다

부산=윤여수 기자,   |  2007.10.10 13:07


'나홀로/걸어가는/안개만이/자욱한 이거리/그언젠가/다정했던/그대의 그림자 하나/

생각하면 무엇하나/지나간 추억/그래도 애타게/그리는 마음/후략'.


가수 정훈희의 1970년대 대표적이 노래 '안개'의 노랫말이다. 지난간 사랑을 추억하며 이제 되돌아갈 수 없는 시절에 대한 안타까운 마음을 담고 있다.

안개는 눈에 보인다. 또 보이지 않는다.


더욱 정확히 안개는 세상의 모든 것을 가려, 멀리 있을 땐 보이지 않게 하고 가까이 지나면 온전한 모습으로 다가온다. 그래서 안개는 보이고 또 보이지 않는다.

잡을 수도 없다. 손에 잡을 수 없는 추상이기도 하다. 하지만 또 그 서늘하고도 촉촉한 기운은 구체적이기도 하다.


우리의 기억과 추억과 아픔과 꿈과 현실은 마치 안개와도 같다.

이명세 감독은 자신의 신작 'M'을 제12회 부산국제영화제에서 국내 관객에게 선보였다.

그는 마치 안개처럼 꿈과 현실, 기억-추억과 망각, 추상과 구상을 오가며 그 특유의 스타일과 영화적 언어를 드러냈다. 실제로도 안개는 영화 속 곳곳에 숨어 그 구체적인 이야기와 의도를 감추고 있다. 좀 더 가까이 들여다보면 그것은 안개 속 무언가처럼 또 보일 수도 있는 것이어서 이명세 감독의 스타일은 더욱 깊어졌다.


정훈희의 노래 '안개'가 끊임없이 이어지는 것도 이와 무관치 않다. 그가 부른 원곡은 물론 주연배우 강동원과 이연희 그리고 가수 보아(주제가)에 의해서도 변주된다.

영화는 베스트셀러 작가 한민우(강동원)와 그의 첫사랑 미미(이연희) 그리고 그와 결혼을 앞둔 약혼녀(공효진)의 사랑에 관한 이야기. 한민우는 어느 순간 다가온 첫사랑에 대한 기억 혹은 추억을 좇고 그것은 꿈과 현실, 추억과 현재를 오가며 현실이 꿈인듯, 꿈이 현실인 듯 펼쳐진다.

잊고자 했던 아니 스스로 잊어버렸던 첫사랑의 아련함과 사랑과 추억에 관한 질문을 추적하고 뒤좇는 인물들의 이야기를 미스터리 형식으로 풀어낸 이명세 감독은 특유의 스타일을 더욱 깊게 세련되게 펼쳐놓는다.

이런 흐름 속에서 노래 '안개'는 끊임없이 스크린을 타고 흐른다.

한민우와 미미의 오래 전 추억 속에서는 그 애틋하고도 청순한 사랑의 이미지가 되기도 하고 마치 꿈인 듯, 현실인 듯한 한민우의 쫓고 쫓김, 미미의 쫓고 쫓김의 장면에서 긴장감을 더하며 극중 이미지로서 살아난다.

그럴 때 영화 속 '미스터리한' 첫사랑에 관한 이야기는 비로소 구체성을 드러내고 노래는 더욱 더 그 깊은 울림으로 다가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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